기사입력 2005.05.21 11:44 / 기사수정 2005.05.21 11:44
05월 20일 두산과의 홈경기를 앞둔 하루 전인 19일 LG는 20일 대 두산 전에서 패할 경우 이길 때까지 공짜라는 사상 초유의 마케팅을 펼치며 배수의 진을 쳤다. 경기 시작 전 LG 선수들의 영상과 함께 스웨덴 출신 그룹 ABBA의 "The winner takes it all"이 흘렀다.
이렇게 해서라도 서울 라이벌인 두산과의 맞대결에서 1승을 거두고자하는 그들의 심정이 투영되어서일까. 노래가 참 애절하게 들렸다. 승자가 모든 것을 가진다. 뮤지컬 맘마미아에서 듣던 느낌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양팀의 선발은 팀의 자존심이라 할 수 있는 1선발 두산 박명환 대 LG 장문석의 대결이었다. 박명환은 올시즌 4월 3일 LG 전에 등판하여 손가락 물집 부상으로 4이닝밖에 던지지 못하면서 승패없이 물러난 바 있고 장문석은 두 차례 두산과의 경기에 등판하여 두 경기 모두 4이닝을 넘기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장문석의 대 두산전 방어율은 16.88로 한 마디로 두산 타자들에게 일방적으로 당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승리를 염원하는 팬들의 마음을 알아서일까. 그는 어느 경기보다도 진지했고 공 하나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승리는 그의 몫이 아니었다. 두산이 LG를 5-1로 꺾으며 두산전 8연승 행진을 이어가게 되었다.
선취점은 지난 다섯 번의 맞대결과 비슷하게 LG의 몫이었다. 선취 득점이 1점에 그쳤다는 점도 비슷했다. 1회말 선두타자 이병규가 중전안타로 진루하고 나가자 2번 한규식의 희생번트에 이은 2사 2루에서 박용택이 3루수 옆을 뚫는 안타로 이병규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그러나 LG의 공격은 거기까지였다. 이후 박명환이 마운드에서 물러난 7회까지 볼넷 하나만을 추가로 얻어냈을 뿐 21명의 타자가 모두 범타로 물러나면서 두산에게 추격의 빌미를 제공하였다.
두산은 6회초 선두타자 김동주의 2루타에 이은 홍성흔의 중전적시타로 가볍게 동점을 만든 후 7회초에 1점, 8회초에 3점을 추가하는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했다. 비록 1회말에 선취점을 내주기는 했어도 두산 선발 박명환의 호투는 왜 그가 두산의 에이스임을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7회까지 삼진 8개를 솎아내며 LG타선을 어린애 손목 비틀 듯이 요리하는 모습은 그가 손민한 - 배영수와 함께 한국 프로야구의 최고 투수임을 확인시켜주는 것이었다.
LG는 공격에서 박명환을 공격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패인이겠지만 그와 함께 수비진의 잇단 실책 역시 이날 패배에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하였다. 7회초 실점의 근원은 유격수 한규식의 실책이었으며 8회초 2-1로 뒤진 상황에서 3루수 박기남이 홍성흔의 타구를 병살로 연결시키지 못하면서 1루주자 김동주를 2루에서 살려주면서 추가 실점의 빌미를 제공하였다. 내야 수비가 약한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예는 거의 없으며 올라가더라도 정상의 자리를 차지할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할 때 LG는 오늘 경기를 통해 쉽게 풀 수 없는 문제점을 다시 한 번 발견하게 되었다.
두산은 오늘 경기를 이김으로써 열화와 같이 응원해준 자신의 팬들을 21일 경기에 무료로 초대할 수 있는 선물을 안겨주었다. 반면 LG는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팬들의 관심을 끌어 모으는데는 성공하였으나 힘의 차이를 느끼며 21일 관중 수입 포기로 인한 수익 감소까지도 걱정하게 되었고 선수들은 선수들대로 다음 경기에 더 큰 부담감을 가지고 경기에 임할 수 밖에 없게 되었다.
"The winner takes it all"
경기 전에 흐르던 ABBA의 이 노래는 오늘 경기에 있어서 두산의 주제곡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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