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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 인사이드] "피겨가 꿈을 심어줬어요" 동천의 집 피겨선수들

기사입력 2009.02.26 18:23 / 기사수정 2009.02.26 18:23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작년 12월 25일, 서울목동실내아이스링크에서 있었던 김연아의 'Angels on Ice' 공연에서 얻어진 수익은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기부되었습니다. 온정의 도움을 받은 곳들 중, 정신지체 장애인 피겨 선수들이 묵고 있는 ‘동천의 집’도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았습니다. 피겨스케이팅을 통해 새 삶을 찾고 있는 이들이야말로 ‘빙판 위의 천사’였습니다.

'동천의 집'에서 생활하고 있는 정신지체장애인들은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 오후, 서울시 노원구 중계동에 위치한 동천 아이스링크에서 스케이트를 타고 있습니다. 비록 정신과 몸은 불편해도 스스로 스케이트를 신고 신발 끈을 묶는 모습은 매우 진지해보였습니다.

스케이트 날집을 벗고 빙판 위에 들어선 이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행복해보였습니다. 동천의 집에서 생활하고 있는 이들은 대부분 어린 시절, 친 가족의 품을 떠나 이곳에 맡겨진 이들입니다. 비록, 사회에서 버림받고 유기된 상처를 받았지만 이들끼리 위로하며 새 삶을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이들 중에서도 이번 달 7일부터 13일까지 미국 아이다호에서 벌어진 2009 동계스페셜올림픽(지적발달 장애인들이 참가하는 올림픽 : 올림픽과 마찬가지로 4년에 한 번씩 펼쳐진다)에 참가한 홍선화(22, 정신지체 3급)와 강수미(17, 정신지체 3급)는 한국을 대표하는 장애인 피겨 선수입니다. 특히, 강수미는 이번 스페셜올림픽 여자 싱글에서 동메달을 획득했습니다. 이들은 동천의 집에서 실시한 체육 프로그램에 참가하면서 자연스럽게 피겨스케이팅을 시작했습니다.

홍선화는 "중학교 때부터 피겨스케이팅을 시작했다. 선생님들과 물리치료사 분들의 권유로 피겨스케이팅을 시작했는데 무척 재미있었다"라고 답변했습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피겨스케이팅을 시작한 강수미는 스피드 스케이팅에서 피겨스케이트로 전향한 경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피겨스케이팅이 더 적성에 맞고 재미있다고 답변한 강수미는 "어릴 적부터 운동을 매우 좋아했었다. 육상과 수영을 배웠었는데 피겨스케이팅까지 배우면서 운동하는 시간이 가장 기다려진다"라고 밝혔습니다.

이들에게 피겨의 기술과 점수는 큰 의미가 없었습니다. 홍선화와 강수미를 지도하고 있는 고성희 코치는 "일반 선수들은 기술이 중요하겠지만 여기 있는 아이들에겐 '희망'이 가장 중요하다"라고 답변했습니다. 싱글 회전의 점프와 간단한 스핀을 구사하는 이들은 이러한 요소가 성공할 때, 매우 기쁘다고 대답했습니다.

이번 스페셜동계올림픽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강수미는 "처음으로 미국에 가는 것이 매우 신기했다. 그곳에서 여러 나라의 다양한 선수들을 만났는데 중국 선수가 1위를 차지했다. 그 선수에게 가장 부러운 점은 부드러운 손동작이었다. 그걸 본 순간, 나도 저렇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라고 스페셜올림픽에 다녀온 소감에 대해 이야기 했습니다.

특히, 홍선화는 '피겨 여왕' 김연아(19, 고려대 입학예정)의 열렬한 팬이었습니다. 김연아에 대해 홍선화는 "김연아의 모든 점이 다 좋다. 특히, 작년 크리스마스 때 열렸던 공연이 너무 재미있었다. 스케이트도 잘 타지만 노래도 너무 잘하는 모습이 무척 예뻤다. 연기를 마치고 난 뒤, 마지막 표정에서 나타나는 강렬한 시선이 가장 맘에 든다"라고 수줍게 웃으면서 답변했습니다.

동천의 집은 친 부모가 양육을 포기하거나 유기된 아이들을 데려오는 등. 다양한 경로 외면 받은 함께 살고 있습니다. 고 코치는 "이곳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은 그룹홈이란 공동체에서 생활하고 있다. 사회복지사 선생님 한 분이 주체가 돼서 생활하는 그룹홈을 통해 가족애를 느끼고 서로 위안을 나누면서 생활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고 코치는 "이곳을 정신지체 장애인들을 돕고 치료하는 여러 가지 프로그램이 있다. 수미와 선화도 처음에는 소극적인 친구들이었는데 육상과 수영, 그리고 피겨스케이팅을 배우면서 지금과 같이 의사소통도 잘하고 적극적인 성격으로 바뀌었다. 피겨로 인해 새 삶을 찾은 모습을 보면서 매우 만족하고 있다"라고 피겨스케이팅이 이들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를 상세하게 설명했습니다.

동천의 집에서 생활을 하다가 일정한 나이가 되면 독립을 앞두게 됩니다. 이 부분에 대해 고 코치는 "선화 같은 경우, 올해로 22세인데 그 정도의 나이면 독립을 생각해야할 시점이다. 직업 교육도 받고 있고 스스로 독립하기 위해 필요한 교육도 받고 있지만 최근 경기가 너무 안 좋아서 쉽게 홀로서기 할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라며 아쉬움을 표명했습니다.

홍선화와 강수미는 피겨스케이팅으로 새 삶을 찾았지만 지속적인 선수로 활동하기엔 여러 가지 어려운 점이 많습니다. 우선적으로 독립하기 위해 직업을 찾아야 하고 여기에 대한 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고 코치는 “이들이 전문적인 선수와 다른 점은 스케이팅은 사회로 나가기 위한 '단계'라는 점이다. 건강을 유지하는 것은 물론, 삶의 희망을 찾는 일환으로 피겨스케이팅을 택했다. 의욕만 있으면 나이와 상관없이 피겨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사회에 진출하는 것이 먼저이기 때문에 늦은 나이까지 선수로 활동하는 것은 무리가 많다”라고 답변했습니다.

일반 선수들을 가르쳐본 경험이 있는 고 코치는 장애인 선수를 지도하는 즐거움과 어려움에 대해 “이 친구들에게 꿈을 심어주고 성취감을 준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낀다. 삶의 의욕을 잃고 소극적이었던 아이들이 저렇게 씩씩하게 변한 것을 보면 만족감도 크다. 하지만 비장애인들이 보는 시선이 저 친구들에게 상처를 줄 때도 있다. 지금은 장애인들 위주로 스케이팅을 타는 시간을 맞춰놓았지만 예전에는 비장애인들과 함께 타는 시간이 많았다. 일반인들이 '어? 정신지체 장애인들이 스케이트를 타네?'라는 말투가 은연중에 나올 때, 장애인 친구들이 더 소외된 느낌을 받았었다”라고 토로했습니다.

현재는 이러한 시선이 사전 교육으로 인해 많이 완화되었습니다. 구 코치는 "아무래도 장애인과 일반인의 접촉이 있다보니 이 문제에 대한 교육이 필요했다. 일반인들이 장애인들을 보는 시선에 대한 교육이 이루어지고 나서 편견어린 시선이 많이 줄어들었다. 그러나 정신지체 장애인이라고 해서 자신을 비하하는 말과 시선을 이 친구들이 모르는 것은 아니다. 현재 동천 아이스링크는 정신지체 장애인들이 상처받지 않고 스케이트를 탈 수 있는 환경이 잘 돼있다"라고 밝혔습니다. 

고 코치는 정신지체 장애인들에게 피겨스케이팅이란 새로운 세계를 열어주었습니다.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의 삶의 일부분을 채워주었지만 사회 진출을 앞두고 있는 이들과는 작별의 순간도 기약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제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에 대해 고 코치는 "내가 이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하지만 피겨 기술 외에 다른 부분을 채워줄 수 있다는 점이 매우 기쁘다. 어려서부터 사랑을 받지 못하고 성장하다 보니 사람을 무척 그리워하고 선생님들이 없으면 매우 서운해 하는 것이 이 친구들의 특징이다. 언젠가는 헤어진다고 해도 지속적으로 교류를 나누면서 인연이 이어졌으면 좋겠다"라고 답변했습니다.

스포츠의 목적이 경쟁이 될 수 있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소외된 이들에게 희망을 불어 넣어주는 것도 스포츠가 지니는 위대함입니다. 피겨스케이팅을 통해 꿈과 희망을 찾아가는 이들의 행보는 오늘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사진 = 홍선화, 구성희 코치, 강수미 (C) 엑스포츠뉴스 DB 조영준 기자]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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