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0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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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트 비전] '스피드'에 무너진 거함, 높이가 능사는 아니다

기사입력 2009.02.26 01:55 / 기사수정 2009.02.26 01:55

최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최영준 기자] 높이의 '거함'이 ‘스피드’의 힘에 무너졌다. 54-23의 압도적인 리바운드 우위도 승리를 가져다 주지는 못했다.

25일 안양 실내 체육관에서 펼쳐진 안양 KT&G와 전주 KCC의 맞대결에서 스피드를 대표하는 KT&G가 연장 접전 끝에 높이의 대표 주자인 거함 KCC를 91-86으로 제압했다. 경기 중반까지 줄곧 눌리던 기세와 리바운드 싸움에서의 압도적인 열세를 한 번에 뒤엎은 대역전극이었다.

경기는 중반까지 KCC의 무난한 승리가 예상될 만큼 일방적으로 흘러갔다. 1쿼터 중반 하승진이 코트에 투입된 후 높이의 위력을 유감없이 발휘한 KCC는 점수 차를 엄청나게 벌리지는 못했지만, 전반 내내 유리한 흐름을 이어갔다. KT&G는 높이의 힘에 밀려 골밑 공격은커녕 제대로 볼을 투입하는 데도 애를 먹었고, 외국인 선수들도 외곽으로 밀려나 슛만 던지기 일쑤였다. 그마저도 연달아 림을 외면했다.

그러나 결국 유리한 상황에서 엄청나게 점수 차를 벌리지 못한 것이 KCC의 발목을 잡고 말았다. KT&G는 KCC의 절반도 안 되는 리바운드만을 잡아내면서도 끈질기게 점수 차를 좁혀갔다. 2쿼터에 10점 안팎이던 점수 차는 3쿼터에는 5점 이내로 좁혀졌고, 4쿼터에는 오히려 전세가 뒤집혀 KCC가 추격하는 양상으로 변화했다.

임재현의 버저비터 중거리슛으로 KCC가 가까스로 동점을 만드는 데 성공하며 승부는 연장으로 넘어갔지만, 이미 흐름을 되돌리기에는 너무 늦어있었다. KT&G는 연장에서 캘빈 워너와 마퀸 챈들러가 번갈아 3점슛을 퍼붓고 속공에도 성공하는 등 순식간에 8득점을 올리며 점수 차를 벌려 일찌감치 승부를 결정지었다.

‘높이’와 ‘스피드’의 명암이 극명하게 엇갈린 경기였다. ‘리바운드를 제압하는 자가 승부를 제압한다’는 말을 비웃기라도 하듯, 이런 압도적인 리바운드 격차에 걸맞지 않은 결과가 나온 셈이다. KCC가 잡은 54개의 리바운드 중 26개가 공격 리바운드였는데, 이는 KT&G의 전체 리바운드 개수(23개)보다도 많은 숫자. 두 번, 세 번 더 많은 공격 기회를 얻고도 경기에 패하고 만 것이다.

결국 엄청난 높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패인이었다. KCC는 루키 가드 강병현이 1쿼터에만 9득점을 올리면서 공격을 활발하게 이끌었지만, 이후에는 상대 수비에 막히며 침묵하고 말았다. 추승균도 양희종에게 꽁꽁 묶여 단 2득점에 그쳤고, 칼 미첼도 9득점으로 부진했다.

뿐만 아니라 KCC의 팀 전체 3점슛은 27개를 던져 단 3개만을 성공, 11%의 성공률을 기록했다. 특히 미첼은 8개의 3점슛을 던져 모두 실패하고 말았다. KT&G 역시 35개를 던져 10개만을 성공시키며 29%로 낮은 성공률을 보였으나, KCC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골밑 우위를 바탕으로 바깥에서 공격을 이끌어줄 선수들이 모두 막히니 남은 선택은 골밑 공격을 고집하는 것뿐이었다. KCC에서 가장 많은 득점을 올린 마이카 브랜드(25점)는 39%의 저조한 2점슛 성공률에 6개의 턴오버를 남발했고, 양 팀의 턴오버는 16-7로 오히려 KCC가 두 배도 넘게 많은 수치를 기록했다.

경기가 끝난 후 허재 감독은 이 날 패인에 대해 “그냥 모든 것이 다 안 됐다. 약속한 수비가 하나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짤막하게 밝혔다. 리바운드 싸움에서 두 배가 넘게 상대를 압도하고도 당한 어이없는 패배에 대해 달리 아쉬움을 표현할 길이 없었으리라.

KCC의 하승진은 33분 30초가량 출전하며 23득점, 15리바운드를 올리는 맹활약을 펼쳤지만, 팀의 어이없는 역전패로 빛이 바래고 말았다. 특히 약점으로 지목되던 자유투도 7개를 던져 5개를 성공하는 등 좋은 모습을 보였기에 아쉬움은 더욱 컸다.

힘든 싸움에서 승리를 따낸 KT&G는 창원 LG와 함께 공동 5위 자리를 지켰고, 선수단 전체의 자신감과 사기를 진작시키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게 됐다. 빠르고 끈질긴 팀 컬러를 십분 살리면서 높이만이 승리를 위한 능사가 아님을 스스로 증명해낸 셈이다.

[사진=공격을 성공시킨 후 동료들과 함께 기뻐하는 주희정 ⓒ 엑스포츠뉴스 DB 김혜미 기자]

[최영준의 코트 비전(Court-vision)]농구판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이슈에 대해 날카롭고 깊이 있는 분석으로 코트를 바라보는 시야를 한 단계 올려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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