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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L 기상도] '오아시스'가 사랑한 맨체스터 시티의 우울

기사입력 2009.02.15 15:48 / 기사수정 2009.02.15 15:48

조형근 기자



[엑스포츠뉴스=조형근 기자] 아부다비발 '오일머니'알 파힘이 구단주를 맡아 브라질의 스타 호비뉴를 안착시키며 EPL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되었던 맨체스터 시티의 야심 찬 이번 시즌의 행보는 그들의 호언장담에 비해 초라하기 짝이 없다.

한때 강등권을 맴돌던 그들은 맨체스터 시티를 이끌고 챔피언스리그에 나가 보이겠다며 호언장담한 호비뉴가 잉글랜드 하부리그인 '챔피언쉽'에서 뛰게 되는 게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가 나온 적도 있는 맨 시티의 현재 리그 성적은 승점 31점으로 9위,강등권 블랙번(18위)와의 승점 차이는 고작 8점에 불과하다. 15일 25R에서 분위기가 어수선한 포츠머스에게마저 패한 맨 시티에겐 무엇이 문제일까?

화끈한 공격력만큼 화끈한 수비 조직력

어디에 내놔도 빠지지 않는 맨 시티의 공격력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리그에서 42골을 넣은 그들은 리버풀과 동률을 기록하며 EPL 득점 3위에 올라 있지만, 32실점의 성적표는 초라하기 짝이 없다. 게다가 그들이 자랑하는 공격에서도 몰아치기 성격이 강한 느낌이 있기 때문에, 수비 조직력은 현재 맨 시티가 가지고 있는 최고의 약점이라고 볼 수 있다.

가장 큰 원인은 역시 팀의 주장인 리차드 던의 기복 있는 경기력이다. 수비라인을 조율해야 할 임무를 맡고 있는 그가 매 경기 꾸준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점은 수비 조직력에 문제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게다가 향후 잉글랜드 수비의 미래를 책임질 것만 같았던 미카 리차즈는 센터백에서 최악의 모습을 보이며 오른쪽 풀백으로 포지션 변경을 시도했지만 그마저도 신통치 않은 편이다. 토트넘에 새로운 둥지를 튼 베드란 촐루카가 그저 아쉽기만 하다. 겨울 이적시장을 통해 데려온 웨인 브릿지는 왼쪽에서 좋은 활약을 보이고 있지만, 맨 시티는 어떻게든 대형 센터백 영입을 성공시키는 편이 더 나았을지도 모른다.

'종이 호랑이' 같은 공격진의 포효

우리는 맨 시티의 경기를 관람할 때 맨 시티가 경기를 완전히 주도함에도 불구하고 아주 힘겨운 승리를 거두거나 어이없이 패하는 장면을 종종 볼 수 있었다.  이것은 'MJ'마이클 존슨의 부재가 큰 원인인데, 그의 부상으로 인해 맨 시티는 한동안 중앙 미드필드 지역의 선수 조합을 놓고 골머리를 앓았던바 있다.

존슨의 부재는 중원에서 볼을 연결해줄 선수가 없는 것과 같은데, 덕분에 맨 시티는 호비뉴,숀 라이트-필립스와 스티븐 아일랜드,그리고 크레익 벨라미가 제각각 오로지 돌파만을 시도한다. 게다가 리차즈와 사발레타와 같이 수비적인 움직임을 요구받은 선수들도 종종 하프라인 위를 넘어 공격에 가담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이 화끈하나 실속은 별로인 '속 빈 강정'같은 플레이는 미드필드 지역에서의 압박을 무시하고 수비 가담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뒷공간에 생긴 틈을 타 상대팀의 역습을 허용하고 실점하는 경우가 생기기 쉽기에, 그래서 홀로 외로이 남은 맨 시티의 수비진에게만 책임을 묻는 건 조금 가혹할 수도 있다.

한 마디로 포백의 무게를 덜어줄 수 있는 중앙 압박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행히 겨울 이적시장을 통해 니겔 데 용을 영입하며 마크 휴즈 감독이 중원에서의 압박을 강화하는 듯 보였으나, '모래알' 같은 조직력이 하루아침에 튼튼한 성으로 굳기엔 아직은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

비가 온 뒤엔 반드시 땅이 굳는다

마크 휴즈 감독이 이번 시즌이 끝나고도 시티 오브 맨체스터 스타디움에 남아 있을지는 미지수에 가깝고,현재 맨 시티의 상황은 분명히 좋지 않지만 그들은 미래가 기대되는 팀이다. 특히 올 시즌 엘라누를 밀어내고 핵심 선수로 발돋움한 스티븐 아일랜드의 맹활약은 다음 시즌 마이클 존슨이 복귀하고, 그를 받쳐줄 수비형 미드필더를 구할 수 있다면 충분히 위협적인 팀으로 변모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안게 해준다.

팀의 리빌딩이란 것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올 시즌 누구보다 빛나고 있는 애스턴 빌라의 마틴 오닐 감독도 지휘봉을 잡은 지 3년이 지나서야 팀의 재정비를 마친 후 유럽을 넘보고 리그 우승을 노릴 수 있는 강팀을 만들어냈다. 어쩌면 지금 맨 시티에게 필요한 것은,선수들이 조직력을 충분히 다지고 감독의 전술을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한 것일지도 모른다. 

최근 주축 선수들과 감독이 합심해 팀의 정신력을 다잡고 있는 모습은 비록 지금은 비가 내리지만 조만간 하늘이 맑고 땅이 굳을 수 있다는 기대감을 안게 해 주니 조금은 기다려 보는 것도 팬이 가진 의무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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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스티븐 아일랜드와 마크 휴즈 (C) 맨체스터 시티 공식 홈페이지 캡쳐]



조형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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