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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날의 검' 박지성 시프트, 그리고 염기훈

기사입력 2009.02.09 20:14 / 기사수정 2009.02.09 20:14

조형근 기자



[엑스포츠뉴스=조형근 기자]
최근 시리아와 바레인과의 두 차례 평가전을 전부 무승부로 이끌면서 허정무호의 경기력에 대한 논란이 제법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11일 8시 30분 (이하 한국시간)이란과의 남아공 월드컵 예선전을 치러야 하는 대표팀으로서는 반드시 원정 경기에서 승리를 가져와야만 하는 상황. 이 날 경기에서 허정무 대표팀 감독은 주전 중앙 미드필더 기성용의 경기 출장 여부가 불투명할 수 있다는 것 때문에 또다시 '박지성 시프트'카드를 꺼낼 확률이 높아 선발진에 많은 변화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

'박지성 시프트'는 2006년 독일 월드컵 때부터 대표팀에 존재해 왔다. 소속팀인 맨유에서 왼쪽 측면 미드필더로 출장하지만, 다양한 포지션을 경험해 미드필더 어느 지역에서도 뛸 수 있는 박지성의 존재는 대표팀 감독들에게 즐거운 고민거리를 항상 안겨준 그야말로 소중한 멀티플레이어 그 이상이었다.

그러나 최근 염기훈의 활약이 매우 돋보이는 점과 특히, 바레인전에서 2골을 모두 어시스트하는 등 염기훈의 공격력은 오히려 박지성의 그것보다 뛰어난 면이 있기 때문에 박지성의 위치 문제를 놓고 허정무 감독이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본래 대표팀은 월드컵 예선에서 박지성-기성용-김정우-이청용의 플랫4를 중앙에 위치시키고 정성훈-이근호의 빅&스몰 조합으로 상대방의 골문을  노리는 4-4-2 전술을 주로 사용해 왔다. 하지만, 이번 이란전에서 기성용의 몸 상태가 완전하지 않은 점에서 박지성을 중앙으로 옮길 수도 있다는 허 감독의 발언이 있은 후, 염기훈-박지성-김정우-이청용으로 미드필더진을 구성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박지성이 대표팀에서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었을 때 측면에서 뛸 때처럼 활발한 공간 침투로 수비진을 교란시키던 것과 달리 그저 그런 움직임을 보여주며 실망스러운 경기력을 보여준 것을 겪은 대표팀으로서는 이것이 얼마만큼의 효용성을 드러낼지는 상당 부분 미지수라고 볼 수 있다.

게다가 이란의 오른쪽 풀백인 호세 카에비의 매서운 오버래핑을 장기로 한 공격 가담이 위협적일 수 있기에, 적극적인 수비 가담능력이 좋은 박지성을 중앙으로 옮기고 왼쪽에 염기훈을 출장시킬 경우 대표팀의 왼쪽 풀백으로 나올 수 있는 김동진 또는 이영표의 수비부담이 더욱 커진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염기훈을 후반 교체출장의 조커 역할 정도로 활용하고 박지성-이청용 양 날개에 중앙 미드필드진을 최근 좋은 모습으로 기대감을 안겨 준 하대성이나 수비력이 좋은 한태유를 배치해 김정우를 공격적으로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이란이 '영웅' 바게리를 다시 불러들여 분위기를 다잡고 좋은 모습을 보이지만 네쿠남의 후방 지원이 없으면 바게리의 위력은 확연히 떨어지기에 중원에서의 '도그 파이팅'(허리 싸움)을 강화해 네쿠남을 수비에 치중하게 하는 것도 충분히 설득력이 있는 측면이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염기훈 카드를 포기하는 것은 너무나 아까운 일이다. 

카에비의 공격력이 날카롭긴 하지만 수비력에서 문제점을 안고 있기에 더욱더 효율적으로 측면을 공략하기에 유용할 것이며, 그리고 염기훈의 킥 능력을 감안하면 높이에서 강점을 갖는 이란 수비진이지만 정성훈의 큰 키를 이용한 포스트 플레이도 충분히 고려해 볼 만한 공격 옵션의 하나이다.

차라리 그렇다면 염기훈을 처진 스트라이커로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이 자리는 AS 모나코의 에이스로 자리 잡아가는 박주영이나 최근 골 감각이 좋은 이근호의 출장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지만, 이란의 수비가 높이에서 강점을 가질진 몰라도 속도 면에서 큰 약점을 안고 있기 때문에 역습 시 발이 빠른 이근호를 최전방에 배치하고 염기훈을 처진 스트라이커에 놓아 그의 패스를 활용하는 것도 이란을 공략할 수 있는 하나의 방안일 것이다.

결론적으로 '박지성 시프트'는 우리에게 양날의 검으로 다가올 수 있기에 다양한 공격 옵션을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해봐야 한다.

분명 박지성은 세계 최고 수준의 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주전으로 출장하고 있고 그의 경기력에 대해서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박지성은 대표팀에만 오면 무조건 주전이다'라는 마인드는 위험하다는 것이다. 축구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니고 선수 개인의 컨디션에 따라서 팀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만큼, 다재다능한 박지성의 존재는 대한민국 축구의 활력소임엔 분명하지만, 그 의존이 지나치면 곤란하다.

대표팀 선수들은 모두 역대이란 원정경기 무승(1무 2패) 징크스에 '무조건 이긴다'는 각오를 불태우고 있다. 잦은 무승부로 비판받고 있는 허정무 감독의 대한민국이 이번 원정에서 속 시원한 승리를 조국에 가져다줄지 기대가 된다.

[사진= 대표팀에서 활약하는 박지성과 염기훈(C) 엑슾호츠뉴스 DB]



조형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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