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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뷰] 로테이션 속 로비 킨, 로테이션 밖 베르바토프

기사입력 2009.01.30 16:50 / 기사수정 2009.01.30 16:50

안경남 기자



[엑스포츠뉴스=안경남 기자]
2008년 여름, 토트넘 핫스퍼의 ‘환상의 짝궁’ 디미타르 베르바토프와 로비 킨은 나란히 정든 화이트 하트레인을 떠났다. 팀의 부주장이자 정신적 지주였던 킨은 어릴 적 동경의 대상이었던 리버풀의 붉은 저지 입었고 베르바토프는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선택을 받으며 올드 트래포드에 ‘위풍당당’ 입성했다.

두 선수의 이적은 토트넘에게는 재앙이었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 리버풀에게는 축복과도 같았다. 전문가들 대부분 팀 공격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던 킨과 베르바토프의 이적이 토트넘 공격의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 전망했으며 맨유와 리버풀에게는 새로운 공격옵션을 제공할 것이라 내다봤다.

이는 100%도 적중하지는 않았지만 절반이상 맞아 떨어졌다. 공격진을 새로 개편한 토트넘은 저조한 득점력을 보이며 시즌 초반 리그 꼴찌를 도맡아 했고, 맨유와 리버풀은 새로운 공격옵션을 바탕으로 이전시즌과는 다른 스타일의 공격력을 선보였다. 문제는 100% 적중하지 않았다는데 있다. 두 선수 모두 새로운 팀 적응에 애를 먹으며 토트넘 시절 보여준 기량을 뽐내지 못한 것이다.

킨은 리버풀의 ‘엘니뇨’ 페르난도 토레스와의 호흡에 문제를 보였고 베르바토프는 기존의 맨유 선수들과는 다른 경기 스타일로 시즌 초반 맨유 부진의 원인으로 지목되곤 했다. 두 팀 모두 지난 시즌 토레스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라는 유럽 최고의 공격자원을 바탕으로 막강화력을 뽐냈기에 새로운 공격자원의 부적응이 오히려 답답하게 느껴졌던 것이다.

▲ 로비 킨과 베르바토프 그리고 베니테즈와 퍼거슨

전반기 활약만을 놓고 봤을 때 킨과 베르바토프의 이적은, 두 선수의 엄청난 몸값을 고려한다면 실패에 가까웠다. 득점은 토트넘 시절의 절반에도 못 미쳤으며 팀 내 영향력 또한 그다지 긍정적이지 못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자 조금씩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물론 이는 ‘백작’ 베르바토프에게만 해당되는 얘기다. 베르바토프는 우아한 미드필더와 같은 움직임으로 시즌 초반 맨유 공격의 스피드를 떨어트린다는 지적과 함께 득점력이 저조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하지만 퍼거슨 감독은 그에게 무한 신뢰를 보였고 리그 반환점을 돌자마자 거의 매 경기 골을 터트리며 맨유의 승리를 이끌고 있다. 1월 한 달간 치러진 5경기에서(컵대회 포함) 위건전을 제외한 전경기에서 공격 포인트를 기록했다. 퍼거슨의 기다림이 결실을 맺은 것이다.

반면 킨은 여전히 안필드를 겉돌고 있다. 19경기에 출전해 5골 4도움(컵 대회 제외)을 기록하는 등 수치상 괜찮은 활약을 펼친 것으로 보이나 지난 시즌 킨이 토트넘에서 전반기에만 10골을 터트린 점을 감안한다면 분명 기대 이하의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또한 단순히 수치만을 떠나 경기 내적인 면에서도 그다지 인상적이지 못해 라파엘 베니테즈 감독의 선택을 좀처럼 받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두 선수가 이처럼 엇갈린 행보를 걷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선수 개인의 역량을 무시할 수 없겠으나 가장 큰 원인은 두 선수의 현 소속팀에 있다. 킨과 베르바토프의 이적은 베니테즈와 퍼거슨 감독의 요구에 의해 이뤄졌다. 그러나 두 선수를 다루는 모습에 있어서는 두 감독이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베니테즈와 퍼거슨 감독은 로테이션 시스템을 통해 시즌을 운영한다. 이는 많은 경기를 치러야 하는 빅클럽에게 있어 선수들의 체력 안배와 부상을 방지해줘 리그 막판까지 우승경쟁을 하는데 커다란 영향을 끼친다. 이는 지난 시즌 초반 잘 나가던 아스날이 무너진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로테이션 시스템이 반드시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로테이션 시스템의 단점을 가장 잘 보여준 팀이 리버풀인데, 베니테즈식 로테이션은 스티븐 제라드와 토레스 조차 ‘언터쳐블’ 선수로 분류하지 않으며 선수의 상승세를 그대로 이어가지 못했다. 올 시즌 베니테즈식 로테이션이 어느 정도 완화되기 했으나 분명 퍼거슨식 로테이션과 어느정도 차이를 보인다.

맨유 역시 로테이션 시스템을 사용한다. 이 때문에 국내 축구팬들은 박지성의 출전 여부에 일희일비하곤 한다. 그러나 맨유 로테이션에는 뚜렷한 법칙이 있다. 바로 ‘언터쳐블’이 명확하다는 것이다. 올 시즌 맨유의 언터쳐블 선수는 1) 웨인 루니 2) 호날두 3) 베르바토프 4) 네만야 비디치 5) 리오 퍼디난드 6) 반 데 사르 7) 파트리스 에브라다. 부상과 경기 중요도에 따라 조금 달라지긴 하지만 특별한 이유 없이 퍼거슨 감독은 이 선수들을 제외시키지 않고 있다.

그리고 ‘신입생’ 베르바토프의 ‘언터쳐블’ 가입은 그가 맨유에 적응하는데 큰 힘이 되었다. 대신 지난 시즌 루니와 함께 맹활약을 펼친 카를로스 테베즈가 외면 받는 상황이 발생하긴 했으나 결과적으로 베르바토프가 빠른 시일 안에 맨유에 녹아들 수 있게 만들었다.

이에 반해 킨은 베니테즈의 로테이션 속에서 충분한 기회를 제공받지 못했다. 두 선수 모두 선발과 교체를 포함해 리그에서 19경기에 출전했으나 출전 시간에 있어서 300분 이상의 차이가 나는 점은 이를 방증 해 준다. 시즌 초반 토레스의 잦은 부상으로 생각 보다 많은 기회를 부여 받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 조차 베니테즈는 킨에게 베르바토프와 같은 꾸준한 기회는 부여하지 않았다.

특히 킨이 골을 터트리며 뛰어난 활약을 펼치더라도 다음 경기에서 체력 안배를 이유로 그의 상승세에 제동을 걸곤 했다. 사소한 차이 같지만 비판 속에서 자신의 스타일을 찾아 나선 베르바토프에 비해 충분한 지원사격을 받지 못한 것이다.



▲ 리버풀에 맞춘 킨, 베르바토프에 맞춘 맨유

두 선수의 적응차이는 로테이션 말고도 또 있다. 바로 적응의 주체가 달랐다는 점이다. 로테이션 속 킨은 주기적이지 못한 주전경쟁과 함께 리버풀 공격의 핵 토레스와 호흡을 맞춰야 하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해야만 했다. 이는 킨에게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됐다.

토레스와의 호흡 자체가 킨의 능력으로 평가되기 시작했고 조금씩 불일치한 모습을 보일 때마다 킨에 대한 비판의 여론은 거세졌다. 여기에 토레스의 잦은 부상이 이어지며 두 선수가 호흡을 맞출 시간마저 줄어들었고 당초 킨을 원톱이 아닌 투톱 자원으로 기용하려 했던 베니테즈는 킨의 원톱 기용을 주저했다. (킨은 지난 해 12월, 원톱으로 나선 아스날과 WBA전에서 연속골을 터트리며 맹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이어진 뉴캐슬전에서는 킨을 출전시키지 않았다.)

이처럼 리버풀에게 자신을 맞춰야 했던 킨은 로테이션 뿐만 아니라 전술 적응에도 많은 애를 먹었다. 토레스가 돌아 온 뒤 다시금 두 선수의 호흡이 기대됐으나 후반기 우승경쟁이 보다 본격화되며 베니테즈 감독은 최근 지난 시즌 리버풀의 승리 방정식이었던 토레스-제라드 조합을 내세우고 있다. 자연스레 킨의 출전 시간은 더욱 줄어들었고 리버풀 이적 6개월 만에 토트넘 복귀라는 불명예스런 소식만이 들려 오고 있을 뿐이다.

킨과 달리 베르바토프는 퍼거슨 감독과 팀 동료들의 전폭적인 지지 아래 순조롭게 팀 적응을 마쳤다. 리버풀에 자신을 맞춰야 했던 킨과는 달리 베르바토프의 스타일에 맨유가 맞춘 것이다.

이는 시즌 초반 맨유의 부진으로 이어졌다. 지난 시즌 리그 최다득점(80골)을 기록했던 맨유는 올 시즌 저조한 득점력을 선보였고 이는 그대로 베르바토프에 대한 비난으로 이어졌다. 호날두의 득점력 저하, 테베즈의 벤치행 등 베르바토프의 영입으로 인한 부작용이 커질수록 비난의 강도는 높아졌다.
하지만 맨유는 베르바토프에게 시간을 줬고 그의 우아한 플레이에 맞춰 나갔다. 그리고 이는 후반기 ‘베르바토프의 맹활약=맨유의 승리’라는 방정식을 만들기에 이르렀다.

아직 시즌은 반전을 노리기에 충분한 시간이 남아 있고, 베르바토프와 맨유가 기다림의 미학을 알려줬기에 킨이 리버풀의 선수로 거듭날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그러나 반전을 기다리기에는 리버풀과 킨의 너무 멀어진 느낌이다. 겨울 이적시장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 킨의 토트넘 컴백이 보도되는가 하면, 리버풀 내에서 그의 입지마저 상당히 좁아져 남은 시즌 전망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안경남의 풋볼뷰] 축구공은 하나지만 그 안에서 수 많은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풋볼뷰(Football-view)는 새로운 시각을 통해 축구를 보는 재미를 더 해 드리겠습니다.



안경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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