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5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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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트 비전] 사상 초유의 5차 연장 혈투, 명승부의 이면

기사입력 2009.01.22 15:30 / 기사수정 2009.01.22 15:30

최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최영준 기자] 프로농구 사상 초유의 5차 연장 대혈투에서 원주 동부가 서울 삼성을 꺾고 길었던 명승부를 마무리했다.

21일 오후 7시부터 잠실 실내 체육관에서 펼쳐진 삼성과 동부의 시즌 네 번째 맞대결은 장장 3시간 13분의 혈투 끝에 동부가 135-132로 승리를 거뒀다. 사상 첫 5차 연장 승부, 수없이 동점과 역전을 주고받고 희비가 교차했던 역사에 남을 명승부였다.

두고두고 회자할 명승부였던 만큼 이후 양 팀의 행보에도 큰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현재 프로농구는 4라운드 후반으로 접어들며 일정의 60%가량을 소화하고 있다. 조금씩 판도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는 상황에서 이 날 경기가 향후 행보에 미칠 영향이 결코 적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이적생’ 다니엘스, 절반의 성공

지난 19일 대구 오리온스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합류한 크리스 다니엘스는 이 날 경기에서 동부 유니폼을 입고 데뷔전을 가졌다. 52분 12초를 뛰며 기록은 16득점에 14개의 리바운드, 3개의 블록을 곁들였다.

비교적 느슨한 수비력과 최근의 체력 저하가 약점으로 지목되던 그는 이 날도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상대 센터 테렌스 레더를 상대로는 26득점을 허용했고, 공격에서도 소극적인 모습으로 자신 있게 1:1 공격을 펼치지 못한 것.

그러나 4쿼터 2분여를 남기고 레더를 결국 5반칙으로 몰아내는 등 팀 승리에는 어느 정도 공헌했다는 평가다. 5차 연장에서 5반칙으로 물러나기까지 연장전에서만 7득점, 나름대로 제 몫을 다했다고 평가할 만했다.

전창진 감독은 “몸무게가 불어있어 일단 몸을 만드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이적 이후 첫 경기에서 ‘천적’ 삼성을 잡아냈으니 첫 발은 성공적으로 내디딘 셈이다. 이제는 몸만들기와 계속되는 팀 적응 여부가 관건이다.

삼성의 고민, 가드진 운용의 어려움

강혁의 부상 이후 삼성의 가드진 운용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 삼성이 보유한 가드 선수는 모두 네 명. 부상 중인 강혁을 포함해 이상민, 이정석, 임휘종이 바로 그들이다. 이 중 임휘종은 올 시즌 단 10경기에만 출장해 경기당 2분 30초가량을 출장하고 있을 만큼 비중이 크지 않다.

이 날도 임휘종은 출장하지 않고 이상민과 이정석이 각각 48분과 45분여를 소화하는 강행군을 펼쳤다. 두 선수가 모두 5반칙으로 퇴장당한 5차 연장전에서는 가드 없이 포워드만으로 볼 흐름이 둔화되며 실책을 연발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특히 투 가드 시스템을 자주 운용하는 팀 특성상 가드 자원의 부족은 치명적이다. 이상민과 이정석이 함께 코트에 나서면 백업으로 기용할 선수조차 마땅치가 않다. 이상민의 경우 30대 후반의 나이로 여전히 노익장을 과시하고는 있지만, 체력적인 부담만은 피할 수 없는 상황. 가드 비중이 크기에 향후 체력 안배가 더욱 골칫거리다.

‘5차 연장 후유증’을 넘어라

5차 연장 승부는 물론 4차 연장도 프로농구 사상 처음이지만, 이전까지 3차 연장 승부는 네 차례 있어왔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 11월 11일 안양 KT&G와 전주 KCC가 3차 연장 혈투를 벌여 KCC의 승리로 경기가 마무리된 바 있다.

문제는 그 이후다. 역대 3차 연장 승부를 펼쳤던 팀은 승패에 관계없이 이후 하나같이 한동안 부진을 겪으며 후유증을 드러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역시 체력 고갈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5차 연장이라고 해서 예외란 법은 없다. 장장 3시간 13분, 경기 시각만 무려 65분에 달한 혈투는 선수들의 체력 안배에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날 40분을 넘게 뛴 선수만 양 팀 합쳐 11명에 달한다. 이 중 윤호영은 61분 57초를 뛰어 한 경기에서 한 시간도 넘게 뛰는 진기록도 세웠다.

결국, 이제는 이 후유증을 얼마나 잘 극복하는가가 양 팀에게 주어진 과제다. 각각 1위와 3위로 상위권을 마크하고 있는 이들은 향후 행보에 따라 경쟁 팀과의 싸움에서 뒤처질 우려도 있다. 역사에 남을 명승부의 이면에는 ‘후유증 극복’이라는 고민도 함께 담겨있는 셈이다.

[사진 ⓒ김혜미 기자]

※최영준의 코트 비전(Court-vision), 농구판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이슈에 대해 날카롭고 깊이 있는 분석으로 코트를 바라보는 시야를 한 단계 올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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