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술대첩 | '24세 개띠들의 활약 전쟁!' 프로의 세계를 모른다고 하기에는 이미 성장을 거듭했고, 안다고 하기에는 아직 품고 있는 잠재력과 써내려갈 이야기들이 무궁무진하다. 황금 개띠의 해, 각 팀이자 연고 지역을 대표하며 활약할 선수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엑스포츠뉴스 채정연 기자] 요즘 박진형은 필라테스에 푹 빠져있다. 오전에는 PT를, 오후에는 필라테스를 하며 알찬 하루를 보낸다. "어릴 적부터 한 쪽 방향으로만 몸을 써왔다. 풀어주는데 큰 도움이 된다"며 필라테스의 장점을 알려줬다.
롯데의 필승조로 나선 그는 45경기 출전해 4승 4패 2세이브 10홀드 평균자책점 5.11을 기록했다. 전반기 선발로서 쓴맛을 봤지만 불펜으로 보직을 옮긴 후 날개를 펼쳤다. 태극마크를 달고 계투로도 활약했다. 경험을 많이 한 만큼 책임감도 늘었고, 목표도 뚜렷해졌다. 박진형의 비시즌이 남들보다 좀 더 바쁜 이유다.
-어떻게 지냈나
▲오전에는 PT를 하고 오후에는 필라테스 하고 있다. 요가와 혼동하기 쉬운데 코어운동이고 생각보다 많이 힘들다. 작년에도 했고 올해도 하는데, 운동을 하다보면 한 방향으로만 몸을 쓰게 되어 좋지 않다. 그래서 시작하게 됐다.
-2016년이 가능성을 보였던 해라면 2017년에는 어느 정도 수확을 거둔 것 같다.
▲내 생각은 다르다. 전반기 때 성적이 너무 안 좋고 많이 힘들었다. 내가 여기 있는게 보탬이 못 되는 느낌이었다. 팀에게 많이 미안했다. 그래도 후반기에 어느 정도 만회한 것 같다. 그것 빼고는 2016년과 바슷했던 거 같다. 선발과 중간을 똑같이 했지만 2017년 선발로 뛴 게 더 안 좋았다.
-선발 하다가 불펜으로 옮기고 탄력 받은 듯 같은데.
▲자신감이 많이 떨어진 상태에서 선배님, 코치님들이 조언과 응원 많이 해주셨다. 확실히 힘이 많이 됐다. 내가 트레이닝을 너무 소홀히 하지 않았나 싶다. 트레이닝 파트에서도 많이 도와주셨다. 시즌 시작 후 운동을 너무 형식적으로 했던 것 같다.
-불펜은 선발이 해놓은 것을 지켜야한다. 선발 할 때랑 느낌 많이 다를 것 같다.
▲많이 다르다. 선발일 때도 주자를 깔던, 1점 차던 불펜이 무조건 막아줬으면 했다. 이기적이고 그럴 수밖에 없다. 작년부터 선발이 어떤 마음인 줄 안다. 무조건 막고 싶은데, 불펜으로서 못 막으면 정말 미안하다.
-힘이 많이 된 사람이 있다면.
▲송승준, 손승락 선배님들과 (김)유영이도 격려 많이 해줬다. 송승준 선배는 선생님이나 다름 없다. 야구 하는 것, 멘탈적인 부분에 있어 (손승락과 더불어) 우리보다 오래 하셨지 않나. 내가 없는 걸 갖고 계셔서 배울 점이 많다.
-송승준이 해준 말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이 있나.
▲몇 번 점수를 많이 준 적이 있다. 야구장만 나오면 인상 쓰고 힘이 없었다. (송승준이) 지금 이렇게 박살나는 것도 수천번 수만번 더 할텐데, 이건 일부일 뿐이라고 해주셨다. 그런 말들이 위로가 됐다. 지금 이러고 있으면 나중에 잘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김유영과도 많이 친한가보다.
▲그렇다. 이제 상무를 가게 됐다. 군대 가도 같이 가자 이런 얘기를 많이 했었는데 먼저 갔다(웃음). 같이 의지하고 싶었는데 아쉽다. 작년에도 서로 많이 의지했다.
-박세웅과 팀의 추후 기둥이라는 평가를 많이 받는다.
▲주위에서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의식은 하는데 그렇게 생각은 안 한다. 하다보면 안 좋을 수도 있는거고, 내년을 알 수 없다. 책임감은 많이 생겼다. 많이 봐주시고 응원해주셔서. 허투루 할 수 없다. 비시즌에도 운동을 열심히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내년에 아시안게임도 있다. 황금개띠인데 더 잘 해야지 않겠나.
◇소중한 국가대표 경험, 보완점 깨달았다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APBC) 나갔었다. 또래가 많았는데, 느낌이 어땠나.
▲이렇게 팀이었으면 어땠을까 싶었다. 너무 재밌었다. 피가 막 끓어오르고 그랬다. 일본이랑 할 때 점수 내면 다 나가서 화이팅하고 그런게 너무 재밌었다.
-일본전이 유독 아쉬웠다. 첫 경기 후 분위기가 어땠나.
▲그렇게 많이 다운되진 않았다. 내일 이겨서 결승가서 만나자 그런 분위기였다. 으쌰으쌰했다.
-APBC 준우승을 했다.
▲부끄럽다. 일본을 한 번은 이겼어야 했다. (1차전 잡았다면 결과가 달라졌을까) 잘 모르겠다. 그날 컨디션에 따라 다르다. 확실히 일본 선수들이 기술이 더 좋았다. 우리가 많이 부족함을 느끼고, 보완해야 할 것 같다.
-대표팀 하면서 성장한 점이 있다면.
▲기술적인 부분이 아쉬웠다. 어떤 것을 보완해야 하는지 느꼈다. 상대가 엄청 잘할거라 생각했는데 같은 사람이니 별 거 없는 것 같다. 내가 컨디션이 안 좋아서 맞을 수도 있다.
-단기전이었는데 압박감이 심했을 것 같다.
▲일본전도 1점 차였다. 무조건 막아야 해, 이런게 아니라서 믿고 던졌다. 수비도 확실히 잘해줘서 더 믿음이 갔다. 대만전에서는 (김)하성이가 수비를 잘해줘서 운 좋게 잘했다. 위기가 있었는데 뒤에서 막아줬다. 그때는 내려오고 나서 좀 떨리더라. (임)기영이 형이 7이닝 잘 던졌는데 내가 못해서 물거품이 될까봐 그랬다. 결승전가서 일본을 이기고 싶다는 마음 있었는데, (장)필준이 형이 잘 막아줬다.
-결승전 선발이 박세웅이었는데, 팀 동료로서 어떤 마음이었나.
▲(박)세웅이가 잘할거라 생각하고 믿고 있었다. 잘 막지 않았나. 나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원래 멘탈이 좋은 친구이긴 한데 내가 한 살 형이다보니 스트레스 받지 않을까 걱정했다. 체력이 많이 떨어져 있는 상태여서 걱정이 많이 됐었다. 그래도 잘 했던 것 같다.
-이번에 친해진 선수가 있나.
▲한승택을 꼽을 수 있겠지만 사실 다 친해졌다. 우리끼리 단합이 잘 됐다.
-94년생들의 특징이 있나.
▲성격은 다들 잘 맞았다. 다들 무덤덤한 성격은 아니다. 다들 빼려하지도 않고 단합도 잘 된다. 마음이 잘 맞는다. 대표팀 끝나고 중식당가서 다같이 밥도 먹었다.
-kt 정현이 박진형은 말이 많은 선수라고 폭로했다. 정현은 어떤 친구인가.
▲착한 친구인 것 같다(웃음). 그런데 저번에 같이 밥 먹기로 해놓고 혼자 먹더라. 조만간 연락 한번 할 생각이다.
◇팬들의 '고생했다'는 말, 뿌듯했던 가을야구
-롯데가 2016 후반기를 휩쓸었다. 느낌이 어땠나.
▲야구가 정말 재밌었다. 팬 분들도 많이 와주시니 야구가 더 재밌었다.
-후반기에 잘 해서 응원도 많이 받았다.
▲전반기에 (장)시환이 형, (박)시영이 형이 잘해줬는데 뭔가 미안했다. 나만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마음이 좋지 않았다.
-가을야구도 했다.
▲되게 뿌듯했다. 기분도 좋았다. 5년 만에 가을야구 아닌가. 내가 입단했던 시즌 포함해서 처음이었는데 정말 좋았다.
-포스트시즌은 분위기가 다르다. 만원관중 앞에서 던지면 더 힘이 나나.
▲애국가 끝날 때부터, 응원소리부터 다르다. 그때는 약간 두근거림이 있다. 그게 끝이었다. 1차전에서 1루 커버를 들어가지 않아 실수했다고 생각했고 무조건 막겠다고 다짐했다. 더 필사적으로 했고 결국 막았다. 짜릿했다.
-팬들의 응원, 칭찬 많이 들었을텐데.
▲사복 입고 다니면 원래 잘 못 알아보신다. 유니폼 입을 때랑 많이 다른가보다. 가을야구는 한 팀만 하는 거라 다른 팀 팬들도 많이 보지 않나. 대표팀도 가서도 그런 덕분에 더 알아봐주신 것 같다. 고생했다고 많이 해주셨다. 정말 감사하다.
-롯데 팬들의 응원은 남다르다. 응원이 주는 힘이 있나.
▲있다. 하지만 벤치에 앉아있을 때는 힘을 받고, 마운드에서는 잘 안 들린다. 집중하기 때문이다.
-민병헌이 롯데에 왔다. 팀 전력이 더 좋아졌다.
▲당연하다. 원래 외야는 좋았는데, 더 좋아진 것 같다. 내가 상대했을 때 좀 힘들었다. 두산에 강타자들이 많은데 그 선배들보다 민병헌 선배가 제일 힘들었다. 뭔가 내 공을 다 칠 것 같은 느낌이었다. 어차피 이제 우리 팀 됐으니까 괜찮다(웃음).
-대신 강민호가 떠났다. 상대로 만났을 때 대비책은 있나.
▲'안타 치면 데드볼이다' 라고 얘기 했다. 동생 볼 칠거냐고, 안타 치면 데드볼이라고 했다. PT를 같이 하는데 올해 진짜 중요한 시기니까 제발 치지 말라고 부탁드린다고 했다. 아시안게임도 있고, 한 해씩 성과를 보이고 있는데 더 잘해야 하지 않겠나. 올해는 특히 아시안게임도 있으니 선동열 감독님께 잘 보여서 좋은 기회를 받아 결실을 맺고 싶다.
◇롯데 역사에 남는 레전드·우승 멤버가 꿈
-내년 목표는?
▲올해도 불펜으로 뛸 것 같다. 우선은 부상 없이 시즌을 소화하고 싶다. 한 시즌 다 뛴다고 하면 20홀드. 10홀드는 이미 했으니, 지난 성적보다는 좋았으면 좋겠다.
-팀 우승과 투수 골든글러브 중 하나를 고르자면?
▲팀 우승이다. 골든글러브도 개인의 영광으로 보면 좋지만, '우승 멤버' 타이틀을 갖고 싶다. 후에 우승을 추억할 때 우승을 일궈냈던 선수로, 그런 역사에 남는 선수가 되고 싶다.
-다음 개띠 해인 12년 뒤에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롯데의 레전드 겸 건물주일 것이다(웃음). 그때까지 선수 생활 하면서. 송승준, 손승락 같은 선배가 되어서 후배들에게 좋은 모범이 되고 싶다.
lobelia12@xportsnews.com / 사진=엑스포츠뉴스DB, 롯데 자이언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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