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01.21 13:56 / 기사수정 2009.01.21 13:56
[엑스포츠뉴스=이순명 기자] 삼국지에서 조조는 희대의 간웅이라 불린다.
원술을 토벌하기 위해 수춘성을 에워싸던 조조는 군량이 줄어들자 군량의 보급을 줄인다. 보급이 줄어들자 턱도 없이 부족한 배급에 병사들이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자 조조는 군량담당관이던 왕후의 목을 베고 책임을 돌린다. 그 목을 보고 병사들은 환호했고, 그 기세를 몰아서 조조는 수춘성을 점령할 수 있었다.
이번에 있었던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카카를 통한 언론 플레이를 생각하자면 이런 조조의 일화가 오버랩된다.
카카 이적설, 누구에게 득이 되었나?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겨울 이적 시장의 '폭풍'은 카카가 자신의 집 앞에 모인 AC밀란 팬들에게 자신의 유니폼을 흔들어주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팬들은 모두 기뻐하며 '카카 만세! AC밀란 만세!'를 외쳤고, 이적건을 종결시킨 베를루스코니 총리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AC밀란측은 이런 이적을 중단시킨 것은 카카 본인의 '밀란에 남겠다는 의지'와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결정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이야기가 조금 다르게 흘러갔다. 이적협상의 반대쪽 테이블에 위치한 맨체스터 시티 측에서는 자신들이 그런 제의를 한 적이 없다고 밝힌 것이다. 오히려 협상을 중단한 것은 AC밀란측이 아닌 자신들이라는 것이다. AC밀란이 너무 무리한 제의를 해왔기 때문에 중단했다는 것이다. '1억 유로'라는 천문학적인 제안을 제시했다고 한 맨체스터 시티이기에 그들의 그런 반응은 의외로 다가왔다.
그러나 카카 이적설의 진행을 되짚어 본다면 맨체스터 시티의 반응도 이해할 만하다. 가장 먼저 카카의 이적 소식을 알린 것도 '이탈리아 언론'이었고, 카카를 팔 수밖에 없다는 뉘앙스를 풍긴 것도 '베를루스코니'였다. 그러나 카카를 돈 때문에 팔 수는 없다고 말한 것도 '베를루스코니'였다. 모든 것은 이탈리아 내에서 이루어졌고, 결말을 맺었다.
한 가지 알아두어야 할 사실은 베를루스코니는 이탈리아 시청률 1위의 민영방송 '미디어셋' 3개 채널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과 그 밖에도 이탈리아의 신문사, 출판사, 영화사, 광고회사 등 미디어 전반에 걸쳐서 그의 손길이 닿아있다는 사실이다. 그가 원한다면 그의 입맛에 맞는 방송이 송출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결과적으로 이번 이적설로 득을 본 것은 자신의 '밀란맨' 이미지를 확고하게 한 카카일 것이다. 그러나 카카를 넘어서 그 뒤에 있는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최고의 수혜자 일 것이다. 이번 시즌 시작전 호나우디뉴와 쉐브첸코의 무리한 영입으로 비난을 받던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카카를 지킴으로서 '밀라노의 수호신'이 된 것이다.
왜 이런 식의 행동을 보였을까?
베를루스코니가 원한 것은 '인기'였다. 대중의 지지가 필요했던 것이다. 마치 삼국지의 조조가 승리하기 위해 불만요소를 다른 곳으로 돌렸던 것처럼, 베를루스코니는 '맨체스터 시티'를 잡은 것이다.
실제로 맨체스터 시티와 AC밀란간의 합의는 굉장히 깊숙이 이뤄졌다고 한다. 그러나 양측의 이견이 나오는 부분은 '1억'이라는 숫자이다. 맨체스터 시티측은 단위가 유로이든 파운드이든 그런 숫자에는 다가간 적이 없었다는 입장이었지만 AC밀란은 부인하지 않았다.
숫자가 커질수록 긴장감은 고조되게 되어있다. '1억'이라는 숫자가 나온 이후 이적시장은 모든 화두는 밀라노로 향했다. 베를루스코니가 노린 것은 바로 그것이 아니었을까.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언론장악'의 힘으로 이탈리아 총리의 자리에 올랐다. 누구보다도 언론플레이에 대해 가장 잘 이해하고 있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카카 이적에 관련한 '해프닝'은 단지 축구에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의 지지 기반인 밀라노에 대한 정치적인 인기몰이에도 한 몫을 했다. 그의 당 이름인 'Forza Italia'와 같이.
현대 사회는 고도화되고 있어서 순수한 것이 남아 있기 힘든 사회라고 한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는 너무 많은 외부 자본의 유입으로 인해 순수함을 잃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리고 카카의 이적은 그저 한 선수의 지극한 팀 사랑이라는 결말로 끝내기에는 석연찮은 부분이 있다. 정치적 문제의 개입이다.
삼국지의 조조는 필요에 의해서 자신의 부하를 베었고, 헌제를 옹립함으로 명분을 얻었다. 과잉해석은 좋지 않겠지만, 카카를 앞에 세우고 활짝 웃고 있을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모습을 보면서 조조가 떠올랐다는 것은 비약일 뿐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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