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01.14 12:19 / 기사수정 2009.01.14 12:19
사실 풀럼에서 전력 외 선수로 분류된 설기현의 이적은 이번 겨울 이적시장의 필수조건이었다. 시즌 초반 부상으로 결장한 앤디 존슨을 대신해 바비 자모라와 최전방 투톱으로 활약하며 골까지 기록했던 설기현은 존슨의 복귀 이후 후보로 밀리기 시작했고 이제는 벤치멤버에서도 밀려난 상태다. 때문에 설기현은 무조건 다른 팀으로 이적해야 했다.
그러나 설기현의 사우디아라비아행은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설기현 입장에서는 “나는 뛰고 싶을 뿐이고, 사우디 이적은 지도자 생활에 도움이 뿐이고”라고 외칠지 모르겠으나 그러기엔 혈혈단신 유럽으로 떠나 지금까지 싸워 온 그의 열정이 너무나도 안타깝다. 오일 파워를 앞세운 높은 주금 때문일까? 아니면 유럽 클럽들의 관심이 없었던 것일까? 조금은 허망한 그의 결정에 쓸데없는 의구심만 생길 뿐이다.
1. 사우디행이 지도자 생활에 도움이 될까?
한 언론사와 지쎈의 인터뷰 내용에 따르면 “설기현이 은퇴 후 지도자 생활을 계획하고 있어 이번 이적은 아시아 무대에서 자주 만나야 하는 중동을 아는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판단했다.”고 한다. 설기현이 다른 선수들에 비해 유럽 무대 경험이 많기는 하나, 지도자를 꿈꾸는 대부분의 선수들이 은퇴를 앞두고 유럽을 찾는 것과는 상반된 입장이다.
분명 올 해로 30살이 되는 설기현의 나이는 축구 선수로서 결코 적은 나이는 아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벌써부터 하락세를 걱정해야 하는 나이가 아닌 것도 사실이다. 물론 설기현의 중동 경험이 향후 한국 축구에 큰 도움이 될 지도 모른다. 또한 이번 사우디행이 본격적인 지도자 수업을 위한 첫 발판이라면 분명 박수 받을 일이다. 그러나 아직은 지도자를 준비하는 설기현 보다는 ‘설기현 선수’가 더 어울리는 시기가 아닐까.
2. 유럽에서 관심을 보였던 클럽이 없던 것은 아닐까?
올 시즌 설기현에게 관심을 보였던 클럽은 헐 시티뿐이다. 그것도 구체적인 대화가 오간 것이 아닌 정말 관심 그 자체였다. 이번 겨울 이적시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오랫동안 경기에 출전하지 못한데다 그로인해 뚜렷한 개인성적을 내지 못하며 자신을 충분히 어필하지 못했다. 자연스레 프리미어리그 하위권 클럽은 물론 챔피언십(2부 리그)에서 조차 설기현에게 관심을 드러내는 ‘루머성 기사’는 찾아 볼 수 없었다.
그렇다면, 설기현의 사우디행은 최선의 선택이자 유일한 선택이 아니었을까? 어쩌면 유럽 내 다른 클럽들의 이적 제의가 없는 설기현에게 남은 선택은 풀럼 잔류뿐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사실상의 ‘시즌 아웃’ 선언과도 다름없는 선택이다. 6개월을 풀럼에서 무의미하게 지내는 것 보다는 알 힐랄 이적을 통해 향후 지도자 생활을 위한 새로운 경험을 쌓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는지도 모른다.
3. 알 힐랄에서 주전을 보장 받은 것일까?
대표팀을 통해 중동 원정을 경험했다고는 하나 설기현에게 사우디아라비아 리그는 생소하다. 때문에 알 힐랄 이적이 곧 설기현의 성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동작이 큰 유럽형 축구를 구사하는 설기현과 달리 사우디아라비아는 기본적으로 개인기를 바탕으로 세밀한 축구를 한다. 이러한 스타일의 차이는 설기현이 새로운 리그에 적응하는데 적잖은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게다가 이는 곧 주전경쟁으로 이어지게 된다. 알 힐랄은 사우디아라비아 최고 명문 클럽이다. 정규리그를 11차례나 우승했고 아시아 무대에서도 수차례 정상을 밟는 등 결코 만만치 않은 전력을 갖춘 팀이다. 설기현이 컨디션을 끌어 올리지 못하고 헤맨다면 제아무리 유럽리거라 할지라도 주전을 보장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익숙한 유럽 보다 적응에 더 애를 먹을 수 있는 설기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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