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01.09 02:01 / 기사수정 2009.01.09 02:01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8일 오후 구미 박정희체육관에서 벌어진 천안 흥국생명 스파이더스와 구미 도로공사의 경기는 표면적으로 볼 땐 재미있는 경기였습니다. 그러나 여러모로 관전하기 불편한 경기였죠. 코트에서 뛰는 선수들이 잔뜩 어두운 표정을 가지고 경기에 임했으니 보는 이들도 편할 리가 없었습니다.
흥국생명은 2008~2009 시즌이 개막되고 나서 좋은 성적을 유지해왔습니다. 그리고 현재까지 GS 칼텍스와 함께 공동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던 팀은 갑자기 사령탑을 교체했습니다. 감독 경질에 대한 구단 측의 이유는 부상 선수들에 대한 관리 소홀과 팀의 이미지가 황현주 전 감독과는 맞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배구 팬들 사이에서 흥국생명의 황현주 전 감독은 많은 논란을 가지고 있던 감독입니다. 그러나 황 감독에 대한 논란이 어떻든 간에 시즌 도중 감독이 바뀌는 일은 상식 이하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습니다. 그것도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는 팀의 사령탑을 한순간에 경질한 처사는 도저히 이해하지 못할 일이라는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구단 측은 팀의 발전과 쇄신을 위해 내린 결정이라고 했지만 팀의 분위기는 가라앉았습니다. 아니, 황 전 감독이 경질되기 이전에 밝게 웃으면서 활기찬 경기를 펼치던 선수들의 표정에 의욕마저 사라져버렸습니다.
시즌 도중에 감독이 교체되었으니 새로운 팀 분위기를 만들어나가려면 시간이 필요하겠죠. 그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열정이 사라진 선수들이 펼치는 플레이를 결국엔 팬들이 관전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느닷없이 새롭게 영입된 감독이 팀을 장악하려면 아직도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일개 아마추어의 경기가 아닌 프로 팀의 경기입니다. 경기를 보기 위해 돈을 지불하고 들어온 팬들을 생각한다면 이러한 경기가 많아져서는 안 되겠죠.
이제 프로출범 5년째로 접어드는 프로배구가 팬들에게 제대로 어필하려면 '프로'다운 경기를 지속적으로 펼쳐야합니다. 축구와 야구에 비해 상당히 적은 연봉을 받는 배구이지만 억대 연봉선수들이 증가하는 추세에서 이런 경기가 속출한다면 팬들은 어느새 등을 돌릴지도 모릅니다.
진정한 프로리그란 단순히 간판만 '프로'라고 내걸어서는 안 됩니다. 프로라는 명칭에 걸맞은 근성 있고 멋진 승부를 펼쳐야 비로소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8일 있었던 흥국생명과 도로공사의 경기는 어딘가 이러한 부분이 부족해 보였습니다.
물론, 선수와 구단 입장을 생각해 볼 수도 있습니다. 황현주 감독은 흥국생명 선수들에게 신임을 얻어왔습니다. 그러나 미운정 고운정이 잔뜩 든 감독이 하루아침에 떠났으니 선수들의 심정은 오죽이나 할까요. 이번 시즌을 준비하면서 함께 흘렸던 땀과 눈물을 생각하면 아쉬움은 쉽게 지워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미 많은 보도가 나갔지만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속사정도 존재할 것입니다. 현재 황현주 전 감독은 사령탑에서 물러났고 이승현 신임 감독도 팀 적응을 위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입니다.
팬들이 선수들과 지도자의 단결을 볼 수 있는 가장 좋은 장면은 바로 작전시간 때입니다. 흥국생명의 작전 시간은 아직까지는 참으로 어색하기만 합니다. 시즌을 앞둔 시점도 아닌,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팀을 새롭게 단결시키는 일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정신적인 부분과 육체적인 부분에서 여러모로 쳐져있었지만 흥국생명의 선수들은 나름대로 선전하면서 결국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그러나 팀 내의 사정과 문제를 지나치게 경기력까지 드러내서는 곤란하겠죠.
'프로'란 명칭은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닙니다. 진정으로 배구를 보기위해 표를 구입해서 들어온 팬들을 조금이라도 의식한다면 어느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구단 운영과 선수 관리도 '프로'에 걸맞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아무리 아픈 문제라도 시간이 해결해 준다는 말이 있습니다. 흥국생명이 새롭게 팀을 정비하려면 현재와 같은 어수선한 분위기를 하루빨리 극복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항상 팬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프로'란 명칭에는 무거운 '책임감'이 붙어있기 때문입니다.
[사진 = 흥국생명, 황연주 (C) 강운, 이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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