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덕춘과 싱크로율 점수요? 100점이요. 제가 연기했잖아요!(웃음)"
웹툰 속에서 그대로 나온 것 같은, '신과함께'가 영화로 제작된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캐스팅 소식이 알려진 이후 예비 관객들 사이에서 '싱크로율 100%'라는 찬사를 받았던 배우 김향기가 해맑은 웃음과 함께 영화와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주호민 작가의 동명 인기 웹툰을 바탕으로 한 영화 '신과함께-죄와 벌'(감독 김용화)은 저승에 온 망자가 그를 안내하는 저승 삼차사와 함께 49일 동안 7개의 지옥에서 재판을 받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지난 20일 개봉해 30일 70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 속도를 높여가고 있다.
'신과함께' 개봉 후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향기는 핑크색 니트에 머리를 곱게 묶은 발랄한 모습으로 인사를 건넸다. 웹툰 속 덕춘처럼 바가지 스타일로 잘랐었던 머리카락은 어느덧 단정히 묶일 만큼 다시 자라났다. 지난 1년간 '신과함께'와 함께 했던 시간의 흐름을 김향기의 외모 속에서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김향기는 '신과함께' 출연 제안을 받았을 당시를 떠올리며 "처음에 제가 덕춘이가 됐다고 연락 주셨을 때, 일단 감독님과 미팅을 했거든요. '한 번 와줬으면 좋겠다' 해서 대표님과 만났었는데, 그 자리에서 굉장히 맘에 들어해주셔서,(웃음) '우리 함께 도전해보자'라고 말해주시더라고요. 그 '도전해보자'는 얘기가, 그 순간에 정말 딱 심쿵하는 거예요"라며 웃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그래, 도전해보자. 열심히 하자'고 마음을 먹었고, 그렇게 덕춘이 되기 위한 준비를 이어갔다. 워낙 유명했던 웹툰인 '신과함께'지만, 김향기는 웹툰이 연재될 당시 초등학교 저학년이었기에 온전히 웹툰을 접하지는 못했다. '신과함께'에 출연이 결정되고 출판된 책 전권을 구입했고, 그렇게 '신과함께' 속에 차근차근 빠져들었다.
"원작이 있는 작품이기 때문에 웹툰을 보고 시나리오를 보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거든요. 정말 그 자리에서 다 읽었었어요. 작가님이 천재이신 것 같다고 생각했죠.(웃음) 그리고 웹툰에서의 그림체가 굉장히 단순하지만, 덕춘이가 사랑스럽고 매력 있는 캐릭터라는 것은 느껴지더라고요. 그리고 거의 바로 시나리오를 읽었는데, 사실 저는 웹툰을 정말 재미있게 봐서 달라진 점을 비교하면서 보게 될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전혀 그게 생각 안 나고, 시나리오대로 술술 읽혔죠. 저는 시나리오 자체만으로도 굉장히 즐겁게 봤던 기억이 남아있어요."
덕춘 캐릭터와의 싱크로율을 묻는 얘기에 김향기는 크게 소리 내 웃으며 "100점 줘야죠, 제가 덕춘 역할을 했는데"라고 자신 있게 답했다.
대부분이 VFX 효과로 이뤄진 '신과함께' 속 연기에 대해서는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고 다시 한 번 미소 지으며 "그린 매트에서 촬영하면서 삼촌들과 같이 호흡을 맞추게 되잖아요. 그러다보니 상상력을 필요로 하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그것을 바탕으로 또 좀 더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것 같아서 즐거웠고, 저는 사실 삼촌들보다 액션도 적고 하니 고생을 덜 한 편이죠"라고 전했다.
하정우, 주지훈, 차태현 등 함께 연기했던 이들을 떠올린 김향기는 그 중 차태현을 다시 언급하며 "칼을 휘두르고 원귀와 싸우는 액션도 어렵잖아요. 그런데 (차)태현 삼촌은 또 그와 다른, CG에 맞는 연기라고 해야 할까요. 어디에 묶여있거나 물리거나 끌려 다니거나 이런 상황을 연기하셔야 했어요. 그 묶여있다는 게 (실체가 보이지 않는데) 스스로 자신을 묶어놓아야 하는 것이잖아요. 그래서 힘드셨을 것 같았고, '이걸 어떻게 표현하실까' 많이 생각했는데 현장에서 보고 정말 깜짝 놀랐어요. 영화에서 CG가 입혀진 것을 보고 딱 맞아떨어진 모습을 보니 정말 대단하다 싶었죠"라고 말했다.
강림(하정우 분), 해원맥(주지훈)과 함께 삼차사 중 막내로 따뜻한 심성과 여린 마음을 가진 덕춘은 망자들이 이승에서 지은 죄를 읽어내는 신통한 능력으로 재판을 든든히 보조하고, 때로는 강림의 부재 시 직접 변론에 나서기도 한다. 나이는 어리지만 진심 어린 연민과 공감으로 망자를 대하고 그들의 환생을 바라는 모습은 김향기의 감성이 더해지면서 보는 이들의 몰입도를 높인다.
김향기는 다시 한 번 차태현과의 호흡을 얘기하며 "덕춘이가 자홍(차태현)에게 굉장히 감정이입을 많이 하잖아요. 그런 부분에 있어서 실제로 자홍과 교류가 많이 이뤄져야 되는 상황이고, 그런 장면들이 많은데 태현 삼촌 옆에서 삼촌이 자홍으로서 연기를 하고 대사를 하시는 것을 들으면 저절로 빠져들어요. 그래서 제가 덕춘으로 감정 이입을 하는데 삼촌이 도움을 많이 주셨죠"라고 고마움을 표했다.
덕춘을 표현하기 위해 대사 연습부터 차근차근, 감정을 쌓아 올려갔다.
"굉장히 보통 사람에게는 나올 수 없는 그런 감정들을 많이 표현하는 것 같아요. 어찌 보면 살짝 오버스럽다고 할 수도 있는데, 그게 오히려 덕춘이라 가능하다고 생각해서 그것을 자연스럽게 표현하고 싶었고요. 일상에서 잘 쓰지 않는 대사 같은 것도 있지만 그것 역시 덕춘이라 할 수 있다고 생각했죠. 대사 연습을 더 열심히 해서, 자연스럽게 해야겠다 싶었어요."
김용화 감독의 도움을 받은 부분도 있다. 김향기는 "감독님은 굉장히 적극적이세요"라고 밝히면서 "원작 속 덕춘이의 캐릭터를 잘 살리자는 것을 감독님도 원하셨기 때문에, 목소리 톤이나 억양, 어조, 그런 것들도 조금씩 설명해주셨고 고칠 부분에 대해서도 말해주시고요. 아무래도 CG가 많다 보니 상상해야 되는 부분과 시선, 액션 등 서로 맞춰야 하는 부분이 많았는데, 적극적으로 표현해주면 좋겠다고, 많이 도움을 주셨죠"라고 얘기했다.
불길이 타오르는 지옥부터 동물의 털, 삼도천의 물처럼 VFX 효과를 이용해 실감나게 구현된 장면들을 보면서도 "너무나 인상 깊었었다"고 눈을 빛냈다.
영화는 후반부로 갈수록 덕춘의 감정이 고조되며 시선을 모은다. 김향기 역시 이 부분에 더욱 신경을 썼다.
"후반부에는 감정이 쌓아왔던 게 터지는데, 앞뒤 맥락에 맞지 않게 터지면 굉장히 어색하잖아요. 그런 것에 있어서 걱정을 했는데 그 중요한, 천륜지옥 마지막 신을 찍을 때 감독님이 (김)동욱 삼촌이 연기하신 끝부분을 보여주셨거든요. 그때 그 장면을 보면서 배우 분들과 저희 모두 다들 울었던 것 같아요. 동욱 삼촌 연기가 순간 확 와 닿아서, 그 장면을 보고 아무래도 표현하는데 좀 더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제가 생각했을 때는, 덕춘이도 일곱 지옥을 거치면서 같이 성장한다고 생각했어요. 망자에게 느꼈던 감정을 터뜨리면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대로 표현을 하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태현 삼촌과 염라대왕님(이정재), 그 상황에 이입이 많이 됐던 것 같아요."
'용서'라는 말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됐다. 김향기는 "용서가 어려워 보이지만 사실 내 스스로 마음을 조금만 열면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라고 말했다.
"저는 촬영 전에는 제게 큰 죄를 지은 사람을 어떻게 용서하나,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생각이 컸는데, 사람이라는 게 각자가 느끼는 감정이 있고 다른 생각이 있고요. 또 같은 상황이어도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렇다 보니까 이 사람이 왜 이런 행동과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나를 생각하면 용서도 굉장히 쉬운 일이 아닐까 싶었죠. 마음을 조금만 열면 용서도 쉬워질 수 있고, 그 사람을 이해하는 것과 용서가 많은 연관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게 됐어요."
김향기는 지난해 5월 촬영을 시작해 올해 3월까지 여정을 이어 온 '신과함께'를 통해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상황에 충실하자"는 생각을 얻었다고 전했다.
"제 성격이 소심하고 걱정도 많고 그래서 괜히 지나간 과거와 잘못된 과거, 실수한 과거를 생각하고,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컸었거든요. 아무래도 이런 생활(배우)을 하다 보니 성인이 됐을 때 다양한 경험을 하는 역할을 맡는 데 있어서 부담감이 컸는데 '신과함께'를 찍으면서 현재에 충실하자고 생각했죠. 상황을 즐기는 것도 굉장히 어려운 것 같더라고요. 지금 제 앞의 여러 상황들도 제겐 굉장히 행운이고, 즐거운 순간이라고 생각해요."
연기를 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큰 복이고,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힘이 생긴다고 덧붙였다. 김향기는 "제가 맡은 일들을 열심히 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따라오게 되고, 미래에도 좀 더 긍정적인 마음으로 나아가다보면 성장하는 데 있어서 좋은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려고 해요"라고 덧붙였다.
촬영 후 달라진 점을 얘기하며 엄마의 얘기도 꺼냈다. "또 한 가지는 제가 엄마와 굉장히 친하지만, 평소에 화도 많이 내고 짜증도 내는데 '가족이니까 풀리겠지'라고 생각하고 사과를 안 하고 그랬거든요. 그런데 작품을 찍고 나서는, 짜증을 내거나 하고 나면 마음이 찝찝해져서 소심하게 각자 방에 들어가 있을 때 문자를 보내고.(웃음) 그렇게 되더라고요"라고 전하는 김향기의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
"좋아하는 일을 하려면, 그만큼의 대가는 당연히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라고 전한 김향기는 올해의 마무리를 '신과함께'로 행복하게 마칠 수 있어 무엇보다 기쁘다는 마음과 함께 2018년에도 이어질 꾸준한 발걸음을 기대케 했다.
"제가 내년이면 열아홉 살이 되거든요. 올해 마무리가 또 내년으로 이어지는 데 있어 굉장히 중요한 지점이잖아요. 중요한 시기인데 마무리를 '신과함께'로 하게 돼서 굉장히 기뻐요. 새해가 되면 10대의 마지막인데, 많은 추억을 만들고 여러 가지 경험을 했으면 좋겠고요. 10대로서 할 수 있는 연기를 통해 내년에도 관객 분들과 만났으면 하는 마음이 있죠. (2018년에는) '신과함께' 2편도 있잖아요. 굉장히 재미있습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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