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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빌로 킬러 산드로, 천금의 역전골

기사입력 2005.04.21 13:23 / 기사수정 2005.04.21 13:23

이상규 기자

지금으로부터 4년전인 2001년 5월 26일 수원 종합 운동장에서 벌어진 아시안 클럽 선수권 대회 결승전 수원vs주빌로의 경기에서, 천금같은 결승골로 수원을 1:0의 우승으로 이끈 한 브라질 킬러가 있었다. AGAIN 2001이었을까. 이번에도 주빌로를 상대로 멋지게 역전골을 성공시켜 팀의 2:1 역전승을 이끌었다. 이제 '주빌로 킬러'로 치켜 세워야 할 정도로, 주빌로전에서 승리를 결정짓는 킬러의 면모를 과감히 과시했다. 그의 이름은 산드로. 2001년 정규리그 득점왕을 차지했던 킬러의 면모는 그대로 살아 있었다.

차범근 감독이 이끄는 수원이 20일 저녁 7시에 빅버드(수원 월드컵 경기장)에서 벌어진 AFC 챔피언스리그 E조 4번째 경기에서, 일본 J리그의 주빌로를 2:1로 꺾었다. 전반 4분에 이운재가 선방하는 과정에서 쳐낸 공이, 가까이에 있던 후지타 토시야가 왼발로 가볍게 선취골을 넣었다. 전반 42분에는 나드손과 키쿠치 나오야가 과열된 신경전을 벌이자, 말레이시아 국적 모하드 살리에 주심에 의해 퇴장 당했다.

주빌로와 함께 10명이 경기를 치른 수원은, 후반 17분에 김남일이 주빌로 골문에서 약 30m 정도 되는 거리에서 강하게 오른발 중거리슛을 성공시켜 1:1의 동점을 만들었다. 그리고 후반 40분에 김남일에게 날카로운 패스를 받은 산드로가 주빌로 왼쪽 진영을 재치있게 파고든 뒤에, 수비수 1명을 제치고 오른발로 강하게 극적인 역전골을 성공시켜 수원의 2:1 승리를 이끌었다.

이로써 수원은 주빌로전 승리로 승점 3점을 챙겼다. 호앙 안(베트남)과의 원정 경기에서 2:0으로 승리한 선전(중국)과 승점(10점)이 같으나 골득실에서 2골 차이로 밀려(선전 : +8, 수원 : +6), 여전히 E조 2위를 지키고 있다. 수원은 지난해 11월 10일 전북전 2:1 승리 이후, 홈경기 9연속 무패 행진(7승2무)을 이어가게 되었다. 한편 승점 3점을 기록중인 주빌로는 앞으로 2경기 남은 가운데, 수원전 패배로 대회 8강 진출이 무산 되었다. 


교체 선수 투입으로 공격력 강화

▲ 수원과 주빌로의 경기장면
ⓒ2005 엑스포츠뉴스 박효상
3-4-1-2 대형의 수원은, 상대팀 전력에 대해 연구를 많이 했다고 밝힌 주빌로에게 전반 4분에 후지타 토시야에게 선취골을 내주면서 매끄러운 경기 운영을 풀어가지 못했다. 주빌로의 매서운 중앙 공격을 미드필드진부터 느슨하게 봉쇄했던 것이 큰 화를 봤다. 전반전 공격력도 잘 안풀렸다. 주빌로가 공격형 미드필더 안효연과 '나드손-김동현' 투톱으로 전개되는 공격을 활발하게 끊었고, 미드필드진이 수비진과 간격을 좁히면서 수원 공격 삼각편대를 구성하는 선수들이 공격 펼칠 수 있는 공간을 좁혀 놓았다.

수원의 공격력이 전반전에 대체적으로 부진했던 또 다른 이유는, 안효연의 공격형 미드필더 포진과 연관이 깊다. 안효연은 2선에 있는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경기 장악도가 떨어지고, 3선에서 패스 받을때의 위치가 좋지 않다보니 볼 터치가 적은 편이다. 그리고 상대팀에게 여러차례 공을 빼앗기는 문제점이 드러났다. 이렇다 보니 '나드손-김동현' 투톱 뒷 공간에서 활발하고 정확하게 공격을 연결시키지 못했다. 전반 30분 이후에는 주빌로 선수들에 의해 더욱 철저하게 고립 되었다. 전반 42분에는 나드손이 키쿠치 나오야와 신경전을 벌인끝에, 동반 퇴장 당했다.

0:1로 전반전을 마친 수원은, 후반전이 시작하기 전에 오른쪽 윙백 이병근을 빼고 왼쪽 윙 포워드 김대의를 투입하여 공격력을 강화했다. 3-4-2 대형에서, '김대의-김동현-안효연'의 3톱을 앞세운 3-3-3 대형으로 전환했다. 주빌로가 전반전에 비해 후반전에 수비에 더 치중을 두면서, 수원이 공격을 점유하는 빈도가 높아졌다. '최성용-김남일-김진우'로 짜인 2선이 활발하게 공격 지향적인 경기 운영을 펼치면서 3톱을 향해 공격 기회를 활발하게 연결하자, 3톱이 매서운 공격력을 펼쳤다. 김대의와 안효연이 좌우 측면에서 빠른발을 통해 주빌로 측면 수비진을 무너뜨렸고, 김동현은 터프한 몸싸움과 육중한 체격(188cm/85kg)을 앞세워 주빌로 수비진을 마구 흔들었다.

수원은 주빌로 선수들을 상대로 위협적인 파상 공세를 펼쳤고, 전반전에 견고했던 주빌로 진영은 위축된 면모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마침내 후반 17분에 김남일이 중거리슛을 시원스럽게 성공시켜, 경기의 페이스는 사실상 수원쪽으로 기울어졌다. 김남일이 골을 성공 시킨지 얼마 되지 않아 김두현이 김진우를 대신하여 투입 되면서, 중앙 공격력이 더 살아났다. 부지런히 움직인 김두현이 3톱을 향해 한박자 빠르고 묵직한 패스를 활발하게 연결하면서, 3톱에게 향하는 공격 기회가 많았다. 수원은 김두현이 투입된 이후, 주빌로 미드필드진을 확고하게 장악했다.

후반 25분에는 안효연을 빼고 산드로를 투입하면서, 교체카드를 모두 다 다 썼다. 교체 투입된 세명(김대의, 김두현, 산드로)이 공격 지향적인 선수라는 점에서, 역전을 위해 공격력을 끊임없이 강화했다. 산드로가 투입 되면서 '산드로-김동현-김대의'의 3톱이나, 산드로가 2선으로 내려가면서 '김동현-김대의'의 변형된 공격 삼각편대를 구축하면서, 주빌로 선수들의 힘을 빼놓았다. 특히 이날 컨디션이 좋은 산드로의 빠른 돌파가 계속 이어지자, 산드로를 방어하는 주빌로 선수들의 수비력이 점점 저하 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산드로가 후반 40분에 주빌로 진영쪽으로 빠르게 쉐도하는 과정에서, 주빌로 선수를 제치고 역전골을 성공 시켰다. 수원의 선수 교체는, 공격력 강화 뿐만 아니라 역전승에 커다란 원동력으로 이어졌다. 나드손이 퇴장당한 어려움 속에서도 적절하게 교체 선수를 기용한 것이, 승부에 결정적인 영향으로 작용했다.


산드로의 역전골, 의미가 크다

▲ 역전골 넣기 직전에 오른발 슛 날리는 산드로
ⓒ2005 엑스포츠뉴스 김인영
얼마전까지 2군에서 몸을 회복 시켰던 산드로는 주빌로전 역전골로 팀의 승리를 결정적으로 이끌어, 킬러의 면모를 다시 되찾았다. 중요한 경기에서 역전 결승골을 넣은것은, 앞으로 해당 선수가 맹활약 펼칠 수 있는 자신감을 향상 시키는 원동력으로 작용하게 된다. 그런 점에서, 앞으로 산드로의 맹활약까지 기대해 볼 수 있다. 주빌로전 역전골을 통해, 축구팬들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다시 향상 시켰을 것이다.

앞으로 1군에서의 팀내 입지도 상승하게 되었다. 차범근 감독은 주빌로전이 끝난뒤에 가진 인터뷰에서, 당분간 산드로가 나드손의 출전 정지 공백을 메꿀 것 같다고 밝혔다. 산드로가 나드손과 비슷한 성향의 공격 스타일을 갖춘 점에서, 앞으로의 활용도가 점점 높아졌다. 산드로는 2001년 정규리그 득점왕으로 검증이 되었듯이 나드손과 같은 골잡이다. 빠른발과 뛰어난 개인기를 앞세운 공격력은 나드손과 유사하다. 앞으로 컵대회 경기에서 나드손이 부진하면, 산드로가 교체되어 팀 공격력에 활력을 불어 넣을 수 있다.

전성기 시절의 산드로는 상대팀 수비수들에게 좀처럼 힘에서 밀리지 않으려는 과감성을 발휘했다. 여기에 상대팀 문전에서 공간 침투와 뛰어난 위치선정까지 빛을 발휘하면서, 상대팀 수비진을 단번에 무너 뜨렸다. 몸싸움과 바디 밸런스가 좋다는 점에서, 몸싸움이 약한 나드손의 단점을 충분히 덜어낼 수 있다. 또한 나드손 보다 12cm 큰 이점이 있다.(산드로 : 182cm, 나드손 : 170cm) 나드손의 대체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고, 나드손의 파트너 또는 경쟁자 역할까지 가능하게 되었다.

정신적인 부분에서도 플러스 효과가 나타났을 것으로 보인다. 산드로는 지난해 성추행 혐의로 올해초 일본 법정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3년의 판정을 받은 뒤, J리그 제프 이치하라에서 다시 수원으로 돌아왔다. 그동안의 마음 고생을, 주빌로전 역전골로 훌훌 털었을 것이다. 복귀전 이었던 지난 3월 16일 선전전 부진과, 그 이후 2군에 내려갔던 마음 고생도 털었을 것이다. 이제는 다시 수원에서 성공할 수 있는 자신감까지 성취했을 것이다.

이렇게 산드로의 주빌로전 역전골이, 산드로 본인에게 긍정적인 영향들을 가져다주게 되었다. 수원도 산드로의 전력적인 효과까지 얻었다. 그동안 AFC 챔피언스리그과 컵대회를 병행하면서 체력 부담을 안고 있었지만, 산드로의 1군 합류로 공격 삼각편대를 맡을 선수폭이 넓어 지면서 체력 부담을 최소화 시킬 수 있다. 결과적으로, 산드로의 역전골은 여러가지 면에서 의미가 크다.


수원vs주빌로, 출전선수 명단

-수원-
GK : 이운재
DF : 마토, 박건하, 곽희주
MF : 최성용, 김진우(후반 17분 김두현), 김남일, 이병근(후반 0분 김대의)
AM : 안효연(후반 25분 산드로)
FW : 나드손, 김동현
*대형 : 3-4-1-2(전반 42분 이후 3-4-2, 후반 0분 이후 3-3-3과 3-4-2를 나란히 병행)

-주빌로-
GK : 가와구치 요시카스
DF : 차노 다카유키, 김진규, 오이 켄타로우
MF : 니시 노리히로(후반 18분 무라이 신지), 하토리 토시히로, 후지타 토시야, 키쿠치 나오야, 오타 요시아키
FW : 마에다 료이치(후반 25분 로버트 굴렌), 가와구치 노부로(후반 5분 소 나루오카)
*대형 : 3-5-2(전반 42분 이후 3-4-2)

수원, 주빌로전 중요 포인트

-수원, 홈경기 9연속 무패행진(2004년 11월 10일 전북전 이후 7승2무 기록)
-박건하, 4월 13일 서울전 당시 박주영과의 충돌로 코뼈 골절상태에서 보호대 착용하고 출전 강행하는 부상 투혼 발휘
-김남일, 4월 13일 서울전 왼쪽 무릎 통증 등으로 울산전(4월 16일) 결장 이후 복귀
-산드로, 2002년 12월 15일 FA컵 결승전 포항전 골 이후 2년 4개월 만에 수원 소속으로서 골 기록
-관중 : 21,032명

E조 결과

호앙 안 0:2 선전(득점 선수 : 후반 32분 지마 오야올, 후반 35분 리 젠화)(경기 장소 : 지아라이 경기장)
수원 2:1 주빌로(득점 선수 : 후반 17분 김남일, 후반 40분 산드로/전반 4분 후지타 토시야)(경기 장소 : 빅버드)

E조 현재 순위

1위 : 선전 젠리바오(3승1무, 승점 : 10점, 8득점 0실점, +8)
2위 : 수원삼성 블루윙즈(3승1무, 승점 : 10점, 8득점 2실점, +6)
3위 : 주빌로 이와타(1승3패, 승점 : 3점, 7득점 4실점, +3)
4위 : 호앙 안 지아라이(4패, 승점 : 0점, 1득점 18실점, -17)


이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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