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한 달 넘게 마츠코가 돼 살고 있다. 아버지의 사랑을 갈구하는 딸부터 남자에게 배신당한 여인, 절망에 빠져 밑바닥까지 추락하고 마지막으로 사랑한 남자에게마저 외면당한 마츠코의 삶을 맞춤옷 입은 듯 연기한다.
가수 겸 뮤지컬 배우 아이비 이야기다. 그는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을 두고 운명적으로 찾아온 작품이라고 밝혔다.
“영화의 엄청난 팬이었어요. 제가 엽기 표정 같은 걸 좋아하거든요. 영화에서 주인공이 그런 표정을 많이 지어요. 아버지의 관심을 받거나 당황할 때마다 그 표정이 나오죠. 재밌고 코믹적인 요소가 제 취향이거든요. 주인공의 엽기 표정을 프로필 사진으로 올리면 다 전 줄 알더라고요. 예전부터 그런 말을 들었는데 운명적으로 이번 작품이 찾아와서 좋아요.
두산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은 일본 작가 야마다 무네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사랑받기를 꿈꾼 마츠코라는 여인의 기구한 인생을 그려냈다. 앞서 동명의 영화로도 큰 사랑을 받았다.
“처음 영화를 봤을 때 어떤 사람이 한두 번 정도 실수할 순 있지만 끝까지 저렇게 할까 의문이고 불쾌했어요. 남자들에게 맞고 마약도 억지로 하고 너무나 말이 안 되는 일들이 일어나잖아요. 사실 그녀의 결핍이 그렇게 끌고 갔어요. 질주하는 폭주 기관차 같은 그녀의 성향이 그렇게 만들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당했는데도 그런 남자를 만나는 이유는 본능적으로 자신이 쏟아 부을 대상을 선택했다고 생각해요.”
마츠코는 몸이 불편한 동생 때문에 단 한 번도 아버지의 사랑을 받지 못했다고 느꼈다. 애정 결핍이 있는 그는 사랑하고 사랑받을 대상을 찾는다. 제자 류 요이치의 도둑질을 뒤집어 써 선생님을 그만둔 그는 이후 마사지 걸, 미용사, 살인자, 죄수 등이 됐다. 이 과정에서 남자들에게 배신을 당하는 등 굴곡 많은 삶을 겪는다.
“멀쩡한 사람은 헌신적으로 올인하는 마츠코가 무서울 수 있어요. 하지만 마츠코는 사랑을 받고 싶어했는데 더 많이 주고 간 사람이에요. 주변에 배우들이나 친구들과 얘기를 나눠봐도 누구나 가족에서 오는 결핍이나 얻지 못할 결핍이 있더라고요. 말이 안 되는 얘기지만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에요. 대부분 결핍 때문에 많은 문제가 일어나죠. 류 료이치 역시 사랑을 받아본 적도 없는 사람이라 어떻게 줄지 몰랐던 거죠. 마츠코를 사랑했는데 표현 방법을 몰랐던 게 아닌가 해요. 그러니 오랜 세월이 흘러도 마츠코를 찾아다니고 그리워하는 것 같아요.”
아이비 역시 마츠코처럼 사랑은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그는 “열정적인 성향이 마츠코와 닮았다. (사랑하는 동안에는) 모든 걸 내주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마츠코가 더 애정 있고 와닿는다”고 털어놓았다.
마츠코의 옷을 입은 아이비의 눈빛과 몸짓, 연기 등은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 중극장에서 관객과 가까이 마주한 느낌이 남다르단다.
“이렇게 관객과 가까이 공연한 적이 처음이에요. 1열에 앉은 관객이 손을 뻗으면 닿을 정도로 무대가 가까워요. 처음에는 적응이 안 됐죠. 객석의 중간까지 다 보여서 벌거벗은 느낌이에요. 긴장이 너무 되는데 조금 익숙해지더라고요. 사실 아직도 무대 공포증이 있어서 약을 먹어요. 그래야 안 떨리더라고요. 고음이 되게 많아서 연습할 때부터 걱정을 많이 했거든요. 음역이 널뛰어서 노래가 되게 어렵고 부담되기도 했고요.
외모는 당당해 보이지만 가면 갈수록 '쫄보'가 되는 것 같아요. 세월이 지날수록 더 연약해지고 여려지고 작은 것도 민감하게 반응해요. 2005년 데뷔 영상을 보면 오히려 신인 때가 안 떨더라고요. 그땐 아무것도 몰라서 그랬던 것 같아요.” (인터뷰②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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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