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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수원]숨막혔던 혈투, 결국 무승부로

기사입력 2005.04.17 06:10 / 기사수정 2005.04.17 06:10

안희조 기자
 

씁쓸한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걸어나오는 유경렬의 표정이 이 경기의 아쉬움을 대변해 주는 듯 하다. 후반 종료를 알리는, 그리고 숨막히던 혈투의 끝을 알리는 심판의 휘슬소리가 울리자 양 팀의 선수들은 모두 그라운드위에 쓰러져 거친숨을 내쉬었다.  승자도 패자도 없는 1-1이란 스코어가 전광판에 덩그러니 세겨져 있었고 양 팀의 통산전적은 13승10무13패로 바뀌었다.


 16일 울산 문수경기장에서 벌어진 울산과 수원의 프로축구 하우젠컵 대회에서 양팀이 한 골씩 주고 받으며 1-1을 기록,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각각 3위와 4위를 달리고 있었던 수원과 울산은 승점 1점씩을 추가하는데 만족하며 3,4위를 그대로 유지했다. 

전반전, 김남일이 빠진 허리, 김정우-이호가 점령하다.


 따사하게 내리쬐는 토요일 오후 햇살아래 울산과 수원의 운명의 혈투는 시작되었다. 수원은 김동현을 선발로 내세우며 포스트 플레이를 통한 공격전술을 펼칠것을 예고했다. 김동현의 파트너로 김대의와 안효연을 번갈아 세웠고, 그 뒤편에는 김진우과 김두현이 나섰다. 


 한편, 울산은 조세권 유경렬 박병규를 3백으로 두고 유상철을 김진용과 카르로스의 뒤를 바치는 공격형 미드필더로 올리며 득점을 노렸다.  김정우와 이호는 김두현, 김진우와 맞닥들였다.


 전반전, 결과는 울산 전술의 압도였다. 김동현의 플레이는 조세권에 막혀 이렇다할 모습을 보이지 못했고 포스트 플레이 전술을 키로 잡은 수원의 공격은 방향을 잃고 표류했다. 김남일이 컨디션 난조로 자리를 비운 중앙미드필더 역시 울산의 승리였다. 김정우, 이호 콤비는 강한 압박과 원할한 볼배급, 적절한 커버플레이를 선보이며 경기의 흐름을 울산이 가지는데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  


경기 후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김진용
 결과는 전반 초반 나타났다. 미드필더 중앙에서 벌어진 볼다툼에서 유상철이 공을 빼냈고 그 공을 이어받은 김정우가 PA오른쪽의 김진용에게 연결, 완벽한 찬스를 맞이한 김진용은 이운재의 오른쪽을 파고드는 왼발 땅볼슛으로 선제골을 뽑아냈다.  지난 시즌 데뷔하며 좋은 모습을 보였던 김진용은 시즌 4호골을 기록하며 득점순위 2위로 올라섰다.


 실점 이후 반격에 나선 수원이었지만 골문 앞까지 가는 공격전개가 매끄럽지 못했다. 문전까지는 공이 연결 되어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어도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측면에서도 송종국과 최성용이 현영민, 박진섭을 압도하지 못하며 답답한 경기를 이어갔다.  결국 전반전이 끝난 시점 수원의 슈팅수는 0에 머물러 있었다.


 울산 역시 공격 마무리에서 아쉬운 모습을 보이며, 더 이상의 추가득점에 실패했다.
 그러나 양팀은 미드필더에서 템포가 빠른 공격을 주고 받으며 팽팽한 긴장의 끊을 놓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후반전-두 개의 변수, 경기의 흐름을 바꾸다.


 양 팀 선수들은 전반 초반부터 치열한 신경전을 벌어며 이 경기의 승부에 대한 강한 집착을 드러냈다. 특히 조세권-김동현, 카르로스-무사,마토, 김진용-곽희주 등은 경기내내 맞닥들이며 서로의 신경을 자극했다. 결국 팽팽하게 이어지던 양 팀 선수들간의 긴장의 끈은 후반 7분 카르로스의 퇴장으로 극에 다다랐다.


  양팀 모두 선수교체없이 맞이한 후반전,  역시 울산의 상승세가 이어졌다. 후반 4분에 전반전 득점상황과 흡사한 장면이 연출되었지만 김진용의 슛을 이운재가 선방하며 득점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그러던 후반7분 지나친 신경전으로 이성을 잃은 카르로스가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수원 진영 한 가운데서 수원 수비수와 엉켜 넘어지며 무리한 발동작을 취한 것, 이미 전반전에 한 번의 경고를 받았던 카르로스에게 또 하나의 경고가 주어졌고 결론은 퇴장이었다. 카르로스는 강력하게 항의했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카르로스의 퇴장 이후 울산이 가지고 있던 경기의 흐름은 단숨에 수원으로 넘어왔다. 흥분한 울산선수들이 우왕좌왕 하는 동안 수원은 미드필더 진을 완전히 장악했고 동점골은 그야말로 시간문제였다. 역시 후반 28분 수원은 동점골을 터트리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그러나 그 과정이 문제였다. 후반 25분 PA 왼쪽 코너에서 돌파를 시도하던 최성용이 얻은 프리킥 찬스. 마토, 무사, 김동현 등 장신 선수들이 많은 수원에게 좋은 찬스였지만 울산의 조세권이 헤딩으로 걷어내며 찬스는 무산되는 듯 했다. 그러나 조세권 앞 쪽에서 수비수와 몸싸움을 하던 나드손이 과격한 동작으로 넘어졌고 심판은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울산 선수들이 강력하게 항의했고 관중들의 야유가 울려 퍼졌지만 판정은 번복될 수 없었다. 결국 마토의 페널티킥이 울산의 골네트를 흔들면서 경기는 1-1이 되었다.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경기는 속개되었지만 이내 다시 중단되고 말았다. 하프라인 근처의 볼 경합 과정에서 심판의 애매한 판정이 다시 나오자 일반석의 관중들이 야유를 보내며 물병을 경기장으로 던지기 시작한 것, 심판은 경기를 중단시키고 본부석 쪽으로 피해갔고 이 분위기가 수습되는 데는 10분 가까운 시간이 소요되었다.


 다시 경기가 시작되자 뜨거워진 관중석의 분위기에 비해 파상공세를 퍼붓던 수원의 기세는 한층 가라앉았다. 오히려 노정윤과 유상철을 투톱으로 내세운 울산이 위협적인 역습을 시도하며 수원을 긴장시켰다. 수원은 미드필더 지역에서의 우위에도 불구하고 울산의 수비라인을 효과적으로 공략하지 못하며 결정적인 찬스를 만드는 데 실패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양 팀은 일진일퇴의 공방전을 거듭하며 경기에 불꽃을 튀겼다. 하지만 울산은 공격진에서의 수적 열세에 아쉬움을 삼켜야 했고 수원은 울산수비진의 탄탄한 조직력 앞에 무릎을 꿇어야 했다. 로스타임으로 10분이 주어졌지만 양 팀은 결국 득점에 실패했고 치열한 신경전과 팽팽한 긴장감의 연속으로 진행되던 경기는 1-1무승부로 막을 내리고 말았다.



-힘들어진 순위경쟁

 울산은 이날 무승부를 거둠으로서 문수경기장 16<10승6무>경기 무패행진, 올 시즌 7경기<2승5무> 무패행진을 이어가게 되었지만, 컵 대회 우승에는 한층 더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승점 11점을 기록하고 있는 울산은 내일 경기에서 부천과 대구<승점13점>가 승리를 추가할 경우, 선두권과의 승점차가 5점으로 벌어져 선두권 따라잡기가 한층 더 부담스러워 진다. 

 수원은 이날 경기에서 전체적인 팀 컨디션이 난조에 빠져 있음을 다시 한 번 느껴야만 했다. 지난 서울과의 경기에서 첫 패배를 기록하며 절치부심 대비한 경기였지만 카르로스 퇴장 이전까지 울산에 압도당하는 모습을 보였다. 원정 경기에서 승점1점을 추가한 점이 그나마 다행이지만 계속되는 강행군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AFC챔피언스리그와 컵 대회, 나아가서는 정규리그까지 힘겨운 경기를 치러야만 할 것이다.

 



안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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