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공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가장 강한 공’이란 제목의 추억의 유머가 있다. 농구공, 축구공, 골프공, 야구공이 모여 대장을 뽑기로 했다. 먼저 농구공이 말했다.

"공 중에서 내가 제일 크니까 내가 대장이지." 그 말을 들은 축구공이 대답했다. "무슨 소리야. 내 몸은 첨단기술로 만들어졌단 말이야. 그러니까 내가 대장이야."

골프공이 나서서 말했다. "첨단기술 좋아하네. 다들 조용히 해. 내가 공 중에서 가장 단단하니까 대장을 해야지." 조용히 있던 야구공이 한마디 했다. "야! 다들 웃기지 마. 나는 100대1로 싸운 몸이야."

공들이 거짓말하지 말라며 비웃자 야구공이 말했다. "내 얼굴에 이 꿰맨 자국을 보고도 몰라."


야구공, 곡선의 미학 

"묵주에는 구슬이 108개 있다고요? 야구공에는 바늘땀이 108개 있어요."
-영화 <12번째 남자> (1988) 中

야구공에 있는 실밥은 총 108개다. 불교에서 염주의 개수도 108개로 공교롭게 같은 수로 맞아 떨어진다. 불교에서 108개의 의미는 종교 특성에 맞는 여러가지 심오한 의미를 담고 있지만 야구공에 담긴 108개의 의미는 알려진 정설이 없다. 미국의 메이저리그에서도 이렇다 할 답을 내놓지 못했다. 어쨌든 불교의 번뇌처럼 야구공 하나에 울고 웃을 수밖에 없는 선수들에겐 그 의미가 종교적 번뇌를 가리키는 것과 절묘하게 어울린다. 때문에 이를 두고 '투수의 108번뇌'라 하기도 한다.

많은 스포츠 종목의 도구들은 시대와 환경이 따라 변화하고 진화한다. 다른 종목의 공들은 계속적으로 디자인과 탄력성 등에 변화를 주는데 야구공은 비교적 계속 같은 디자인과 수치를 유지하고 있다.

야구공을 잘 보면 절묘하게도 네 개의 천이 모아져 하나의 구를 이루고 있다. 이런 모양은 어떻게 나오는 것일까. 야구공은 곡률을 이용하여 평평한 가죽을 당겨서 모양 변형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 8자 모양을 이용해 둥근 공을 매끈하게 만들 수 있게 돼 있다. 얼마나 심오하고 과학적인 원리를 이용했는지 알 수 있다.

야구공의 실밥은 공기의 저항을 만들어 변화구를 가능하게 하는 목적이다. 야구공은 투수들이 기교를 부릴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 회전력과 공의 스피드, 파워등이 배가 된다. 실밥의 어디를 잡고 던지냐에 따라 구질이 달라질 만큼 중요하다. 

따라서 날아갈 때 공기의 저항이 없는 일반 공에 비해 야구공은 실밥으로 보는 이익이 많다. 직선 운동밖에 되지 않는 다른 공과는 달리 변화구를 할 수 있다는 점. 또한 실밥의 모양에 따라 체인지업도 가능하다. 공에 있는 패인부분과 실밥이 공기의 저항을 변화시켜 변화구를 만든다. 변화구의 원리는 물체를 지나가는 공기의 속도가 서로 다를 때 일어난다. 예를 들면 공이 위에서 아래로 회전하면 아래쪽의 공기 속도가 더 빨라 낙차가 큰 포크볼이 된다.

야구공은 코르크와 실, 가죽으로 만들어진다. 코르크가 구의 핵이 되어 중앙에 있고 그 겉을 고무로 덧씌운 뒤 실로 감고 가죽을 덮고 빨간 실로 108번을 꿰맨다. 야구공은 1872년부터 공인규격이 변하지 않고 있다. 22.9~23.5cm의 둘레에 141.7~148.8g의 무게다.

가죽은 대부분 소가죽으로 만들어지는데 이에 관한 재밌는 통계도 나와있다. 소 한 마리로 야구공 몇 개나 만들 수 있을까? 정답은 144개. 미국의 윌슨스포츠가 밝힌 바에 의하면 정답은 144개다. 또 소 한마리는 각각 야구 글러브 12개, 농구공 12개, 축구공 18개, 배구공 18개를 만들 수 있다고.

야구공은 공기의 압력을 이용한 다른 종목의 공과는 달리 안에 공기층이 형성되어 있지 않으므로 아무리 무거운 물건으로 눌러도 터지지 않는다. 축구공이나 농구공, 배구공 등은 속에 공기가 들어있기 때문에 흠집이 생기면 공기가 빠져나가기도 하는데 야구공은 속이 꽉 차 있어 터지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다.

야구공이 처음 나왔을 때는 야구공의 크기는 지금과 같지 않았다. 1800년대에는 무게가 85g이었다. 코르크 심 대신 고무를 넣고 털실을 감아 만든 공은 조금 커지고 점점 무거워졌다. 지금 쓰이고 있는 공은 1859년 확정된 규정에 맞춘 것이다. 1920년 코르크 심을 넣기 전에는 탄력이 부족해 홈런이 거의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10개 내외의 홈런만 쳐도 홈런왕이 될 수 있었던 시절 베이비 루스가 1921년 59개의 홈런을 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미국 메이저리그는 1919년에 139개였던 홈런이 1921년 460개로 증가했다. 이것은 야구팬을 야구장으로 불러모이기도 역할도 했으니, 이 작은 야구공의 비중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