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1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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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KBO총재 선임, 문화체육관광부의 몫이 아니다

기사입력 2008.12.19 16:35 / 기사수정 2008.12.19 16:35

유진 기자

[엑스포츠뉴스=유진 기자] “아니, 9명 투수가 매일 1이닝씩 던지면서 페넌트레이스를 치르면 되지 왜 선발투수가 9회까지 힘들게 던지려고 합니까?”

프로스포츠가 완전히 제모습을 갖추기 전, 구단 고위층들은 생색을 내듯 가끔 야구장에 나타나 엉뚱한 소리를 자주 했었다고 한다. 이것도 1980년대 중반이니, 벌써 20년 전의 이야기다. 지금은 이런 경우가 거의 없지만, 과거 MBC의 구단 관계자는 선발과 구원의 보직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한 채 서두와 같은 발언을 한 바 있었다.

야구를 제대로 알지 못하거나 깊이도 없는 구단 고위층들이 콩 놔라 팥 놔라 하여 도리어 팀을 망치는 경우가 있다. 이는 비단 야구뿐만이 아니다. 축구나 배구, 농구의 경우에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현상이다. 이럴 때 현장의 선수나 코치, 감독들이 흔히 하는 말이 있다.

“자기가 한 번 해 보라고 그러지. 반풍수가 집안 망친다 망쳐!"

그래서 무지보다 더 무서운 것이 얕은 지식으로 아는체 하는 것이라고 한다. 미 프로야구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애틀란타의 터너 구단주는 1977년, 팀이 16연패에 빠지자 감독에게 선수 스카우트의 명목으로 열흘간 자리를 비우게 하고 스스로가 감독직을 맡기도 했다. 결국 그 해에 애틀란타는 61승 101패의 참혹한 성적을 기록했다.

총재(Commissioner)라는 이름

그래서 누구를 막론하건 간에 현장이나 프런트, 구단주나 사장단은 어느 정도 야구에 조예가 깊은 사람이 앉아있어야 한다. 물론 프런트와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야구의 귀신이 되어야 하며, 구단주나 사장단은 야구에 대한 조예는 없을지언정 야구를 즐길 줄은 알아야 한다.

과거 현대 유니콘스가 최강의 전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도 프런트, 감독, 코칭스태프 등이 수년간 단 한 번도 바뀌지 않았던 데에 기인한다. 이는 당시 구단주였던 故 정몽헌 현대회장의 뜨거운 야구사랑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MLB의 양키스 역시 스타인브레너 구단주의 그칠 줄 모르는 야구사랑과 선수욕심, 한 번 믿은 단장에 대한 무한한 신뢰가 있었기에 ‘제국’의 이미지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는 ‘총재(메이저리그의 커미셔너와 동일하게 해석)’라고 해서 다를 것이 없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커미셔너 존재에 대해 ‘구단과 구단, 구단과 선수 사이에서의 분쟁을 조정하고, 메이저리그 규율의 큰 틀을 세우는 데에 중점을 둔다’라고 명백하게 제시한다. 이러한 이유로 인하여 한때 법조인을 커미셔너로 임명하는 경우도 있었다.

훌륭한 커미셔너의 존재는 프로야구의 질적 향상에 큰 도움을 주기도 한다. 일례로 ‘와일드 카드 제도’를 포함하여 ‘올스타전 승리 리그에 월드시리즈 1차전 우선권 부여’ 등은 모두 커미셔너의 머릿속에서 나온 규율이었다.

따라서 커미셔너는 야구계에서 들려오는 모든 소리들을 귀 기울이며, 자신의 소신대로 리그를 이끌어가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지닌다. 그리고 그 책임에 대한 권한은 각 구단의 구단주들과 사장단들이 부여한다.

KBO총재 선임, 문화체육관광부의 몫이 아니다

이에 따라 한국 야구위원회(이하 KBO) 총재도 각 구단 사장단들 회의를 통해 추대되는 것이 보통이다. 박용오씨를 비롯하여 신상우씨, 유영구씨 모두 이러한 방법으로 추대가 되었고, 긍정적이건 부정적이건 간에 선임된 총재들은 어김없이 야구장에 나타나 경기 자체를 즐기기도 하고, 국가대표 선발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런데 KBO 총재의 선임은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광부)의 동의 내지는 협조가 필요한, 민감한 사항이기도 하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협조’ 관계가 되어야 할 뿐 문광부가 KBO 총재를 선임해야 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문광부는 이미 전임 신상우 총재 선임시에도 반대입장을 나타낸 바 있다. 그러나 당시 사장단들의 의견을 뒷받침하는 여론의 힘이 워냑 컸기에 문광부가 승인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을 자초하기도 했다. 야구계의 수장을 야구인들이 뽑겠다는 주장이 지극히 당연하기 때문에 생긴 일종의 ‘해프닝’이기도 했다.

문광부는 신임 총재의 선임을 두고 “정식 이사회가 아닌 사장들 모임에서 나온 이야기”라며 “사전에 우리와 협의가 되지 않았다”고 이야기한다. 따지고 보면 틀린 말이 아니다. 8개 구단 사장단에서 사전 협조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다분히 절차적인 문제가 있었다는 것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광부는 8개 구단 사장단들이 왜 총재 선임을 서둘렀는지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소위 ‘낙하산’으로 여겨지는 전임 국회의원이 다시금 총재직에 오를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문광부가 선정하여 총재에 앉힌 인물과 구단 사장단들이 추대하여 총재직의 권한을 주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야구건 축구건 간에 모든 스포츠 분야의 수장은 해당 스포츠인들이 선임해야 한다. 그 동안 한국스포츠계는 이와는 상관 없는 전직 국회의원들의 ‘전관예우’로써 요직을 차지하고 앉아 탁상행정의 끝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 때문에 국제스포츠계에서 가장 짧은 시간에 가장 많은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총재 선임은 문광부가 왈가왈부해야 할 일이 아니다. 협조관계 속에서 그들이 뽑은 총재에 대해 인정을 하고 프로스포츠계의 공생을 모색하는 일이 급선무다.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이에 따른 외교적인 문제와 행정적인 문제에 먼저 손을 써 두어야 마땅하다.



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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