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주애 기자] 유비무환이라고 하지만, 닥칠 줄 알면서도 그 시간까지 준비가 안 되는 것이 있다. 바로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이다.
'채비'(감독 조영준)는 정신이 7살 정도에 머물러 있는 지적장애인 인규(김성균 분)와 30년 동안 그의 모든 걸 책임졌으나 이제 이별을 준비해야 하는 엄마 애순(고두심)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애순은 아들이 지적 장애인으로 태어난 것이 자기 탓인 양 늘 마음의 짐을 안고 살았다. 인규를 돌보느라 첫째 딸 문경(유선)은 늘 뒷전이었다. 자신이 죽으면 인규가 혼자 살아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막상 죽음의 순간이 닥칠 때까지 아무런 준비를 하지 못했다.
결국 시한부 선고를 받고나서야 애순은 인규가 혼자 살아갈 수 있도록 집안일부터 직업까지 하나씩 채비를 해나간다.
시놉시스만 들어도 눈물이 울컥 차오르는 흔한 최루성 영화라고 생각될 수 있지만 두 배우의 연기력만으로도 '채비'는 볼만한 영화가 된다. 사이코패스, 20살 대학생, 두 아들을 둔 40대 가장까지 훌륭하게 소화했던 김성균은 이번 영화를 통해 자신만의 인규를 완성했다.
30대 후반의 나이에 철없는 7살 아이의 정신을 가진 인규를 표현하기 쉽지 않았을 터. 그러나 김성균은 애순의 눈에는 한없이 귀여워 보이고, 다른 이들에게는 가끔 위협이 되는 30대 후반 지적 장애인 인규를 완벽하게 그려냈다.
거기에 '국민 엄마'라 불리는 고두심의 엄마 애순 연기는 영화 전체를 지배한다. 끝없이 잔소리하지만 그 속에 담긴 한 없는 사랑이 스크린 너머로 전해진다. 때론 여리고, 때론 강한 엄마 애순은 감히 고두심의 엄마 연기 끝판왕이라고 할 만하다.
고두심의 말을 빌리자면 '채비' 시사회 당시 사람마다 우는 포인트가 달랐다고. 각자 이입이 되는 슬픔의 순간이 다르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죽음을 거절하는 애순의 모습에, 누군가는 '죽음'이 뭔지 조차 모르는 순수한 인규의 마음에, 누군가는 엄마와 친하지 못했던 딸의 마음에 이입한다.
'채비'는 뻔하지만 그래서 더 공감되는 인물들의 이야기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리고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정공법으로 던진다. 다소 투박하고 촌스럽게 느껴지지만 그래서 그 메시지가 단단하게 와닿는다.
부모님과의 이별, 자식과의 이별이 그 아무리 채비를 단단히 한다고 한들 아쉽지 않을 수 있을까. 영화를 봐도 완벽한 채비에 대한 답은 찾을 수 없다. 그저 영화를 보고 나오며 부모님께 전화 한 통을 드리는 수밖에. 11월 9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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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애 기자 savannah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