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4시즌을 앞두고 FA 시장에 나온 정수근과 이상목을 동시에 영입하며 꼴지 탈출을 위한 몸부림을 쳤던 롯데는 4년 연속 최하위에 그치고 말았다. FA로 영입한 선수들이 팀 전력에 큰 보탬이 되지 못한데다 정수근은 폭행 사건에 휘말려 팀 분위기마저 해치고 말았다. 게다가 선수들은 오랜기간 최하위를 도맡아 온터라 패배의식에 사로잡혀 다른 팀들의 보약 역할만 하다가 한 시즌을 보냈다. 그러나 올해는 다르다고 한다. 과연 무엇이 달라졌을까.
투수가 확실히 달라졌다. 안정적으로 구축된 5인 선발 로테이션은 시범경기에서 그 위력을 발휘했다. 박지철이나 주형광이 붙박이로 선발 등판하지 못해도 선발 로테이션이 꾸려질 정도로 풍부한 선발 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것도 롯데의 장점이라고 볼 수 있다.
<롯데 자이언츠 시범경기 선발투수 성적>
1
2
3
4
5
이용훈(0/4.0)
손민한(0/3.0)
장원준(2/4.0)
염종석(1/4.0)
이상목(2/2.0)
6
7
8
9
10
이용훈(0/5.0)
손민한(0/5.0)
주형광(1/5.0)
장원준(1/5.0)
염종석(0/2.0)
11
12
13
14
15
손민한(0/4.0)
이용훈(3/4.0)
(비고 자책점/투구이닝)
손민한
지난 시즌 후반기에 선발로 전환하며 언히터블이란 것은 이런 것이라는 것을 확실히 보여준 에이스 손민한. 그 위용은 올해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시범경기 세 경기에 등판하여 12이닝 동안 단 한 점도 허용하지 않는 완벽한 모습이다. 지난 시즌 후반기에 다른 팀이 손민한 등판 시에 일부러 약한 투수를 내면서 정면 승부를 피했던 것이 눈에 보일 정도였는데 올해도 이런 현상이 계속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찌감치 부산 개막전 선발투수로 확정되어 대구 원정에는 참가하지 않는다.
SK에서 김영수와의 맞트레이드로 롯데의 유니폼을 입었을 때만 해도 이용훈에게 그렇게 관심을 갖는 전문가는 없었다. 그저 공은 빠르나 제구가 안 되어서 삼성에서 버려진 선수 정도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고향이 좋기는 좋은 것 같다. 부산공고 -경성대 출신으로 대부분의 생활을 부산에서 보낸 이용훈이 대학 동기인 박경진과 호흡을 맞추면서 전혀 다른 투수가 되어 버렸다. 시범경기 세 경기에 등판하여 김종훈에게 3점 홈런을 허용하기는 했지만 나머지 투구는 거의 완벽에 가까웠다.
92년 롯데 우승의 주역 염종석이 올해도 선발의 한 축을 맡는다. 부상 후유증으로 일단 많은 이닝은 던지지 못 하더라도 선발로 맡은 5이닝에서는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는 선수이다. 시즌 개막전 선발을 맡길 정도로 팀내에서 신임이 높은 선수이다.
2004년 롯데의 2차 1번으로 지명되어 지난 시즌 거의 풀타임 선발을 맡은 장원준이 네번째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좋은 공을 가지고 있음에도 제구력이 떨어져 쓸데없이 공을 많이 던진다는 평을 받고 있는데 올해 시범경기에서도 그런 모습은 계속되었다. 팀내 선발 경쟁을 하는 다른 투수들이 많은 관계로 그런 모습이 계속된다면 중간으로 밀릴 가능성도 있다.
나머지 한 자리는 유동적이다. 시범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 주형광과 부상에서 회복중인 박지철, 지난 시즌 FA 영입 선수 이상목이 일단 유력한 후보인 가운데 이상목은 시범경기 부진으로 조금 밀려나는 모습이고 주형광과 박지철의 2파전으로 압축되는 분위기다. 지난 시즌 1차 지명이었던 김수화가 전지 훈련 중에는 5선발이 가능하다고들 했으나 시범경기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못한 것을 보면 아직 컨디션이 정상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