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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 인사이드] 한국 피겨, 유독 PCS가 약한 이유는?

기사입력 2008.11.27 21:37 / 기사수정 2008.11.27 21:37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국내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랭킹 2위에 올라있는 김나영(18, 연수여고)이 지난주에 있었던 ISU(국제빙상연맹) 그랑프리시리즈 'Cup of Russia'대회에서 종합 9위에 올랐습니다. 28일 저녁, 일본 도쿄에서 벌어지는 그랑프리 6차 시리즈인 'NHK Trophy' 참가를 눈앞에 두고 있는 김나영은 자신이 해결할 과제로 PCS(프로그램구성요소)에서의 분전을 꼽았습니다.

실제로 김나영은 'Cup of Russia' 쇼트프로그램에서 17.52의 점수를 받았습니다. TES(기술요소점수)에서 26.74를 받은 것에 비해 매우 낮은 점수였습니다.

피겨 선수들이 높은 점수를 받으려면 TES와 PCS의 점수간의 균형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김나영은 프리스케이팅에서도 45.33의 점수를 받았지만 PCS에서는 37.36를 받는데 그쳤습니다.

피겨 팬들 사이에서도 국내선수들이 국제대회에 나가면 유독 PCS에서 약하다는 의견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우선적으로 많은 국제대회를 통해 선수들의 기량을 심판진들에게 자주 노출시키는 점이 중요하지만 점프에만 집중된 국내 피겨 교육의 체제에도 많은 문제점이 있습니다.

점프는 잘 가르치지만 표현력과 안무를 가르칠 전문가는 없다?

피겨는 동일한 기술이 아닌, 여러 가지 기술이 혼합된 복잡한 종목입니다. 축구에서 골키퍼 코치가 따로 있고 야구에서 투수와 타격, 주루와 수비 코치가 따로 존재하듯이 피겨 지도자들도 기술에 따라 세분화되어있습니다.

오래전부터 '피겨 강국'을 만들기 위해 야심찬 프로젝트를 실시해온 일본의 경우, 점프 기술에 따라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코치들이 나누어져 있습니다. 살코와 토룹을 잘 가르치는 지도자가 있는 가하면 러츠에 일가견이 있는 코치가 있고 악셀을 전문적으로 지도하는 코치가 있을 정도입니다.

물론, 국내의 지도자들도 점프를 가르치는데 있어서 남다른 장점을 가진 코치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국내 피겨 코치들은 선수들의 지도는 물론, 아이스링크 대여와 선수의 스케줄 관리, 그리고 국내대회 및 국제대회 참가에 대한 모든 일을 도맡아서 하고 있습니다.

또한, 한국 피겨스케이팅은 오래전부터 점프 위주의 훈련이 가장 중요시되었습니다. 피겨의 기술 중에서 점프가 가장 배점이 많고 중요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너무 점프에만 연연하다보면 정작 중요한 스케이팅 기술과 안무에 소홀하게 됩니다.

피겨에 대한 연습도 점프훈련 위주로 갈 수 밖에 없으니 자연적으로 스케이팅 기술과 표현력을 높일 수 있는 부분에서 약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김나영이 그랑프리 러시아 대회에서 받은 PCS 점수가 객관적인 기준에서 지나치게 낮은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그러나 김나영을 지도하는 신혜숙 코치는 이 점수를 겸허하게 받아들인다고 밝혔습니다. 그만큼 국내 피겨선수들이 안무와 표현력, 그리고 음악을 타면서 느끼는 부분에 약하다는 사실은 꼭 개선되어야 할 방향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국내 선수들 중, 기술은 물론, 표현력에 있어서도 발전할 수 있는 재능을 가진 선수들은 많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점을 개선시켜줄 전문적인 안무가와 스케이팅 기술 코치가 없다는 점입니다.

국제대회에서 통할 수 있는 좋은 안무를 만들려면 시선을 해외로 돌릴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국내 피겨 유망주들이 북미지역으로 전지훈련을 떠나면 점프는 잘 뛰지만 스케이팅 기술과 안무 소화능력, 그리고 표현력에 있어서 그 지역의 선수들에 비해 뒤쳐진다는 의견들을 많이 듣습니다.

북미와 유럽, 그리고 일본과 같은 경우, 점프 훈련과 함께 가장 기본적으로 중시하는 훈련은 스케이팅 기술입니다. 근본적으로 스케이트를 잘 타야 똑같은 동작이라도 멋이 나오게 됩니다. 그리고 피겨스케이팅의 창의성은 안무를 통해 나타납니다.

북미와 일본은 시즌을 앞두고 독창적인 안무를 만들기 위해 매우 고심합니다. 트리플 점프를 한두 개만 뛴다고 해도 이것을 충분히 커버할 수 있는 것이 바로 PCS에 있기 때문입니다.



브라이언 오서가 있다면 데이비드 윌슨도 존재해야 한다

이렇게 기술이 살아나려면 이것을 받쳐주는 예술성과 표현력이 동반되어야 합니다. 김연아도 지금과 같은 진정한 '토털패키지(종합선물세트 : 피겨와 관련된 기술과 표현력을 모두 갖춘 선수를 뜻함)'로 완성될 수 있었던 것은 피겨의 예술성에 눈을 떴기 때문입니다.

김연아 팬들에게 최고의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는 '록산느의 탱고'는 미국의 안무가인 팀 닥슨이 완성했고 당시 김연아의 지도자였던 김세열 코치가 다듬어서 완성시켰습니다. 또한, 현재 김연아의 안무가인 데이비드 윌슨의 손을 거쳐 간 뒤, 피겨스케이팅 사에 남을 역작으로 거듭났습니다.

현재의 김연아가 있게 된 것은 전담 코치인 브라이언 오서의 존재가 컸지만 안무가인 데이비드 윌슨도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한국피겨스케이팅이 점프에만 큰 비중을 두는 지도체계를 벗어나 한 단계 도약하려면 전문 안무가와 스케이팅 기술 코치의 양성이 가장 시급합니다.

김연아와 동시대에 성장한 최지은(20, 고려대), 신예지(19, 서울여대), 신나희(18, 대구경명여고) 그리고 김나영 등은 현재보다 몇 단계 더 도약할 수 있었지만 열악한 환경 때문에 자신의 능력을 최대로 발휘하지 못했었습니다.

가능성이 풍부한 유망주들을 진정한 '토털패키지'로 완성하려면 안무와 스케이팅 기술을 담당할 외국 코치의 도입과 국내 지도자들의 양성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김나영은 점프만 잘 뛰는 선수가 결코 아닙니다. 스케이팅 기술과 표현력에서 발전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었지만 이를 제대로 지도해줄 전문 인력이 부족한 국내 피겨의 환경 때문에 피해를 본 경우도 적지 않았습니다.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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