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8.11.27 09:49 / 기사수정 2008.11.27 09:49
그러나 스타플레이어가 많은 팀일수록 흔히 생겨나는 문제들이 있다. 각자의 개성이 너무 강해서 팀플레이보다 개인플레이에 치중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팀은 이런 선수들을 하나로 모아줄 구심점이 필요하다.
바로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에는 세터 이효희 선수가 있다.
조용하지만 막힘이 없다
그녀의 플레이를 보면 화려하지도 눈에 띄는 특별함도 없다.
시합 동안에 인상 찌푸리거나 플레이가 잘 풀리지 않는다 해서 자신의 플레이에 기복이 심한 편도 아니다. 항상 자신의 위치에서 늘 똑같은 모습으로 팀의 중심이 되어주고 있다.
그렇다고 늘 조용한 것만은 아니다. 박빙의 순간이나 위기 상황이 올 때 그녀의 선택은 늘 막힘이 없다. 오히려 접전일 경우 그녀의 진가는 더욱 발휘된다. 상대가 전혀 생각지도 못하는 의외의 공격루트를 찾는 과감성으로 위기를 뚫는 방법은 어느 누구보다 거침이 없다.
실력에 비해 인정받지 못한 시간
그녀의 장점으로 그저 괜찮은 토스구질 하나와 시합 내도록 기복이 심하지 않은 플레이 정도가 꼽힌다.
그러나 배구에서 이 두 가지는 세터가 지녀야 할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덕목이기도 한다. 위의 둘 중의 하나만 가졌다 하더라도 괜찮은 세터에 꼽힐 수 있다. 이 두 가지를 모두 가졌다고 하지만 그렇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다른 세터들에 비해 국가대표를 오래한 것도 아니고 세터로서도 KT&G의 김사니 선수나 GS칼텍스의 이숙자 선수에 비해 그렇게 인정받지 못했다.
하지만, KT&G 시절 지정희와 김세영의 속공을 업그레이드시키며 강팀의 반열에 올려놓았고, 흥국생명에 와서는 전민정의 이동공격과 김연경의 빠른 공격을 만들어내면서 팀의 수준을 업그레이드시키는데 그녀의 공은 적지 않았다.
숨어있어 더 빛이 나다
시합이 끝나게 되면 많은 플레이어가 기자들의 인터뷰 요청을 받으며 바쁘게 움직인다. 그러나 그 선수들의 플레이를 살려준 그녀는 항상 조용하다.
11월25일 천안에서 벌어진 홈 개막전에서 경기가 끝난 뒤 승장 인터뷰에서 황현주 감독은 이날의 수훈선수로 공격을 주도한 김연경 선수나 막판 뒷심을 발휘한 카리나 선수가 아닌 이효희 선수를 수훈선수로 꼽았다.
그만큼 감독이나 팀은 어려운 경기를 끝까지 잘 풀어준 세터 이효희에 대한 고마움을 그렇게라도 표현하는 것이었다.
실력에 비해서 다른 팀 세터들보다 인정받지 못하는 거 아니냐 라고 했을때, '그들이 더 잘하기 때문이다'라고 간단히 답해버리는 그녀. 팀의 주장이지만 그들 뒤에서 묵묵히 자신의 역할에 충실한 그녀. 항상 다른 선수들에게 묻혀 앞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오랫동안 빛을 발할 수 있는 그녀가 있어 흥국생명은 앞으로도 오랜 시간 강팀의 자리를 지켜낼 수 있을 거라는 큰 기대를 가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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