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5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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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 속의 희비쌍곡선…권순태는 웃고, 김형범은 울고

기사입력 2008.11.23 22:26 / 기사수정 2008.11.23 22:26

김경주 기자

 



[엑스포츠뉴스=김경주 기자] 권순태는 웃었고, 김형범은 울었습니다.

23일 오후, 성남 탄천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08 삼성 하우젠 K-리그 6강 PO에서 전북은 전반, 성남 두두에게 PK 골을 내주며 끌려갔지만, 후반 최태욱, 연장 루이스의 연속 골로 역전승을 거뒀습니다.

극적인 역전승을 거둔 전북 선수들의 표정은 전부 밝았지만, 그 중 골키퍼 권순태의 표정은 누구보다 밝았습니다. 경기 막판 성남의 물밀듯 한 공세 속에서 권순태는 혼전 속에서 터진 김상식의 결정적인 슈팅마저 막아내며 전북의 승리를 지켜냈습니다.

권순태의 품으로 공이 빨려들어갈 때마다, 그의 등 뒤로 서있던 전북의 서포터즈는 큰 소리로 기쁨을 외쳤고, 그 외침에 힘을 받은 권순태는 더욱더 자신의 품에 성남의 볼을 안아갔죠.

그렇게 권순태의 선방이 늘어갈수록 성남은 불안해졌고, 공격은 어설프게 진행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경기는 연장 전반에 터진 루이스의 결승골로 전북이 성남을 꺾었고, 전북은 기적적으로 탑승한 6강행 열차에서 한 발 더 나아가, 4강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후기리그에 펼쳐졌던 기적의 재현이었죠.

경기 후 선수들과 뒤엉켜 기쁨이 만연한 표정으로 승리를 즐기던 권순태는 "나는 한 게 없다."라며 겸손함으로 승리에 대한 소감을 밝혔습니다. 한껏 상기된 목소리로 "몸이 안 좋았는데, 오히려 그게 더 열심히 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할 수 있는 만큼만 하고 싶었는데 그 이상, 한 것 같다."라며 소감을 이어간 권순태는, "울산과의 올 시즌 맞대결이 좋지 않았지만, 단기전에서 그런 것은 소용없다고 생각한다. 오늘 했던 것보다 더 열심히 해서 꼭 승리하도록 하겠다."라며 3일 후로 다가온 울산과의 경기에 대한 승리를 다짐하기도 했습니다.

 



상기되고 벅찬 표정으로 내내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인터뷰를 하는 권순태 뒤로 벤치 한편에 앉아있는 한 사람이 눈에 띄었습니다. 권순태뿐만이 아니라 모두가 기뻐하는데 우두커니 앉아 텅 빈 그라운드만 바라보는 그는 김형범이었습니다.

후반 4분 이현승과 교체되어 그라운드를 밟은 김형범은, 바로 전북의 공격을 주도해 나갔습니다. 날카로운 패스를 앞세워 성남의 수비진을 흔든 김형범은 그러나, 12분 만에 그라운드를 떠나야 했습니다.

장학영과 몸싸움을 벌이다 잔디에 발이 걸려 넘어지면서 발목에 부상을 당한 김형범은, 발목에 두꺼운 얼음 주머니를 잔뜩 단 채 트레이너의 부축을 받으며 라커룸으로 향했습니다.

그 발목에 테이핑을 잔뜩 하고 나와 벤치 구석에 앉아 경기를 바라보던 김형범은 경기가 끝난 후에도 하염없이 그 자리에 앉아있었습니다. 인터뷰를 요청하기에도 조심스러웠던 그 상황에서 김형범은 결국 눈물을 보이고 말았고, 그의 눈가는 새빨갛게 물들고 말았습니다.

결승골을 넣은 루이스가 다가와 토닥이며 안아주고, 팀 관계자들이 안아주며 달랬지만, 그의 눈물은 쉽게 멈추지 않았습니다. 결국, 다시 팀 관계자에게 부축받으며 라커룸으로 향한 김형범의 고개는 잔뜩 숙여진 채였죠.

관중석에서 김형범을 다독이는 목소리가 터져나와도 김형범은 고개를 들지 못했습니다.

당장, 3일 뒤로 다가온 울산전에는 출전이 힘들 것이라는 말도, 이대로 시즌 아웃이라는 말도 들려옵니다. 오늘의 승리가 기쁜 만큼 그는 아프겠죠.

전북의 승리에는 이렇게 희비 쌍곡선이 교차했습니다. 시즌 막판 보여줬던 그 들의 기적과도 같았던 6강행 속에서 이 희비 쌍곡선이 계속 교차하거나, 혹은 단지 희로, 비로 바뀔 수도 있겠죠. 그들의 곡선이 '희'이길, 너무나도 밝았던 권순태의 미소가 눈물을 흘린 김형범에게 옮겨갈 수 있길, 그래서 그 들이 보여줬던 6강의 기적이 이어질 수 있길 바라봅니다. 



김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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