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5.03.27 07:32 / 기사수정 2005.03.27 07:32
졌다. 2-0 승을 예상했던 필자도 TV앞에서 믿을 수 없는 패배에 그만 좌절하고 말았다. 사우디전 패배를 두고 지금 모든 축구팬들은 분노상태. 경기결과만 놓고 분노한 것이 아니라 경기를 했던 과정까지도 놓고 분노한 것이다. 선수들의 투지가 없었다는 점, 단순한 공격루트, 감독의 지도력에 의심을 하고 있다. 아직 많은 경기가 남아있긴 하지만 독일 월드컵 본선길은 아직까지도 멀기에 축구팬들의 마음은 조급하기만 하다.
쓸쓸한 마음을 달래보고자 2002년 제주도 서귀포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렸던 대한민국과 잉글랜드의 평가전을 꺼내 보았다. 당시 마이클 오언, 퍼디난드, 스콜스, 바쎌, 헤스키, 부상에서 겨우 복귀한 베컴의 호화군단을 이끌고 한국을 찾은 잉글랜드 대표팀. 오언의 선제골로 무릎을 꿇는듯 했으나 폭주 기관차 박지성의 극적인 헤딩 동점골로 한국의 16강 가능성에 청신호를 쏘아 올렸던 명승부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마도 많은 축구팬들은 이날의 경기에 대한 감동을 기억하고 있을것으로 생각된다.
당시 히딩크가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대단했다. 상대 공격이 밀고도 오기전에 미드필더에서 이루어지는 압박수비, 측면, 중간 가릴것없이 정신없이 밀고 들어가는 공격, 게다가 90분내내 뛰어도 같은 기량을 유지할 수 있는 강인한 체력, 게다가 오직 이기겠다는 강한 투지. 무엇보다 선수들이 한마음되어 무엇인가 해보자는 의식이 대단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잉글랜드가 후반에 주전선수들을 대거 빼긴 했지만, 한국 대표팀의 경기운영 능력은 세계 수준급이라 할 수 있었던 경기였다.
그렇게 열심히 뛰던 선수들이 사우디전에서는 너무나 실망스러웠다. 결과만 실망스러웠던 것이 아니라 90분동안 뛰던 선수들의 정신력 해이가 너무나도 실망스러웠다.
대표팀 선수들에게 잉글랜드 평가전 경기를 보여주고 싶다. 그 경기에서 보여주었던 이천수의 진지한 눈빛, 강인한 김남일의 표정, 그리고 오로지 이기겠다는 집중력 하나로 90분내내 미친듯이 뛰어다냤던 박지성의 플레이를 보여주고 싶다. 불과 3년전만 해도 그렇게 진지하고 투지넘쳤던 그대들은 어디갔는지 묻고 싶다.
2002년 월드컵 이후로 한국 대표팀이 독일 같은 축구강대국을 이기는 것은 더 이상 화제가 아니다. 이제는 우리도 세계의 축구 강대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코 자만해서는 안된다. 이제 세계축구, 현대축구에서 축구강대국과 축구약소국은 존재하지 않는다. 공은 둥글다. 강자도 질 수 있고, 약자도 이길 수 있는 것이 현대축구의 흐름이다. 다시 재정비하고 우즈베키스탄전에서 좋은 활약을 한다면 다시 일어설 수 있다. 한국대표팀은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팀이라는 것을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다.
실망하지 말자. 차가운 바닥에서부터 끌어올린 그 뜨거웠던 첫마음으로 다시 시작하자. 다시한번 신화창조의 밑거름을 만들기 위해 모두 하나가 되자.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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