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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규의 클리닝타임] LG 옥스프링, '주연 보다 빛났던 조연'

기사입력 2008.11.20 09:03 / 기사수정 2008.11.20 09:03

박형규 기자

[엑스포츠뉴스=박형규 기자] '친절한 옥춘씨'




조용히, 느긋하게 항상 LG의 벤치를 지켜온 한 남자가 있다. 포커 페이스를 항상 유지한 채 묵묵히 자신의 맡은 임무를 언제나 충실히 수행해왔던 선수가 있었으니 그 이름은 바로 크리스 옥스프링.

옥스프링은 올 시즌 최하위를 기록하며 다시 한번 자존심을 구긴 LG 트윈스의 선발진에서 1년간 꾸준히 지켜왔던 효자 용병이다. 당초 박명환과 브라운과 함께 1,2,3선발 체제를 구축하여 LG의 마운드를 지킬 것으로 예상했으나, 박명환과 브라운의 이탈 속에 봉중근과 단둘이서 1년간 LG의 마운드를 이끌었다.

올 시즌 그가 거둔 기록은 10승 10패 3.93의 평균자책점이다. 기록 수치상으로는 그리 뛰어나진 않지만, 단 한 번의 선발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고, 174이닝을 소화해내며 선발진의 한 축을 맡았다.

봉중근이 186.1이닝을 소화해내며 최다이닝을 투구했고, 2위는 손민한(179이닝), 3위가 옥스프링이다. 봉중근(11승)과 옥스프링(10승)이 21승을 합작하며, LG가 거둔 승리(46승)의 거의 절반가량을 둘이서 책임졌다.

2007시즌 중반에 팀에 합류하여 준수한 활약을 펼치며, 2008시즌에도 LG의 가족이 되었던 옥스프링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호주에 은메달을 선사하며, '호주의 박찬호'라고 불리기도 했고 샌디에이고 시절 박찬호와 함께 선발 자리를 두고 경쟁을 펼쳤던 사이로도 유명하다.

그간 8개 구단 중 유난히 용병의 복이 없었던 LG였지만, 옥스프링은 역대 LG의 용병 중 성적 상으로나 인격적인 측면에서나 가장 훌륭하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2007시즌에는 자신의 힘있는 구위를 믿고 타자와의 성급한 승부를 가져갔다. 자신에게 유리한 빠른 볼 카운트에서도 가운데 공을 집어넣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2-0이나 2-1의 볼 카운트에서 들어오는 힘있는 직구에 타자들이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유인구나 완급조절을 위한 버리는 공이 들어올 것이라는 타자들의 허를 찔렀던 것이다.

하지만, 그의 투구패턴이 읽히고 나서는 줄곧 난타를 당하기 십상이었다. 언제나 빠른 승부를 즐긴다는 것을 안 상대팀이 불리한 볼 카운트에서도 풀스윙으로 일관하며 그를 괴롭혔다.

그러나 2008시즌 그는 달라졌다. 물론 자신의 구위에 자신감이 있기 때문에 빠른 승부를 즐기기도 했지만, 유리한 볼 카운트에서 자신조차 어디로 튈지 모르는 '너클볼'을 던지기도 하며 상대 타자의 타이밍을  완벽히 빼앗았다.

LG의 '외로운 에이스'로 거듭난 봉중근의 파트너로서 훌륭히 그를 보좌했다. 비록, LG가 최하위에 머물렀고 4.85의 팀 평균자책점으로 8개 구단 중 최하위를 기록했지만, 봉중근-옥스프링의 원-투 펀치만큼은 8개 구단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막강한 모습을 보였다.

그런 그를 김재박감독은 내년 시즌 다실 불 신바람 야구의  열풍을 위해 재계약을 원하고 있고, 큰 이변이 없는 한 옥스프링 역시 LG에서 선수생활을 지속하고 싶다는 심산을 보였다.

지난 10월 6일 고향으로 돌아가면서 LG 팬들에게 그간 감사했던 마음을 담은 편지를 남기며, 2009시즌에도 팬들과 함께할 것임을 시사했다.

내년 시즌 박명환, 이형종 등의 많은 투수진이 부상에서 회복하게 되는 LG에 옥스프링의 역할이 더욱더 중요한 시점이다.

아무 표정없이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묵묵히 수행하며, '모범 용병'의 진수를 보여주는  '친절한 옥춘씨' 옥스프링은 내년 시즌 LG의 자존심 회복을 위해 칼날을 갈고 있다.

주인공은 아니지만, 주인공을 보좌하는 빛나는 조연으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성실히 수행하는 그의 모습에서 LG 팬들은 훈훈한 감동을 느낀다. 2009시즌에도 '친절한 옥춘씨' 열풍은 지속될 것이다.

[사진=(C) 크리스 옥스프링 (LG 트윈스 제공)]



박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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