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15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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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노력파' 이배영, 경기장 바깥에서도 빛난 영웅

기사입력 2008.11.06 03:31 / 기사수정 2008.11.06 03:31

김지한 기자


[엑스포츠뉴스=김지한 기자] '영웅'이 경기에 나섰다. 하지만, 자신의 주종목이 아닌 경기에 참가했다. 한동안 운동을 하지 못했고 준비 기간도 짧아 주변 사람들은 '혹시나' 하는 마음을 가지며 염려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보란듯이 바벨을 들어올렸고, 특유의 미소를 잃지 않으며 관중들의 환호에 답례했다. 그리고 그는 또다른 영웅에 축하를 건네고, 새로운 미래를 생각하며 또다시 '씨익' 웃어보이며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베이징의 영웅' 이배영(29, 경북도시개발공사)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플레이로 관중의 환호를 받았다. 하지만 그는 겸손한 자세로 이번 경기를 이렇게 평가했다. "운동은 역시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 같아요. 무슨 일이든지 노력하는 만큼 되돌아온다는데 그런 부분이 전혀 없었기에 이런 당연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사실, 이배영은 이번 대회에 출전하지 않아도 됐었다. 이미, 국제 대회 참가를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한역도연맹, 대회 조직위원회의 요청으로 결국 출전하게 됐고, 그것도 자신의 주종목 체급인 69kg급이 아닌 77kg급에 나오게 됐다. 이렇게 자신의 의사를 깨고 대회에 출전하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이번 대회에는 성적, 기록에 연연하지 않고 저를 성원해주신 팬 여러분에게 조금이라도 보답하고자 출전했어요. 내년에 세계선수권대회도 열리는데 팬들이 조금이라도 더 관심을 갖기 위해서라면 저라도 좀 보탬이 됐으면 해서요." 

전국 체전 이후 이날 처음으로 바벨을 잡은 이배영은 "이번 대회 자체에 큰 중점을 두지 않았기 때문에 부상만 당하지 말자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했다"며 "시상대에 서지 못한 것이 좀 어색하기는 해도 당연한 결과가 나왔기에 크게 신경쓰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체급 조정으로 인해 성사된 베이징올림픽의 또다른 영웅, 사재혁(23, 강원도청)과의 맞대결은 이미 많은 언론의 관심을 받아왔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재혁이가 이 종목 최고인데 내가 어떻게 따라가냐"면서 "오히려 재혁이가 중국 선수를 이기고 금메달 딴 것이 더욱 기쁘다"며 사재혁을 치켜세웠다. 

사재혁과 대표팀에서 훈련하며 서로의 장단점을 보완하면서 친분을 과시했던 이배영은 "사재혁이 전국 체전 전부터 무릎이 안 좋아 훈련도 제대로 못하고 있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와서 정말 기뻤다"면서 "부상 때문에 요즘 안정성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지만 점점 보완해 간다면 분명히 최고의 자리를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대회를 끝으로 공식적인 국내외 역도 대회가 막을 내린다. 결과는 아쉬웠지만 투혼을 앞세운 플레이로 온 국민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던 이배영으로서는 남다른 한 해를 보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그래도 전체적으로 후회하지 않는 한 해였다고 생각한다"면서 베이징 올림픽 당시를 회상하기도 했다. 

"사실, 베이징올림픽 때는 정말 철저하게 준비를 했어요. 잘 하는 부분보다 안 되는 부분, 놓치는 부분을 잘 준비해서 기량을 끌어올렸고 시합 당일날까지 준비할 수 있는 부분은 완전히 다 한 상태였어요. 그런 상황에서 경기를 펼쳤기에 정말로 후회하지 않아요. 그거(다리에 쥐난 상황)는 전혀 준비가 안 된 상황이었기에 어쩔 수 없었지만 예상한 상황, 준비된 것에서 제가 못 했다면 정말 억울하고 아쉬워 했겠죠. 결과를 떠나서 최선을 다했고 제 스스로 노력한 것만으로도 잘 했다고 생각해요."

이미 국가대표 선수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기 때문에 언제까지 선수 생활을 할 지에 대한 궁금증을 빼놓을 수 없었다. 이에 대해 이배영은 "힘이 닿는데까지는 선수 생활을 하되 지도자든 다른 길이든 차차 생각을 해봐야 하지 않겠냐"며 여운을 남겼다. 

올림픽 이후로 부쩍 관심이 높아진 모습에 대해서는 "반짝하는 것보다 꾸준한 관심이 역도인들에게는 정말 큰 힘이 된다"면서 "지금은 소규모 대회로 치러지지만 내년 세계선수권대회에는 성공적으로 개최될 수 있도록 많은 응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또, 오늘 경기 분위기가 좋았다면서 "찾아오신 분들이 역도를 즐길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뿌듯하고 좋은 시합이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기자와 인터뷰를 마친 뒤, 이배영은 혼자 경기장을 떠나면서도 자신을 향한 사인 공세에 일일이 답해주고 사진 촬영도 해주면서 '팬서비스'를 아끼지 않았다. 또, 관중석에서 남은 경기를 관람하는 어르신들에게 다가가 "잘 보셨느냐"며 인사하는 모습도 보였다. "제가 역도 홍보 대사라구요? 에이"하며 손사래치던 이배영은 그렇게 경기장 바깥에서도 '역도인'으로서의 본분을 다하고 있었다.'역도인' 이배영과 '인간' 이배영은 그렇게 변함없이 빛나고 있었다.

김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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