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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s 인터뷰] 문소리 "영화라는 울타리에서, 앞으로도 재미있게"

기사입력 2017.09.19 06:55 / 기사수정 2017.09.18 19:23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배우 문소리가 감독과 각본, 주연까지 모두 도맡은 '여배우는 오늘도'를 통해 관객들과 교감에 나섰다.

14일 개봉한 '여배우는 오늘도'는 데뷔 18년 차 여배우 문소리의 여성으로서의 삶과 직업으로서의 배우, 영화에 대한 사랑을 유쾌하게 담아냈다. 성병숙, 윤상화, 이승연, 전여빈, 윤영균 등 다양한 얼굴을 가진 배우들도 작품에 함께 했다.

배우로서는 단연 독보적인 행보다. 2000년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으로 데뷔해 어느덧 18년차 배우가 됐다. 2002년 '오아시스'로 베니스국제영화제 신인여우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으로 주목받았고, 2003년 '바람난 가족', 2014년 '자유의 언덕'으로 베니스국제영화제를 다시 밟은 데 이어 지난해에는 한국 배우 최초로 오리종티 경쟁부문 심사위원에 위촉돼 화제를 모았다.

이렇듯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배우의 일상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여배우는 오늘도'는 뜨거운 관심의 중심에 섰다.

영화의 곳곳에는 문소리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문소리는 "회의인지, 수다인지 모를 이야기 속에서 일을 벌인 거죠"라고 웃었다.

"그런 과정들이 공부가 되기도 하지만, 가내수공업 형태로 개봉을 하다 보니 배우로서만 참여할 때는 몰랐던 배급과 홍보의 이면까지 속속들이 공부하게 됐어요. 한국 영화 산업에 이런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죠. 작업하다 보니 너무 힘들어서 '이게 뭐하는 짓이야' 그러기도 했는데, 그럴 때마다 주위에서 '네가 벌린 일이야' 말할 때마다 다시 '미안해'라고 할 수 밖에 없더라고요.(웃음)"


문소리는 '여배우는 오늘도'에 대해 '픽션이고 다큐멘터리가 아니다. 하지만 100% 진심이기는 하다. 사실은 아니지만 모두가 진실에 가깝다고 하고 싶다"며 작품을 정의한 바 있다.

"다른 친구들도 모두 '우리는 10년 전부터 문소리의 빅픽처 안에 들어가 있었다'고 얘기하는데,(웃음) 저는 장기적으로 그렇게 목표를 세우고 계획적으로 일을 해나가는 스타일이 아니거든요. '뭘 그렇게까지 해?' 그러면서도 또 눈앞에 닥치면 팔 걷고 나서서 해요.(웃음) 그러다 보니 일이 여기까지 왔네요."

감독까지 맡아 하며 외롭지는 않았냐는 물음에 문소리는 "예를 들면 의아하거나 의심이 들고 고민이 되는 지점에서 감독님과 대화를 하는 과정이 있는데, 감독과 배우가 혼자다 보니 '감독님이 좀 수를 정해주면 안 되나' 스스로 대화를 하기도 하고요. 그 때가 가장 힘들기도 하고 외롭기도 하더라고요"라고 토로했다. 하지만 "어려운 만큼 만족도도 큰 것 같다"며 자신이 선택한 길에 대한 믿음을 함께 내보였다.

'여배우는 오늘도'는 부산국제영화제, 전주국제영화제, 로카르노국제영화제 등 국내외 유수의 영화제에 초청돼 호평 받았던 문소리의 단편 연출 3부작 '여배우', '여배우는 오늘도', '최고의 감독'을 모아 장편으로 완성한 프로젝트다.

문소리는 영화를 만들고 난 후 무엇보다 뿌듯했던 기억으로 많은 여자 선·후배, 동료들이 "예고편만 봤는데도 내 얘기더라"며 공감해 준 것을 꼽았다. 배우라는 직업이 아닌, 일반 직장을 다니는 여성들도 자신의 상황에 몰입하며 작품을 지켜봐 준 점은 감독이자 배우로서 두고두고 잊을 수 없는 순간이다.

"열심히 촬영하고 있는데 '일을 왜 안 해요, 너무 오래 쉬는 것 아니야' 그러면 '열심히 촬영 중이야' 그럴 때도 있고 그렇죠. 그런 이야기들이 저만의 이야기가 아닌 것 같았어요. 동료 배우들도 문자를 보내서 그렇게 이야기를 해주고, 또 여성영화제에서 상영을 하고 가장 기분 좋았던 것은 '저는 직장을 다니고 아이를 키우는 사람이다. 이게 여배우의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그냥 제 얘기더라'고 말해주신 점이 그랬었죠. 이 작품이 많은 사람과 분명히 함께 할 수 있는 지점이 있다고 느꼈던 순간이었어요."


고생 끝에 완성된 소중한 작품을 관객들 앞에 내놓으며 여전히 전하지 못한 말들이 있는지 되새겼다. 문소리는 "대부분의 삶이 영화보다 더 흥미진진하고 아이러니하고, 드라마틱하죠"라고 다시 한 번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동안 여러 일들이 있었겠죠? 평소의 저는 그렇게 수다스러운 편이 아니에요. 매니저와 차를 타고 갈 때도 별로 말이 없고, 친구들과 여행을 가도 제가 워낙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타입이니 '남 얘기 좀 그만해'라고 말하기도 하죠. 그런데도 아이를 낳고 산후조리원에 있다 보니까 수다라는 게 사람에게 참 큰 힘이 된다는 걸 느끼게 되더라고요. 제 입장에서는, 미주알고주알 털어놓는 것도 물론 좋지만 저 나름대로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식으로, 그리고 발전된 방식으로 제 생각을 내놓자고 해서 이렇게 영화까지 만들게 된 것 같아요."

20년차 배우를 향해가는 문소리의 행보는 앞으로도 때로는 빠르게, 또 때로는 느린 듯 하지만 꾸준히 그렇게 차근차근 길을 넓혀 갈 것이다.

"앞으로도 지금까지보다 좀 더 재미있게 사고도 치고 일도 벌리고 작품도 하고, 그러면 좋겠다 싶어요.(웃음) 주변에 같이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그것이 정말 큰 재산이라고 생각하고요. 1번은 당연히 '연기를 잘해야 한다'는 것이죠. 2번은 애정이 있는 한국 영화를 위해서 애써야 한다는 것이고요. 이곳이 제가 일하는 직장이고, 영화라는 울타리 안에 제가 있으니까요.(웃음)"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메타플레이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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