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최영준 기자] 2일 경기를 마치고 인터뷰실에 들어서는 안양 KT&G 이상범 감독 대행의 표정은 밝았다. 이 날 부산 KTF를 꺾으며 자신의 감독 데뷔 이후 첫 승리를 거뒀을 뿐 아니라, 팀도 2001-2002시즌부터 이어온 홈 개막전 7연패를 끊으며 첫 승을 신고한 것. "(7연패 부담을) 한 방에 날려서 기분 좋다"는 것이 그의 소감이었다.
KT&G는 전반까지 KTF와 접전을 펼치며 연패 탈출을 장담할 수 없는 처지였지만, 3쿼터부터 살아난 특유의 수비력과 이어지는 속공으로 점수 차를 크게 벌려 분위기를 잡았다. 상대 KTF는 빼앗긴 기세를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며 무너져, 결국 KT&G는 88-76으로 승리할 수 있었다.
특히 더블-더블을 기록한 양희종과 주희정, 마퀸 챈들러의 활약이 돋보였다. 이상범 감독 대행은 "선수들이 너무 잘해줘서 고맙다. 전반까지 비슷했던 경기를 3쿼터부터 박차고 나가면서, 막판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았던 것이 주효했다. KTF는 어제 부산에서 경기가 있어 체력적으로 우리가 유리했을 것"이라며 승리 요인을 꼽았다.
이 날 3쿼터는 '신나는 농구'를 강조하던 이상범 감독 대행의 복안이 그대로 드러난 장면이었다. 초반부터 속공으로 몰아친 KT&G는 이어진 양희종의 연속 득점과 견고한 수비, 캘빈 워너의 멋진 덩크슛 두 방까지 연달아 터지며 관중석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고 갔다.
"턴오버가 많다는 지적도 있지만, 실수가 있어야 고쳐지는 것도 있는 것 아닌가. 어차피 속공 상황에 턴오버가 없을 수는 없다. 턴오버가 나오면 그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면 되기 때문에, 시도 자체가 중요하다. 하지만 승부처인 4쿼터에서는 아무래도 모험을 자제하는 것도 필요한 것 같다."
그의 말대로 3쿼터에 상대를 신나게 몰아친 KT&G는 4쿼터 들어 침착하게 경기를 이끌어가며 상대를 서서히 침몰시켰다. KTF가 추격을 시도하면 곧바로 찬물을 끼얹으며 대응했고, 상대 파울로 얻은 자유투는 모두 침착하게 성공시켰다. 이 날 KT&G가 86%의 자유투 성공률을 보인 반면, KTF는 45%로 절반의 성공률조차 보이지 못하며 자멸했다.
"황진원과 은희석 등은 어느 정도 부상을 달고 있는데, 잘 뛰어주고 있다. 열심히 하려는 의지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 같다. 주희정 역시 주장으로서 책임감 있는 모습에, 거의 풀타임을 출전하며 체력적으로도 많은 도움을 준다. 이런 선수들에게 다 너무 감사하게 생각한다."
홈 개막전에서 산뜻한 첫 승리를 신고한 KT&G와 이상범 감독 대행. 무슨 일이든 처음이 어려운 법. 한 번 승리의 맛을 본 그들은 '신바람 농구'로 무장한 채 다음 승리를 향해 질주하고 있다.
최영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