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30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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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했던 서울 라이벌전, 영웅이자 역적이 된 두 선수

기사입력 2008.11.01 22:49 / 기사수정 2008.11.01 22:49

최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최영준 기자] 지난 1일 잠실 실내 체육관에서 열린 서울 삼성과 서울 SK의 경기. 

삼성의 홈 개막전이기도 했던 이 날 경기는 '서울 라이벌전'으로도 많은 관심을 모았다. 양 팀 모두 주력 선수의 부상이라는 악재를 안고 있는 상황에서 개막전부터 맞대결을 펼치게 된 것. 개막전인 만큼 경기 시작 전과 쉬는 시간을 활용해 다채로운 행사들도 함께했다. 

많은 기대 때문이었을까. 경기 초반에는 다소 맥빠지는 전개가 이어졌다. 박성운-정락영을 동시에 투입해 변칙적인 '투 가드 시스템'을 가동한 SK와 비교적 정상적인 라인업을 내보낸 삼성은 초반부터 턴오버를 연발했다. 양 팀의 불안 요소로 평가받는 외국인 선수 디앤젤로 콜린스와 에반 브락은 각각 1쿼터부터 파울 트러블과 볼 키핑 불안으로 제 몫을 해내지 못했다.

결국, 양 팀의 공격은 삼성의 테렌스 레더와 SK의 테런스 섀넌의 불꽃튀는 득점 대결로 이뤄졌다. 이 날 경기에서 각각 22점과 36점을 몰아넣은 그들은 리바운드까지 전담하며 각각 소속팀의 기둥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이렇듯 좋은 활약으로 팀의 영웅이었던 두 선수는 막판 나란히 결정적인 실수를 저지르며 역적이 되고 말았다.

전반전 엄청난 활약으로 리드를 이끈 레더는 3쿼터 중반 4반칙으로 파울 트러블에 걸리며 불안함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부담되는 매치업 상대가 물러나자 상대 섀넌은 더욱 힘을 내며 득점에 주력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는 4쿼터 SK의 선전에 발판이 되었다. 

이어진 4쿼터. 양 팀은 역전을 계속해서 주고받으며 승부는 점점 안개 속으로 빠져들었다. SK가 3점 차 리드를 잡으며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는 듯했지만, 삼성의 강혁은 3점슛 상황에서 상대의 파울로 얻어낸 자유투 3개를 침착하게 모두 성공시켜 승부는 다시 원점. 

계속 접전이 펼쳐지는 가운데 74-73으로 22초를 남겨두고 SK가 한 점 뒤진 상황에서 김민수가 결정적인 오펜스 파울을 저지르며 상대에게 공격권을 헌납하고 말았다. 이에 SK는 파울 작전으로 나올 수밖에 없었고, 자유투를 얻은 이정석은 2구째를 실패했지만 레더가 공격 리바운드를 걷어내며 한숨 돌리는 상황이 되었다. 

그런데 아직 경기 종료까지 몇 초를 남겨놓은 상황에서 레더는 중거리슛을 시도했고, 이는 림을 돌아 나와 섀넌의 손에 안겼다. 그리고 속공을 시도하던 중 경기 종료 단 1초를 남기고 강혁의 파울로 자유투 2구를 얻어냈다. 점수는 75-73, 섀넌이 자유투 2구를 모두 성공하면 연장전으로 가게 되는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 삼성 입장에서는 다 이긴 경기였는데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모든 SK 팬들의 기대를 받으며 긴장된 모습으로 자유투 라인에 들어선 섀넌은 결국 자유투 1구부터 실패하면서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2구째는 성공시켜 75-74, 삼성의 한 점 차 승리로 경기는 마무리됐다. 36점 12리바운드를 올리며 대활약한 섀넌이지만, 막판 천금 같은 동점 기회에서 자유투를 놓치며 한 순간에 역적이 되고 만 것이다.

팀 승리로 겨우 역적이 되는 것을 면한 레더 역시 할 말이 없을 듯하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안준호 감독은 "마지막 레더의 슛은 정말 어처구니없는 일"이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영웅심의 발로'라고 표현한 안 감독은 "이런 일이 생겨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SK 김진 감독은 "오늘 같은 경기는 잡았어야 했는데…"라는 아쉬움을 표했다. 전체적인 선수들의 경험 부족을 패인으로 꼽았지만, 전반적인 경기 내용에는 만족하는 모습이었다. 아울러 주전 경험이 적은 선수들이 이런 기회를 통해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으리라는 점을 시사했다.

시즌 첫 경기부터 살 떨리는 접전을 연출하며 재밌는 경기를 선사한 양 팀이기에, 2라운드에 다시 열릴 '서울 라이벌전' 역시 명승부가 펼쳐지길 기대해본다.

최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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