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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끝내 완성하지 못한 곰의 신화

기사입력 2008.11.01 11:29 / 기사수정 2008.11.01 11:29

김도광 기자



[엑스포츠뉴스=김도광 기자] 하늘은 곰에게 천금 같은 기회를 주었지만 돌아온 것은 가혹한 시련이었다.

2008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서 두산은 9회말 무사 만루라는 절호의 득점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SK에게 0대 2로 무릎을 꿇으며 지난해에 흘렸던 통한의 눈물을 다시금 흘려야 했다. 시리즈 전적 1승4패. 올해도 결국 마지막에 무릎을 꿇고 만 두산이었다.

지난밤 잠실에서 펼쳐졌던 한국시리즈 5차전은 지난 4경기와는 다른 수준 높은 경기였다. 양팀 선발 투수들은 6회까지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이번 포스트시즌 들어 처음으로 투수전 양상으로 진행되었고 두 팀에서 나온 실책도 7회초 두산 김동주의 실책이 유일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두산의 실책은 SK의 득점으로 연결되고 말았다. 0대 0의 팽팽한 접전이 벌어지던 운명의 7회초, 두산의 선발투수 김선우는 포스트시즌 들어 최고의 투구를 선보였지만 선두타자 김재현에게 볼넷을 허용한 이후, 최정과 나주환에게 몸에 맞는 공으로 1사 만루의 위기를 자초하고 말았다. 다음 타자 정근우를 좌측 짧은 플라이로 잡아냈으나 박경완의 내야 강습 타구를 3루수 김동주가 더듬으며 0의 균형은 깨졌고 SK가 먼저 선취득점을 올릴 수 있었다.

1승3패로 벼랑 끝에 내몰린 두산으로서는 선취득점을 먼저 얻어야 했으나 계속되는 찬스를 살리지 못하고 오히려 한 개의 안타도 없이 볼넷 한 개와 몸에 맞는 공 두 개 그리고 실책으로 선제점을 허용하고 만 것이다. 한국시리즈에 들어서 SK에게는 행운이 그리고 두산에는 불운이 계속되고 있었다. 두산의 '믿을맨' 이재우도 8회초에 안타 2개와 볼넷 1개로 추가실점하며 분위기는 SK로 완전히 넘어가고야 말았다.

초반의 득점 기회를 번번히 놓쳤던 두산으로서는 8회와 9회에 들어 연속으로 선두타자를 내보내며 또 다시 득점기회를 맞이했었다. 김현수의 몸에 맞는 공과 김동주의 좌전안타로 맞이했던 8회말 무사 1루와 2루의 기회에서는 홍성흔의 타구가 중견수 조동화의 그림 같은 수비에 걸렸고 계속된 기회에서도 오재원의 타구가 박재상의 다이빙캐치에 잡히면서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9회에는 역전까지 바라볼 수 있는 천금과 같은 기회가 만들어졌다. 선두타자 최승환이 볼넷으로 출루하고 김재호의 내야안타와 이종욱의 좌전안타로 만들어진 무사 만루의 기회였다. 두산으로서는 결정력 부족이 고질처럼 시리즈 내내 따라다녔지만 무사 만루의 기회에서는 끝내기 안타 또는 최소한 승부를 연장까지 끌고 갈 수 있는 동점타가 나올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두산의 시련은 끝난 것이 아니었다. 무사 만루의 결정적인 찬스에서 고영민이 친 타구가 투수 채병용에게 정면으로 향했고 결국 3루 주자 정원석이 홈에서 포스 아웃당하고 말았다. 무사 만루가 1사 만루가 된 것이다.

다음 타자는 올 시즌 리딩히터 김현수. 비록 한국시리즈에서 20타수 1안타의 빈타에 허덕이고 있었지만 그래도 두산에서는 최고의 수훈선수이기에 지난 올림픽에서 이승엽이 그랬듯이 김현수의 한방도 이럴 때 터지리라 기대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채병용이 던진 초구에 김현수의 방망이가 돌아갔다. 안타 하나면 2득점으로 동점까지도 바라볼 수 있는 상황. 그러나 김현수의 타구는 투수 채병용의 글러브 속으로 원바운드로 빨려들어갔고 김현수는 고개를 떨어내야 했다. 지난 3차전 2대 3으로 1점을 지고 있던 1사 만루의 기회에서 나왔던 김현수의 병살에 대한 악몽이 다시금 데자뷔처럼 스쳐 지나가는 순간이었다.

이제 프로야구 2008시즌은 막이 내렸다. SK는 2년 연속으로 시즌 정상에 올랐고 한국시리즈도 제패했다. 그리고 두산은 2년 연속으로 시즌 2위에 올랐고 두 번 연속으로 한국시리즈에서 분루를 삼켜야 했다.

그러나 곰의 눈물이 값졌던 이유는 지난해와 달리 약체로 평가받았던 전력으로 이루어낸 성과이기 때문이다. 선발 10승짜리 투수도 없이 126경기에서 70승을 올렸다. 선발이 무너지면 불펜으로 막았고 실점이 많으면 더 많은 득점으로 되갚았다. 비록 한국시리즈에서 최강 SK에게 막혀 눈물을 흘려야 했지만 두산의 신화는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그들의 신화는 여전히 진행형으로 계속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김도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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