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이아영 기자] 맏형인 강호동과 막내인 송민호가 비록 아빠와 아들뻘이지만, 세대차이조차도 웃음으로 승화할 수 있는 이유는 강호동의 열린 자세와 징검다리 은지원 덕이다.
tvN '삼시세끼', '신혼일기', '윤식당' 등 나영석 CJ E&M PD의 다양한 프로그램 중 가장 B급 감성을 자랑하는 '신서유기'는 최근 네 번째 시리즈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중국이 아닌 베트남으로 향한 요괴들은 본능적인 웃음을 주는 데 충실했다. 그 결과 최고 시청률 5.119%(닐슨 코리아 제공, 유로 플랫폼 가구 기준)를 기록하며 이전 시즌을 뛰어넘는 사랑을 받았다.
강호동, 이수근, 은지원, 안재현, 규현, 송민호의 케미도 지난 시즌보다 물이 올랐다는 평이고, 고깔고깔게임이나 좀비게임, 음악 퀴즈, 영화 퀴즈, 각종 기상미션 등 다채로운 콘텐츠 역시 시청자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새롭게 도입한 코끼리코 돌고 손가락으로 찍기와 추리 기반 미션 역시 역대급 반전을 일궈냈다.
웃음뿐만 아니라 훈훈함도 있었다. '신서유기4' 촬영을 마치고 입대한 규현이 2년 뒤에도 다시 돌아오고 싶다는 진심을 드러낸 것과 제작진이 이를 잊지 않고 입대 선물로 계약서(?)를 내민 것. 또 멤버들끼리 여행이 소원이라는 송민호를 위해 위너판 '꽃청춘'을 약속하고, 강호동 버전 '윤식당'인 '강식당'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최근 엑스포츠뉴스는 '신서유기4' 신효정 PD와 만나 다양한 아이디어의 원천과 전설적인 장면들이 탄생한 현장의 후일담, 위너 '꽃청춘'과 '강식당'의 진행 상황, 다음 시즌에 대한 이야기 등을 들었다. 신효정 PD는 "'신서유기'는 어느 시즌을 봐도 재밌다. '지금 제일 재밌는 게 뭐야' 했을 때 '신서유기 보면 돼'라는 말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OST 퀴즈, 영화 퀴즈 어떻게 탄생한 건지 궁금하다. 얻어걸린 거다. (웃음) 아이디어 회의를 할 때 '요즘 사람들이 뭘 재밌어하나' 싶어 유튜브 등을 찾아봤다. 그중에 드라마 OST를 모아놓은 영상이 있어서 그걸 틀어놨는데, 오디오만 들은 작가와 PD 후배들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맞히더라. '이걸 어떻게 알지?' 싶은 것도 신기하게 맞혔다. 또 다들 명대사라던가 그 드라마가 어땠다는 등의 이야기를 한마디씩 보탰다. 우리가 이렇게 재밌으면 출연자들도 재밌어할 거라고 생각했다.
회식을 하며 출연자들이 영화를 좋아하고 많이 본다는 걸 알게 됐다. 추천작도 다양하고, 취향도 분명했다. 재밌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퀴즈를 냈더니 다들 잘 맞히고 명대사나 장면을 얘기하고 따라 하면서 생각한 것 이상으로 재밌는 장면이 나왔다. '내 이름은 김삼순' 같은 경우는 그 노래(클래지콰이의 '쉬 이즈')가 OST였다는 걸 우리 프로그램을 통해 안 사람도 있다더라. 그렇게 알아가는 재미도 있고, 드라마를 본 사람이라면 추억하는 재미도 있고. 잘 얻어걸린 거 같다.
놀듯이 회의하는 게 '신서유기'의 원동력인가? 놀듯이 하긴 하지만, 하루종일 하기도 하고 한 달이 괴도 한다. '신서유기'가 그래서 준비 기간이 길 수밖에 없다. 딱딱한 회의를 하면 딱딱한 아이템밖에 안 나오니까. 우리들끼리 신나야 한다. 게임을 만들어서 몇 번씩 해봐야 어디가 재미가 없는지 안다. 또 현장에서 문제가 생기기도 해서 방송에 게임이 10개가 나가면 실제로는 20개를 짜서 간다고 보면 된다.
추리 게임도 새롭고 재밌었다. 범인을 못 맞힌 게 최대 반전이었다. 우리가 너무 수준을 높게 본 거 같다. (웃음) 젊은 친구들은 그런 걸 많이 해봤는데 OB는 안 해본 장르니까 의심을 하더라. '예능에서 이렇게 해서 답이 나온다고? 예능은 이렇지 않아.' 이렇게 생각한다. OB와 YB의 세대 차이가 여기서 보이는 거 같다. 단점이 될 수 있지만 정말 좋은 건 그사이에 은지원이 중간 다리 역할을 해주고, 붙임성 있는 안재현이 있어서 그 세대차이가 장점이자 재미로 부각되는 거 같다. 은지원이 VR 게임기를 받고 정말 좋아할 때 강호동은 그게 뭔지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게 하나의 재미가 되니까.
강호동은 선물 받은 홈씨어터를 설치하는 데 성공했나. 물어봤는데 아직 엄두가 안 난다더라. 다음 시즌 하기 전까지 도전해보고 안 되면 그걸로 게임해야지. (웃음)
강호동에게 '호블리'라는 별명이 있다. 시청자들이 귀엽다고 한다. 실제로도 귀엽다. 강호동도 귀여워 보이는 걸 중요하게 생각한다. 애교도 많고 정도 많다. 강호동에 대한 큰 오해 중 하나가 남자다울 거라는 건데 예쁜 것, 꽃이나 자연 풍경을 정말 좋아한다. 막내 같은 면이 있어서 어린 멤버들과도 잘 어울리는 거 같다. 실제로 강호동과 송민호는 아버지와 아들뻘이지만 그런 게 전혀 안 느껴질 정도다.
강호동의 '스웨그' 포즈가 대유행이다. 예전엔 귀여운 포즈를 좋아했다면 요즘은 '힙한' 포즈를 물어본다. 송민호가 원래 가르쳐준 포즈는 그게 아니었는데. (웃음) 가장 놀란 게 뭐냐면 베트남 가기 전에 머리를 노랗게 염색하고 온 거다. 원래 해보고 싶었는데 고민을 많이 하다가, '이렇게까지 하고 싶으면 해보자'고 생각해서 했다더라. 나이나 메인 MC라는 지위 등을 생각하면 망설일 법도 한데 그런 걸 신경 쓰지 않는 마음가짐이 강호동을 귀엽고 재밌게 호감으로 보이게 하는 거 같다. 점잔빼거나 무게잡지 않으니까. 예전에 사람들이 몰랐던, 방송으로 보이지 않은 강호동의 매력을 많은 사람이 알게 된 거 같아서 기쁘다.
lyy@xportsnews.com / 사진 = CJ E&M, tvN 방송화면
이아영 기자 ly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