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17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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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수답지 못했던' 삼성, 이대로 주저앉을까?

기사입력 2008.10.22 10:34 / 기사수정 2008.10.22 10:34

김도광 기자

[엑스포츠뉴스=김도광 기자] 맹수는 토끼를 사냥할 때도 최선을 다해 뛰어야 한다. 자신에게는 한 끼 식사에 불과하겠지만 상대에게는 목숨이 달린 일이기 때문이다.

목숨보다 더 절박한 것은 없다. 그러므로 달아나는 입장에서는 사력을 다하기 마련이다. 그야말로 죽을 힘을 다해 뛰는 것이다. 그런 상대를 따라잡으려면 자신도 그만큼 뛰어야 한다. '뛰어봤자 벼룩'이라는 생각은 금물이다. 본인에게는 방심으로 인한 빈틈이 생기게 되고 상대에게는 해볼 만 하다는 투지를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맹수라는 이름은 힘껏 달릴 때 유지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이 경기에서 삼성은 맹수답지 못했다.

삼성은 지난 20일 열렸던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맹수답지 못한 모습으로 두산에게 무릎을 꿇었다. 전날 13안타를 치고도 2득점에 그쳤던 두산의 타자들은 복수심에 불타있었고 초반부터 적극적으로 방망이를 휘둘렀다. 삼성의 선발투수 이상목은 속수무책으로 난타당하고 있었지만 삼성 벤치에서는 별다른 묘책을 찾아내지 못했다. 1회초에만 무려 5실점. 승부는 그렇게 기울어가는 듯 보였다.

그러나 지난 16일에 있었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는 반대의 상황이 아니었던가. 그날 삼성은 두산의 선발투수 김선우를 상대로 3회초에 먼저 4점을 얻어냈었다. 준플레이오프에서 롯데에게 3연승을 거두고 올라왔던 상승세가 이어지는 듯 보였고, 열흘간의 휴식으로 아직 경기 감각이 회복되지 못했던 두산으로서는 어려운 승부가 되는듯싶었다. 그렇지만, 두산에서는 이혜천을 투입해서 급한 불을 끌 수 있었다. 초반이니만큼 실점을 최소화하면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다는 계산도 있었을 것이다.

그와는 달리 4차전에서 삼성은 1회초에 5실점한 후 2회초부터 전병호를 마운드에 올렸다. 물론 불펜에서 몸을 풀만 한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겠지만 전병호의 투입은 필승의 의지라고 보기에는 어려웠다. 어쩌면 2승1패로 앞서고 있으니 무리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앞섰는지도 모를 일이다. 두산 타자들은 21안타를 퍼부으며 삼성 마운드를 초토화 시켰고 결국 승부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삼성으로서는 단 3명의 투수로 한 경기를 마무리했으므로 향후 투수운용에 여유가 생긴 것은 사실이지만 그로 인해 두산의 타자들이 자신감과 배팅 감각을 찾았다는 점은 재앙이 될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 재앙은 지난밤에 현실이 되어 나타났다.

지난밤 삼성은 두산에게 4대 6으로 무릎을 꿇으며 플레이오프 종합전적에서 2승3패의 열세에 몰렸다. 이틀 전까지만 해도 2승1패로 앞서있었지만 이제는 벼랑 끝에 몰린 것이다. 그 재앙은 4차전에서 최선을 다하지 않았기 때문에 맞이한 결과였다. 물론 승운이 따르지 않았던 측면도 있었지만 어쨌든 경기는 결과로 말해야 하는 법이다. 결정적인 순간에서 팀배팅은 나오지 않았고 집중력도 부족했다. 14안타를 치고도 4득점에 그쳤다. 2회말에 터진 박진만과 진갑용의 홈런을 제한다면 12안타로 2득점만 얻어낸 것이다.

이제 삼성은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게 되었다. 그야말로 벼랑 끝에 몰린 것이다. 상승세의 분위기를 이어가지 못하고 여유를 부린 결과다. 그러나 맹수는 달려야 한다. 상대가 힘껏 달릴수록 더욱 힘을 내야만 한다. 사자는 기가 완전히 살아난 곰을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인가. 포기하지 않고 용맹하게 달려들어 다시금 맹수의 위용을 과시할 수 있을 것인가. 지난 2차전, 14회까지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던 모습을 다시금 보여줄 수 있을 것인가.

플레이오프의 마지막 승부가 될 것인가, 아니면 삼성이 다시 살아날 것인가. 잠실에서의 6차전이 기대되는 이유다.



김도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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