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마침 비가 내리던 저녁, 연극 ‘3일간의 비’와 극장 밖 고즈넉한 분위기가 잘 맞아떨어졌다.
이윤지는 '3일간의 비'에서 낸과 라이나 두 역을 맡아 열연 중이다. “많이 볼수록 다른 게 들린다고 하더라. 지난번에 이해 못 한 게 이거였구나 할 거다. 사실 어렵다기보다는 정보가 너무 많다”며 웃어 보였다.
오만석이 연출을 맡아 국내 초연한 ‘3일간의 비'는 1995년과 1960년대의 다른 두 시대적 배경을 바탕으로 우연히 발견한 일기장을 통해 과거의 진실을 들여다보는 작품이다. 자녀세대와 부모세대의 낸과 라이나, 워커와 네드, 핍과 테오 이야기, 그 연결고리와 오해 그리고 감정을 은유적이고 함축적인 언어로 풀어나간다. 처음에는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으나 곱씹어보면 울림이 와닿는 작품이다.
“친절하지는 않지만 매력적인 연극이에요. 두 인물을 한사람이 조율한다고 해야 하나요. 배우로서는 하고 싶은 작품이었어요. 초연이기 때문에 얻을 팁이 없어요. 멋있게 얘기하면 우리가 ‘3일간의 비’의 역사가 되는 거죠. (서)현우 오빠가 역사가 되도록 하라고 하더라고요. 하하. 사실 연출님도 난감했을 거예요. 무대도 그렇고 발전시킬 토대가 없었으니까요. 짤막한 외국 영상 같은 건 별로 도움이 못 됐고요.
연출님이 문창과 학생들 같다고 할 만큼 배우들이 많은 토론을 했어요. 내가 해석한 게 맞는지 서로 비교하기도 하고요. 급하게 올리는 공연도 많은데 우리는 꼬박 2달을 8시간, 많으면 10시간 가까이 연습했죠 매일 토론하고 이야기하고 말꼬리 붙잡으면서요. 지금은 잦아들었지만 처음 공연을 올렸을 때 관객들이 ‘이게 뭐지. 알고 하는 거야?’ 라며 날이 선 분위기도 있었어요. 좀 더 정돈하는 작업이 많았고요.”
3일간 내린 비는 등장인물의 운명을 바꿔놓았다. 인간의 원죄와 죄의식, 사랑, 불완전한 행복을 다룬다. 어려운 연극이지만 선택에 고민이 많지는 않았단다.
“번역본을 읽었을 때는 재미가 덜했는데 각색본이 너무 잘 나왔어요. 컴퍼니 쪽에서도 각색본을 읽어보라고 자신 있게 말하더라고요. 너무 잘 나왔다고요. 각색본이 흥미롭게 읽혔어요. 오히려 무대에서 어떻게 연기를 올려야할지가 고민이었지 선택에는 고민이 많지 않았어요.”
연출님이 원한 방향대로 잘 가고 있다고 생각은 해요. 모호한 단편들이 펼쳐져 있어요. 정보가 조금 더 효과적으로 들어갈 수 있게 장면이 도치됐고요. 1막은 1막 나름대로, 2막은 2막 나름대로 마무리가 돼요. 각각의 독립적인 단편이 모여서 마지막에 복기해봤을 때 평행선을 이루는 게 큰 그림이에요.”
라이나는 연인 테오의 다정한 보살핌을 원하지만 테오는 주지 못한다. 뉴욕에 3일간의 비가 내리던 기간에 테오는 출장을 갔고, 라이나는 테오의 친구 네드와 사랑에 빠지고 결혼한다. 하지만 결혼생활은 행복하지 않았다. 라이나는 미쳐갔고 딸 낸은 그런 엄마를 보고 자란다. 감정을 요동치게 하는 비가 그때 내리지 않았다면 이들의 운명은 달라졌을까.
“라이나가 뜨겁게 사랑한 사람이 테오고 테오의 뮤즈가 되고 싶어 했어요. 나보다는 성공이 먼저인 것 같은데 이 남자가 좋아서 계속 만났고요. 그 타이밍에 테오가 자기 일 때문에 연락이 끊기고요. 그런 사랑보다는 3일간의 비를 통해 네드에게 가겠다는 결정을 했고요. 그러다 테오에게 걸렸는데 버림받았다고 단정 지어요. 저도 모르게 라이나가 미치지 않을 수 있었겠나 싶더라고요. 사랑하는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을 선택해놓고 제풀에 미쳐버리는 게 너무나 불쌍해요.
뜨거운 성향을 가진 라이나가 워커를 낳고 사는 동안에 날마다 고통이었을 거고, 자신을 갉아먹은 느낌이었을 거예요. 제가 생각하는 라이나는 가까스로 참고 있어요. 나 건드리지 말아줬으면 좋겠어 하는 마음이죠. 대사 중에 ‘영혼의 과잉’이라는 말이 너무 좋아요.”(인터뷰②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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