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미지 기자] 1993년 8월 1집 앨범 '블루스 인 리듬'(Blues In Rhythm)으로 데뷔한 유영진이 올해로 24주년을 맞았다.
담담한 발라드나 경쾌한 댄스곡이 유행하던 시기, 유영진은 소울이 가득한 R&B 발라드로 대중에 신선함을 선사해 대한민국 R&B의 원조가수라는 호칭을 얻었다. 이후 20여년의 세월 동안 자신의 목소리는 물론, 수많은 그룹의 가사와 멜로디를 통해 소통했다.
1990년대 초와 2000년대 초기에 발표한 자신의 목소리가 담긴 히트곡과 1990년대 중후반 그리고 2000년대, 2010년대를 장악한 유영진이 만들어낸 히트곡 히스토리를 살펴봤다.
▲ 1990년대 초 그리고 '지애' : R&B 원조가수의 등장
1993년 4월, SM엔터테인먼트 이수만 회장과 계약한 유영진은 그해 8월 '블루스 인 리듬'(Blues In Rhythm)을 발표했다. 1집 앨범에는 그의 대표곡으로 꼽히는 '그대의 향기'가 수록돼 있다. 강타, 김범수, 에디킴 등의 가수들이 음악 프로그램에 나와 리메이크하기도 했던 '그대의 향기'는 유영진의 이름 석자를 알리게 된 계기가 됐고, R&B 발라드의 신세계를 개척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1995년 발표한 2집 '블루 리듬'(Blue Rhythm)의 '습관적인 눈물', '너의 착각'에서는 R&B와 댄스곡도 이질감 없이 어울린다는 것을 증명하기는가 하면, '두번째 이별'에서는 또 자신만의 감성을 가득 담으면서도 귀에 감기는 신선한 멜로디로 특별한 존재감을 선사했다.
유영진의 앨범으로서는 마지막인 3집은 2집과는 무려 6년이 지난 2001년 발표됐다. 당시 '지애'는 특유의 슬픈 멜로디와 가사, 유영진의 보컬까지 어우러지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수록곡 '디어 마이 패밀리'(Dear My Family)는 자신이 프로듀싱한 SM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들이 목소리를 얹어 폭발적 애드리브를 내뿜는 유영진의 매력을 받쳤다. 특히 이 곡은 이듬해 SM TOWN 겨울 앨범에 수록되는 것은 물론, SM엔터테인먼트의 리얼리티 영화 'I AM.'의 OST로도 채택돼 대표적인 'SM TOWN' 노래로 꼽히기도 한다.
▲ 1990년대 중후반 : H.O.T., S.E.S., 신화, Fly To the Sky
포털사이트에 유영진의 이름을 검색하면, 데뷔 란에 '1996년 H.O.T. 1집 음반 프로듀서'라는 결과가 적혀있다. 가수 유영진의 시작은 1993년이었지만 더 오랜 시간 지속된 프로듀서 유영진의 시발점은 바로 H.O.T. 였다.
유영진은 당대 가장 이슈가 되는 것들을 노랫말로 만들어 H.O.T.에 투영했다. 가장 먼저 탄생한 곡은 바로 당시 10대의 학원폭력을 주제로 한 '전사의 후예'. 아이돌그룹 전설의 시작이라고 불리는 H.O.T.는 단숨에 10대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위 아 더 퓨처'(We are the Future)에서는 '더 이상 어른들의 말에 휘두르지 않고 내 인생을 살겠다'는 메시지를 전하며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이후 발표한 '열맞춰', '아이야' 등의 명곡에서도 획일화된 모습을 강조하는 어른들에 대한 반항과 화성 씨랜드 참사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어른들을 비판하는 내용의 이야기를 담아 분노를 표출하기도 했다. 당대 이슈에 대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아이돌 그룹을 소비하는 10대의 시선에 맞춰 완성해 낸 것. 특히 유영진은 댄스곡이 아닌 '내가 필요할 때'(소년, 소녀 가장에게), '자유롭게 날 수 있도록' 등의 발라드에서도 같은 시선을 내비치며 팬들을 사로잡았다.
SM엔터테인먼트 걸그룹 중 유영진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S.E.S.는 데뷔곡 '아임 유어 걸'(I'm Your Girl)로 뉴잭스윙 열풍을 이끌며 단숨에 원톱 걸그룹으로 비상했다.
2집 '드림스 컴 트루'(Dreams Come True)에서 요정 콘셉트로 문화적 충격을 선사했던 S.E.S.는 3집 '러브'(Love)와 '트와일라잇 존'(Twilight Zone)으로 유영진의 뮤즈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특히 유영진은 S.E.S.를 통해 소녀가 여성으로 성숙해져가는 과정은 물론 요정이라는 신비한 콘셉트까지 부여해 걸그룹 교과서의 시대를 개척했다.
특히 S.E.S.와 유영진은 지난 1월, 14년 만에 신곡 '한 폭의 그림'에서 다시 만나 뉴잭스윙 장르를 추억해 이슈를 모으기도 했다.
S.E.S.에 이어 데뷔한 신화는 데뷔곡 '해결사'로 H.O.T.처럼 사회적 비판으로 시작했지만, 큰 호응을 이끌지는 못했다. 이후 2집 'T.O.P'에서 유영진은 '백조의 호수'를 리메이크해 해체 직전에 있던 팀을 구해냈다. 클래식에 칼군무를 펼치는 신화의 무대와 귀를 사로잡는 멜로디로 단숨에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 것.
2집 '요!'(YO!)에서 10대 반항아 이미지를 강조했던 신화는 3집 '온리 원', 4집 '와일드 아이즈'(Wild Eyes), 5집 '퍼펙트맨'(Perfect Man), 6집 '너의 결혼식', '중독'까지. 신화가 SM엔터테인먼트를 나가기 전까지, 유영진의 곡으로 '강한 남성' 이미지를 표출했다. 활동곡 중 유일한 발라드곡 '중독'은 좋아하는 여성에게 심히 집착하는 남성의 이야기로 후에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샤이니로 이어지는 '고백송' 혹은 '사랑가'의 시초가 되기도 했다.
Fly To the Sky는 SM엔터테인먼트의 유일한 R&B 남성 듀오로 출격해 유영진의 장르적 특색을 자랑하기도 했다. 데뷔 앨범 수록곡 '플라이 투 더 스카이(Fly To the Sky)'에서 유영진식 R&B를 자랑했던 플라이투더스카이는 3집 '씨 오브 러브'(Sea Of Love)로 대중적 인기까지 끌며 '믿고 듣는' R&B 듀오의 발자취를 남겼다.
▲ 2000년대 한류 돌풍의 주역 :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샤이니, 엑소
동방신기는 신화에 이어 유영진의 음악적 스펙트럼을 볼 수 있던 그룹. 여기에 H.O.T.가 성공했던 사회 이슈를 '트라이앵글', '오정반합' 등의 곡에 접목시켜 파격 콘셉트로 눈길을 모으기도 했다.
또 SMP(SM Music Performance)의 강렬함을 가장 잘 소화하는 그룹이기도 한 동방신기는 '라이징선', '오정반합', '왜', '캐치 미'(Catch Me), '수리수리' 등에서 그 극치를 살려내기도 했다.
특히 동방신기는 댄스곡 뿐 아니라 발라드에서도 유영진의 감성을 잘 표현했는데 '투나잇'(Tonight)의 애드리브는 여전히 '역대급'으로 회자되고 있다.
슈퍼주니어 역시 유영진 그리고 SMP의 영향을 많이 받은 그룹. 일단 대중적으로 이름을 알린 '쏘리 쏘리'(Sorry Sorry)가 바로 유영진의 곡이다. 이후 '미인아'로 유영진표 '사랑가'를 선사한 슈퍼주니어는 '미스터 심플'(Mr. Simple)로 '즐겁고, 가볍게 살자'는 유영진식 가치관을 팀의 매력대로 표현해 글로벌 최정상의 위치에 섰다.
샤이니도 유영진이 선사한 '링딩동'으로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비상했던 그룹. 당시 '링딩동'은 SMP의 결정판이라는 수식어를 가지고 중독성 넘치는 멜로디로 '수능금지곡'에 지정되기도 했다. 샤이니 역시 '아.미.고'(아름다운 미녀를 좋아하면 고생한다) 등의 곡으로 유영진의 '고백송'을 피해가지는 못했다.
엑소는 데뷔곡 '마마'(MAMA)와 수록곡 '히스토리'(HISTORY)로 SMP를 선사한 그룹. 특히 유영진은 '마마'에서 H.O.T., 신화, 동방신기 등이 사용했던 사회 비판적 요소를 다시 끌어와 팬들의 의아함을 자아내기도 했다.
유영진표 SMP를 이끌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엑소였지만, 유영진은 1집 참여를 끝으로 엑소의 활동곡 작곡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 다시 목소리 : 엑소 디오·NCT 태용과의 컬래버레이션
곡의 애드리브가 아닌 이상 목소리를 들려주지 않을 것 같던 유영진은 지난해 엑소 디오와의 깜짝 컬래버레이션곡 'Tell Me(What Is Love)'로 음원차트를 장악하며 이슈를 불러모았다.
유영진의 목소리를 기다려온 팬들에게 엑소 디오와의 협업은 당연히 기대되는 일이었다. SM의 수많았던 보컬리스트 중 유영진의 음색과 가장 비슷한 보컬이 디오였기 때문. 실제로 'Tell Me(What Is Love)는 디오가 젊은 유영진의 목소리를, 유영진이 성숙한 디오의 목소리를 내는 것처럼 비슷한 음색이 어우러져 세대를 거스른 두 보컬의 매력을 발산했다. '텔 미'는 발매 당시 국내 음원차트를 '올 킬'하며 존재감을 과시하기도 했다.
지난 5일에는 NCT 태용과 협업한 '함께'를 공개 했다. 디오와의 작업이 보컬 대 보컬이었다면 태용과는 보컬과 랩의 조화. 20여년의 세월이 지나 한참 후배와도 섞이는 그의 목소리는 가수 유영진을 그리워하는 팬들의 그리움을 잠시나마 만족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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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지 기자 am8191@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