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17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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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판 삼국지] 손호성, 푸른 독수리의 비상을 꿈꾸며

기사입력 2008.10.13 17:26 / 기사수정 2008.10.13 17:26

김경주 기자



[엑스포츠뉴스=김경주 기자] 독수리의 고공비행이 잠시 주춤거리고 있다. 안양 한라의 골리 손호성의 이야기다. 그에게 이번 시즌은 유난히 춥고 힘겹다.

'대한민국 아이스하키 대표 골키퍼' 라는 수식어가 하나도 아깝지 않게 여겨지는 그는 남들보다 조금 늦게 스케이트를 신었지만 자신이 가지고 있던 아이스하키에 대한 재능만은 숨기지 못했다. 보성중 2학년 시절 처음 스케이트를 신고 스틱을 손에 들었다. 그러나 그의 실력은 일찍 빛을 발해, 보성고 시절부터 꾸준히 주목을 받기 시작, 연세대 재학 시절엔 국가대표 골리로 활약했고, 대학 졸업 후 입단한 하이원에서도 주전 자리를 꿰차며 자신의 진가를 어김없이 보여줬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안양 한라의 가장 큰 라이벌은 같은 한국팀인 하이원이다. 그리고 손호성의 이적 전, 그 하이원에서 안양 한라에서 가장 골치 아팠던 상대가 손호성이었다. 공격을 해볼라치면 그 마지막엔 항상 손호성이 버티고 섰다. 그가 골대 앞에 서 있는 자체로 슛에 대한 의지를 잃어버릴 정도였다. 그 정도로 그의 존재 가치는 컸다.

아이스하키 선수들은 척 보기에도 무거워 보이는 무장을 입고 경기에 나선다. 골리의 경우 양다리에 방패 같은 패드를 더한다. 웅크리고 골문 앞에 서 있으면 빈틈조차 없어 보이는 데 어느새 활짝 펴고서 날아오른다. 손바닥보다 작고, 눈이 따라가기도 힘들 정도로 빠른 퍽을 잡아내면, 순간 모든 공기가 멈춘 듯한 기분이 든다.

그런 '경이로운' 움직임을 보여주는 골리인지라 다른 포지션에 비해 팬의 환호도 높다. 물론, 손호성도 마찬가지다.

그런 환호에 비해 그는 참 무미건조하다. 경기 중에 큰 목소리를 내는 일도 거의 없고, 상대 선수와 마찰을 빚는 일도, 안양 한라로 이적한 뒤에는 거의 찾아 볼 수 없다. 다만, 묵묵히 자신의 본분을 다할 뿐이다.

손호성의 이적 후 안양 한라 팬은 안정된 골리를 얻었다는 기쁨을 감출 수 없었다. 갑자기 실력이 늘어났다거나 하는 일은 없었지만 자신이 가진 능력은 어김없이 발휘했다.

그런 그에게 최근 조금 미묘한 버릇이 생겼다. 상대 공격수가 드리블을 시작하면 골대를 비우고 앞으로 나오는 게 그것인데, 지난 시즌엔 쉽게 찾아보기 어려웠던 모습이다. 골대를 비우고 나오다 보니 자연히 상대 공격수에게 골문을 열어주는 상황도 많아졌고, 손호성이 나올 것을 예측하지 못한 안양 한라의 수비수들이 손호성의 시야를 방해하는 일도 종종 생긴다.

이런 모든 상황은 대부분 실점으로 이어진다. 상대팀이 기쁨에 겨워 양팔을 들어올릴수록, 손호성의 고개는 아래로 떨어진다. 



지난 8일 일본팀 중 가장 약체로 여겨지는 닛코 아이스 벅스와의 경기에서 손호성은 2피리어드까지 내리 다섯 골을 내주며 3피리어드엔 빙판에 서지 못했다. 벤치 밖에 선 손호성은 링크를 바라보지 못하고 고개를 숙인 채 나머지 20분을 보냈다.

경기 종료 후 안양 한라의 한 선수는 "골리는 멘탈(정신력)이다. (손)호성이는 지금 그 멘탈이 바닥을 치고 있다."라며 아쉬워했다. 무장이 아닌 사복을 입고 집으로 향하는 손호성의 어깨는 그 어느 때보다 무너진 것처럼 보였다.

그 어깨를 다시 자신의 위치로 돌려놓는 것, 그리고 무너진 정신력을 회복하는 것. 그래서 다시 한 번 자신의 참모습을 한. 중. 일 삼개 국에 보여주는 것. 이 모든 것은 손호성, 본인의 의지에 달렸다.

그의 헬멧에는 매서운 눈을 한 독수리의 머리가 그려져 있다. 그 독수리가 날아오르는 날, 아마 그의 가슴에 그려진 백곰도 함께 두둥실 날아오를 수 있지 않을까. 



김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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