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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s 초점] '타점 신기록' 두산 김재환, 이제는 당당하게 야구하라

기사입력 2017.08.09 11:29 / 기사수정 2017.08.09 11:29

정지영 기자

​[엑스포츠뉴스 정지영 인턴기자] 프로 유니폼을 입은 지 딱 10년째. 한 팀의 4번 타자로 자리매김했다. 거듭된 포지션 전향에 만년 유망주라는 수식어, 그리고 약물이라는 꼬리표까지. 숱한 우여곡절 끝 이제서야 온전히 자신의 실력을 입증하고 있다. 두산 베어스 김재환의 이야기다.

김재환은 지난 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홈경기에 4번 타자 좌익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1안타(1홈런) 2타점 2득점으로 맹활약하며 팀의 승리에 앞장섰다. 특히 1회말 2사 2루서 쏘아 올린 투런포가 이날의 결승타가 됐다.

KBO리그 역사도 새로 썼다. 김재환은 이 홈런을 통해 12경기 연속 타점이라는 신기록을 세웠다. 이로써 김재환은 1991년 장종훈(당시 빙그레), 1999년 이승엽(삼성), 2015년 나바로(당시 삼성) 그리고 2017년 최형우(KIA)가 공동 1위를 기록한 11경기 연속 타점을 넘어섰다. 이제부터 그가 달성하는 연속 타점은 그대로 새 역사가 된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김재환은 주전, 4번 타자는 고사하고 만년 유망주에 불과했다. 1군 등록일수가 많지 않아 백업이라고 하기도 그렇다. 불과 2년 전인 2015년만 해도 김재환은 1군보다 퓨처스리그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데뷔 9년 차인 지난해 비로소 한 팀의 주전으로 우뚝 섰다.

2008년 포수로 두산 유니폼을 입은 김재환은 뛰어난 타격감과 파워로 눈길을 끌었지만, 프로의 벽을 쉽사리 넘지 못했다. 2009~10년 상무에서의 군 복무를 마친 뒤 조금씩 재능을 발휘하려던 2011년 말 도핑테스트에서 약물 성분이 검출돼 위기를 겪었다. 이에 더해 어깨 통증으로 포지션을 1루로 바꾸기도 했지만, 송구가 정확하지 않아 애를 먹었다. 어쩌다 1군에서 좋은 활약을 보이면 '약물'이라는 수식어가 빠지지 않았다.

하지만 묵묵히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던 차에 2016시즌에 앞서 김현수의 메이저리그 진출로 두산 외야에 자리가 생겼고, 김재환은 단숨에 기회를 잡았다. 특유의 한 방 능력으로 대변되는 파워는 여전했고, 외야 수비도 어느새 안정을 찾기 시작했다. 그렇게 김재환은 2016시즌 134경기에 나서 타율 3할2푼5리 37홈런 124타점 맹타를 휘두르며 주전 좌익수로 도약했다. 생애 첫 외야 골든글러브 수상이라는 영예도 안았다. 그리고 올 시즌에는 명실공히 두산의 4번 타자로 우뚝 섰다. 그는 올 시즌 현재 101경기에 나서 타율 3할5푼9리 29홈런 85타점을 기록 중이다.

특유의 성실함과 2년 연속 꾸준한 활약에 이제야 제 실력을 인정받는 듯 하지만, 약물 전과가 아직도 그의 발목을 잡는다. 전날 신기록 달성 후에도 "모든 야구팬들께 죄송하다. 앞으로도 꾸준하고 성실하게 야구하겠다"며 고개를 숙인 김재환이다. 전과를 지울 수는 없고, 큰 잘못을 저지른 점은 분명하지만 그가 2년간 보여준 꾸준함과 성실함, 그리고 그가 남긴 숱한 기록 전부를 약물이라는 오명으로 덮을 수는 없다. 이제는 죄송한 마음을 한 켠에 묻어둔채 조금은 당당하게 야구해도 되지 않을까.

jjy@xportsnews.com / 사진=엑스포츠뉴스 DB

정지영 기자 jjy@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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