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3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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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살, 홍철이 부르는 '성실함의 노래' - ②

기사입력 2008.10.03 02:27 / 기사수정 2008.10.03 02:27

김경주 기자



[엑스포츠뉴스= 김경주 기자] 그런 이 소년의 최종 목표는 풍생고 선배인 김치우입니다. 왜 하필 김치우냐 물었더니 풍생고에 입학하고 나서 플레이 스타일이 닮았단 소리도 많이 들었고, 큰 꿈을 가지라 해서 김치우로 목표를 잡았다고 하더군요. 자기에겐 김치우가 가장 잘하는 것 같다면서요. 김치우가 목표이긴 합니다만, 김치우를 따라잡고 닮는 것만이 소년이 가진 꿈의 전부는 아닙니다.

언젠가 김치우를 뛰어 넘고 또 그래서 국가 대표의 유니폼을 입어 보는 것이 소년이 가진 마지막 꿈입니다.

국가 대표의 꿈을 가졌을 만큼 당당한 홍철은 어느 날 성남의 경기를 보러 와서는 기자에게 무언가를 한참 바라보다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한마디 던졌습니다. "왜 저 선수 명단 쓰인 걸개에 제 이름은 없어요?" 당돌하고 귀엽기까지 한 그 발언에 실소를 금치 못하고 크게 웃자 이내 멋쩍은 듯 "에이, 그래도 몇 년 뒤엔 정말 저기에 제 이름도 있을 거에요."라고 말하며 부끄러워하더군요.

프로 2군 경기는 쉴 틈이 없다며 혀를 내두르다가도, 그래도 운동하는 자체가 정말 즐겁다고 말하며 배시시 웃는 소년을 보면, 아직 때가 묻지 않아 순수한 노력과 열정만 가지고 있는 것 같아 참 대견스러워집니다.

열심히 뛰고 최선을 다했지만, 항상 이길 수는 없습니다. 성남은 결국 포항에 후반 동점골을 내줬고, 30분의 연장에도 승부는 가려지지 않았고 결국 지난해 결승전과 마찬가지로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결국 역전패당하고 말았습니다.

그라운드를 달리는 22명의 선수 모두 승리를 원하고 뛰는 것인지라, 그 원하던 것을 얻지 못한 11명의 선수는 착잡할 수밖에 없습니다. 얻지 못한 11인에 껴 있던 홍철도 표정이 밝지 못했죠.

경기 후 만난 홍철은 "이번엔 정말 결승에 가고 싶었다."라며 아쉬움을 피력했습니다. 사실, 올 시즌 처음으로 개막한 U-18리그에서도 울산 현대고에 4강전에서 패해 결승에 진출하지 못했었던 기억이 남아있는지라 이번만큼은 이겨서 결승전을 뛰고 우승컵을 들어보고 싶었는데, 이번에도 얻게 된 것은 결국 패배의 쓴 잔일 뿐이었습니다.

아쉽고 서운하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입니다. 이제 풍생고 3학년도 아니고 성남 2군에서 뛰는 유스도 아닌 대학입학을 앞둔 어정쩡한 시기인데다, 한창 놀고 싶어 할 나이인지라 쉬는 동안 무엇을 하며 지낼 것인가가 궁금해져 물었더니 자신만의 성실함이 가득 담긴 대답이 돌아옵니다. "후배들이랑 계속 운동해야죠. 몸 만들어야 돼서요."  

19살, 이제 곧 스무 살이 되는 이 소년이 가진 '성실함'의 봉오리는 승리의 기쁨만이 아닌, 패배의 아픔 또한 양분으로 삼아 무럭무럭 자라날 것입니다. 그리고 곧 소년이 아닌 청년이 되어, 19살에 입었던 이름조차 달려있지 않던 노란 유니폼에 당당하게 자신의 이름 두 글자를 달고, 53번 아닌 정식 배번을 받아 푸른 그라운드에서 '톡'하고 터져 만개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노란 유니폼은 물론, 자신이 그토록 꿈꾸는, 호랑이가 왼쪽 가슴에 달린 붉은 유니폼도 입을 수 있겠죠. 그때가 언제인지는 소년의 성실함이 스스로 결정짓게 되는 것이겠지만요. 꿈이 만개해 소년의 이름이 진한 꽃 향처럼 퍼지는 그날이 오길, 이 소년의 밝고 수줍은 미소가 그때에도 함께할 수 있길 빌어봅니다. 



김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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