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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츠 모닝와이드] 정교함으로 무장한 '강타자' 김별명

기사입력 2008.10.01 01:09 / 기사수정 2008.10.01 01:09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진정한 '강타자'가 갖춰야할 조건들은 다양합니다. 우선적으로 타석에 들어서면 출루를 많이 하던지 아님 타점에 일가견이 있는 타자가 되어야 합니다. 1번부터 9번까지 이르는 모든 타자들이 3할 대 이상에 100타점을 기록할 수 없습니다.

아무리 잘 쳐야 3할 대를 유지하는 타자들은 한정돼 있고 각 포지션에서 각자가 할 일을 충분히 해주는 것이 타자들의 임무입니다. 그 중에서도 흔히 타순 중에서 3번이나 4번을 치는 타자들을 '강타자'로 분류합니다.

3, 4번 타자들이 다른 순번의 타자들보다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1, 2번 주자가 출루했을 시에 이들을 불러들어야 하는 점 때문입니다. 중심타자들이 루상의 주자들을 불러들이려면 안타, 혹은 홈런이나 희생타를 때려야합니다.

루상에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강한 클러치 능력이 있어야하고 타율도 좋아야 하며 홈런도 제법 칠 줄 알아야합니다. 중심타자는 한마디로 '파워'와 '정확성'을 겸비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게 됩니다.

아무리 야구가 투수들의 영향으로 좌지우지되는 경우가 많지만 강타자들이 중심타선에 포진되어 있는 팀은 그들만의 저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에이스인 류현진을 제외한 선발투수들의 부재로 4강 진입에 결국은 실패한 한화 이글스가 그나마 이 정도의 성적을 낸 것은 중심타선의 장타력 때문입니다.

비록 8월말과 9월 달에 들어서면서 한화의 중심타자들이 정교함을 잃어버리고 급추락을 했지만 시즌 중반에 3위까지 오른 저력은 팀의 장타력이 큰 힘이 되었습니다.

시즌 종료를 눈앞에 두고 있는 10월 1일까지의 홈런 순위를 보면 1위부터 5위까지 한화의 중심타자 4명이 포진돼있습니다. 1위인 김태균이 31개를 치고 있고 3위와 4위에 올라있는 선수는 김태완(23개)과 덕 클락(22개)입니다. 또한, 이범호가 19개를 때려서 SK의 박재홍과 함께 공동 5위에 올라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올 시즌에 들어와서 최고의 타자로 우뚝 선 선수는 단연 김태균입니다. 김태균은 시즌 초반부터 중반까지 부상을 안고 시합에 출전했지만 홈런과 타점은 물론 타격과 장타율, 출루율 등 타격과 관련된 모든 부분에서 선두권을 유지해 왔습니다.

8월에 올림픽 휴식기를 거치고 난 이후에도 김태균의 좋은 성적은 꾸준하게 유지됐습니다. 지난 시즌에 비해 김태균이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원인은 정교함과 선구안, 그리고 투수와의 수 싸움이 향상됐기 때문입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김태균은 자신이 한화의 4번 타순에 있는 선수란 위치에 적잖은 책임감을 느꼈습니다. 4번 타자는 당연히 큰 것을 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 김태균은 홈런과 타점을 지나치게 의식해 파워를 실은 큰 스윙을 고집했습니다.

파워를 살리기 위해, 1kg짜리의 배트를 지난해까지 썼지만 김태균은 올 시즌에 들어서면서 910g이 나가는 배트로 교체했습니다.

김태균은 배트의 무게를 줄이면서 볼을 정확히 가져다맞추는 컨택 능력에 신경을 썼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효과는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볼을 기다리는데 인내심도 정평이 있던 김태균이었지만 이번 시즌에 들어오면서 김태균의 볼을 골라내는 눈과 배트를 들고 있는 어깨는 더욱 신중해졌습니다.

어지간한 유인구에 속지 않는 김태균은 다른 팀의 적지 않은 투수들이 던질 곳이 없다고 밝힌 것처럼 유인구와 승부구가 제대로 통하지 않는 대표적인 타자입니다. 이렇게 뛰어난 선구안과 투수의 볼을 읽어 내려가는 수 싸움 능력을 가졌으니 투수들은 김태균에게 정면승부를 하거나 고의사구로 내보냅니다.

투수가 자신이 원하는 코스로 볼을 던지게 만드는 능력을 키운 김태균은 이 볼들을 놓치지 않고 그대로 장타나 단타로 연결시켰습니다. 파워에 연연하지 않고 정확성에 초점을 맞춘 김태균의 자신의 마음가짐도 바꾸었던데 이 점이 올 시즌의 성공을 이끌어냈습니다.

김태균은 타석에 들어서면 큰 것을 노리지 않고 잘 갖다 맞춰서 안타를 만든다는 생각에 전념했습니다. 홈런을 의식하면 결코 좋은 타격을 할 수 없다는 경험을 치른 김태균은 큰 스윙보다 군더더기가 없는 간결한 스윙을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 결과, 좋은 타구가 많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고 잘 맞은 타구가 담장 밖으로 넘어가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물론 한화가 쓰는 대전 홈구장의 팬스가 짧았던 것도 이유는 됐지만 자신의 단점을 발견하고 적극적으로 고친 것이 오늘의 결과를 낳았습니다.

김태균이 강타자가 갖춰야할 모든 부분을 고루 갖출 수 있게 만들어준 일등 공신은 바로 '왕년의 홈런왕'이었던 장종훈 타격코치입니다. 장 코치는 김태균이 힘을 갖췄으면서도 유연성이 뛰어나고 볼을 골라내는 탁월한 선구안을 가진 장점들을 모두 인정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생각한 틀에 김태균을 강제로 끼워 넣지 않았습니다. 김태균이 가진 고른 장점들을 모두 살려내려고 노력한 장 코치의 열린 자세에 김태균도 적극적으로 따라주었습니다.

지도자들은 자신의 경험으로 터득해낸 이상적인 선수가 나름대로 존재합니다. 간혹 자신이 생각한 것과는 다른 스타일을 가진 선수에게 맞지 않는 옷을 입히려고 시도하다가 실패로 돌아가는 일도 적지 않게 있었습니다.

지도자는 자신의 노하우를 선수에게 적용시키는 능력도 중요하지만 그 선수만이 가진 장점을 이끌어낼 줄 아는 안목도 필요합니다. 장 코치는 힘뿐만이 아닌 정교함을 지는 김태균의 장점을 십분 발휘해 오늘날의 김태균을 완성시켰습니다.

그라운드에서 가지각색의 활약과 코믹스러운 모습도 많이 보여줘 김태균의 별명은 수도 없이 많습니다. 이러한 별명을 통칭하는 ‘김별명’으로 불린 올 시즌 동안, 김태균은 어느덧 롯데의 이대호와 두산의 ‘안타 제조기’ 김현수와 함께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최고의 타자로 우뚝 섰습니다.

비록 소속팀인 한화가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어도 김태균이 이번 시즌 MVP급 활약을 펼친 것은 팀에게 고무적인 현상입니다. 파워뿐만이 아닌 정확성과 뛰어난 선구안을 가진 타자는 좀처럼 쉽게 슬럼프를 겪지 않습니다.

모든 것을 갖춘 진정한 강타자로 거듭나려면 자신만의 고집을 버리고 타인의 의견을 수용할 줄 아는 열린 자세도 필요합니다. 진정으로 자신의 장단점을 연구할 줄 알고 게으름을 피우지 않는다면 타석에 설 때마다 안타를 치는 횟수는 점점 높아져 갈 것입니다.

[사진 = 김태균 (C) 한화 이글스]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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