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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운전사' 시동④] 장훈 감독 "0순위 배우들과 함께…행복한 시간" (인터뷰)

기사입력 2017.08.02 10:00 / 기사수정 2017.08.02 09:46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6년 만에 내놓은 새 작품이다. 장훈 감독이 영화 '택시운전사'를 통해 관객과의 소통에 나섰다.

2일 개봉한 '택시운전사'는 1980년 5월, 서울의 택시운전사 만섭이 통금시간 전까지 광주에 다녀오면 큰 돈을 준다는 말에 독일기자 피터를 태우고 아무것도 모른 채 광주로 가게 된 이야기를 그린 영화. 담담하게 그 시절을 그려내면서도 뭉클함과 웃음을 함께 안기는, 장훈 감독의 차분한 연출과 함께 스크린에 녹아났다.

'택시운전사' 개봉을 앞두고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장훈 감독은 "'고지전' 이후로 인터뷰도 오랜만이네요"라며 특유의 멋스러운 중저음의 목소리와 함께 인사를 건넸다.

장훈 감독의 말처럼 '택시운전사'는 '고지전' 이후 무려 6년 만에 새롭게 내놓은 작품이다. 장훈 감독은 "개인적인 시간도 보냈고, 그러다 보니 이렇게 시간이 흘렀네요"라고 쑥스러운 미소를 함께 덧붙였다.

'택시운전사'는 2일 개봉 전 서울을 비롯해 부산, 대전, 광주, 제주도 등 전국을 아우르는 시사회로 미리 관객들을 만나며 영화에 대한 열기를 고조시켰다. 오랜만에 가까이서 관객들을 마주한 장훈 감독도 "(오랜만에 관객들을 보니) 반갑더라고요. 많이 반겨주기도 하셨고요. 정말 좋죠, 힘을 얻고"라고 말을 이었다.

'택시운전사'는 송강호를 비롯해 독일 배우 토마스 크레취만, 유해진, 류준열 등 화려한 캐스팅으로도 주목받았다. 여기에 고창석, 전혜진, 박혁권, 최귀화 등 다양한 개성을 자랑하는 배우들이 함께 해 완성도를 높였다.

지난 해 6월 5일 촬영을 시작해 10월 23일 82회차로 마무리하기까지, 가장 덥기로 손꼽혔던 지난 여름을 온전히 '택시운전사'와 함께 했던 시간이었다.

장훈 감독은 "작년 여름이 진짜 많이 더웠잖아요. 배우 분들이 고생을 많이 하셨죠"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특히 장훈 감독은 자신이 원했던 '0순위' 배우들의 캐스팅을 만드는 데 성공한 '행운의 감독'이 됐다.

"0순위 배우 분들로 생각했던 분들이 같이 하게 됐죠"라고 웃어 보인 그는 "정말 큰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최고의 배우들, 또 그 역할에 가장 잘 맞는 배우 분들과 할 수 있어서 촬영 과정도 정말 즐거웠죠. 그리고 그 분들이 극 안에서 만들어내는 힘도, 따뜻한 인간미가 있고 좋은 것 같아요. 그런 부분을 많이 기대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스크린을 꽉 채우는 송강호의 슬픈 얼굴과 함께 1980년 5월, 광주의 아픈 현실이 조심스럽게 그려진다. 장훈 감독은 "'택시운전사'는 인물을 따라가는 이야기다"라고 설명했다.

"인물을 따라서 그 사건이 보여지는 이야기다 보니까, 배우의 감정을 따라가야 하는 부분이 있어 클로즈업된 장면이 많이 등장해요. 영화를 준비하면서 '사울의 아들'이라는 작품을 참고했는데, 그 작품은 계속 얼굴만 잡고 있거든요. 배경으로는 공간이나 상황들이 계속 바뀌어서 보여지고요. 하지만 '택시운전사'는 대중 영화로 관객들에게 전달돼야 하는 부분들이 있어서 그렇게까지 시점을 제한할 수는 없었죠. 인물 중심의 이야기로 가되, 그 인물의 시각으로 관객에게 전달되고 필요한 외부 상황도 보여야 했어요. 인물의 눈을 통해 보여지는 외부인의 시각, 우리와 비슷한 눈높이를 갖고 있는 만섭을 통해 비춰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죠."


최대한 담담하게 그려냈지만, 사람들을 향해 총을 쏘는 군인들의 총 끝, 날아오는 총알의 모습이 슬로우 모션으로 그려지며 시선을 붙든다.

"'알제리 전투'라는 고전 영화가 있는데, 그 영화는 군중신 같은 부분이 굉장히 리얼하게 찍혀 있어요. 광주에서 벌어지는 그런 외부적인 상황들은 관객들에게 현장에서 목격되는 느낌으로 보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죠. 군인이 같은 자국민에게 총을 쏜다는 것 자체가 이해가 안 되는 상황이잖아요. 그리고 실제로 그 일이 있었고요. 증언들에 의하면 젊은이들이 몇 번이나 나가서 쓰러지고, 또 나가서 쓰러지는 게 5~6번은 됐다고 하는데, 그것을 실제로 목격했던 사람들의 마음은 어떨까 싶었어요. 실제의 현실은 더 처참했겠죠."

극한 상황에서도 따뜻하게 이어지는 평범한 시민들의 마음이 만드는 힘이야말로 영화 속에서 자연스럽게 감동을 안기는 포인트 중 하나다. 장훈 감독 역시 이 부분에서 감동했다고 얘기했다.

"처참했던 상황들이 많은데 비해서 광주 시민들끼리 서로를 위해주고 밥을 해주고 나눠먹었던, 그런 기록과 얘기들이 상대적으로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어떻게 이랬을까' 싶을 정도로요. 당시 실제로 그랬었기 때문에 광주 시민들의 당시 모습을 시민들, 택시기사에 빗대서 캐릭터로 만든 것이었죠. 서울에서 사는 인물들도, 정말 정이 있고 인간미가 있는 그런 캐릭터들로 많이 나오고요. 저 어릴 때를 생각해봐도 지금 시대와는 확실히 다른 모습들이긴 하죠. 예전에는 상대방이 밥을 안 먹었다고 하면 밥 한 끼라도 먹여서 보내고, 아이들도 서로 맡겨놓고 그랬었는데 말이에요."

촬영을 하면서 조심했던 부분도 있다. 실제 당시 광주에서는 택시운전사와 버스운전사들이 부상자를 병원으로 옮기다 계엄군에 의해 다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그만큼 목숨을 걸고 현장에 함께 했던 이들의 마음을 헤아렸고, 후반부 택시가 등장하는 카체이싱 장면은 특히나 화려하게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해 경계하고 또 경계했다.

장훈 감독은 "5월 20일 만섭과 피터가 금남로를 빠져나오고, 영화에는 등장하지 않지만 그 이후에 시민들이 밀리게 돼요. 다시 치고 올라올 수 있던 계기는 택시운전사, 버스운전사들이 차를 밀고 들어왔기 때문이거든요. 시민들이 다시 움직일 수 있는 힘이 된 것이죠. 만섭과 피터가 필름을 가지고 그 곳을 빠져나올 수 있던 것도 기사들의 도움, 그 분들의 희생이 있었던 것이잖아요. 그런 위험을 무릅쓰고 몸을 내던질 수 있는, 그런 마음과 비슷하지 않았을까 해요"라고 말했다.

기본적으로 만섭이 택시를 운전하는 인물이기에 차량과 함께 벌어지는 상황들이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드라마적인 감성으로 관객들에게 다가가기를 원했던 바다.

장훈 감독은 '택시운전사'의 강점으로 '이야기의 힘'을 꼽으며 "작품이 가진 무게감, 소재나 시대적인 배경이 큰 부분으로 다가왔는데, 최고의 배우들과 작업하면서 모두가 이 작품이 하려고 하는 이야기가 무엇인지를 알고, 또 하고 싶어했죠"라고 전했다.

"그 힘이 모였기 때문에 가지고 있는 이야기의 무거움에 비해 즐겁고 행복하게 작업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모두 다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만들었기 때문이겠죠. 서로 의견의 차이가 있는 부분도 없었고, 현장 분위기도 정말 좋았고요. '이렇게 행복한 현장에 내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즐겁게 촬영했고 존경하고 사랑하는, 역할에 맞는 최고의 배우들과 작업하면서 행복하게 찍었던 부분들이 관객들에게 전달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택시운전사'를 준비했던 시작점부터 관객들에게 평가를 받을 8월 2일을 기다리는 순간까지, 감독이라는 직업으로 이 현장에 함께 할 수 있어 '행복하다'는 생각을 했던 매 순간이었다.

장훈 감독은 "영화가 관객을 만났을 때 어떨지는 사실 관객 분들이 결정을 해주시는 것 같아요. 힘든 일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저는 영화 일을 하는 자체가 정말 너무나 행복하고요"라고 웃었다.

"영화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고, 이렇게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것도 행복해요. 앞으로도 계속 할 수 있다면 더욱 좋겠죠. 모든 감독님들이 그렇겠지만, 아이를 키워서 세상에 내보낼 때 '어떻게 만날까' 그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아요.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해서, 최선을 다해서 작품을 만드는 게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쇼박스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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