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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류현진과 함께 희망도 무너지나

기사입력 2008.09.17 08:56 / 기사수정 2008.09.17 08:56

김도광 기자



[엑스포츠뉴스=김도광 기자] 류현진이 무너졌다. 그와 동시에 희망도 무너졌다.

에이스 류현진을 앞세워 남은 6경기에서 전승을 노리고자 했던 한화의 계획은 모두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가물가물하던 희망의 빛은 더욱 어두워진 것이다. 믿었던 류현진이었기에 충격은 더 클 수밖에 없다. 한화는 이대로 밀려나고 말 것인가.

한화는 후반기 들어 시련의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것도 아주 혹독한 시련이었다. 후반기 첫 상대였던 롯데와의 3연전을 모두 내어주고 SK와의 1차전도 내줬다. 정민철, 송진우, 안영명, 김혁민이 선발로 나섰지만 연패를 끊지 못하고 4연패에 빠져야 했다.

결국, 올림픽에서 복귀한 에이스 류현진이 나서 SK 타선을 5안타 2실점으로 잠재운 후에야 연패를 끊고 후반기 첫 승리를 올릴 수 있었다. 8월 26일 후반기 첫 경기에서 한화는 승수를 올리지 못했지만 2위 두산도 전반기부터 이어져 온 연패를 끊지 못하고 9연패에 빠지면서 2위와 3위 간의 승차는 없었고 승률에서만 두산이 7리(0.007) 이 앞설 뿐이었다. 4위 롯데와는 3경기 차로 비교적 여유가 있는 편이었다.

그러나 한화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4연패를 당하면서 오랫동안 지켜왔던 3위 자리를 롯데에 내어주고 만다. 8월 29일 양팀 간의 승차는 없었고 승률에서만 1푼4리(0.014)가 차이 났었다. 그래도 아직까지 한화는 포스트 시즌에 진출할 수 있는 4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었고 5위 삼성과의 승차는 1.5 경기차였다.

지금부터라도 차근차근 승수를 쌓아가면 롯데에 빼앗겼던 자리도 되찾고 삼성과의 거리도 벌려놓을 수 있었다. 그렇지만, 한화는 그 이후 다시는 3위 자리에 오르지 못했고 오히려 9월 6일에는 삼성에마저 추월당하고 말았다. 4위로 올라선 삼성과 5위로 내려앉은 한화 양팀 간의 승차는 반 경기 차였다.

이때부터 한화에는 절망의 그늘이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두산과 함께 2위 자리를 놓고 경쟁하던 한화가 이제는 삼성과 함께 4위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처량한 신세가 된 것이다. 준플레이오프를 거칠 것이냐 아니면 플레이오프로 직행할 것이냐를 고민하던 때와는 달리 포스트 시즌에 진출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고민해야 했다.

더구나 마운드는 무너졌고 다이너마이트 방망이는 식어갔다. 연거푸 3번이나 4연패를 당하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구세주처럼 류현진이 나서서 팀을 연패의 늪에서 구해냈지만 팀은 이미 많이 기울어진 상태였다. 물론 13일에는 선두 SK를 맞아 류현진 없이도 승리를 얻어냈던 점은 고무적이라 할만했다.

분수령은 14일이었다. 다승 선두를 달리고 있는 SK 김광현을 상대로 동점까지 끌어내며 승부를 이어갔으나 12회 말 SK 조동화에게 끝내기 안타를 허용하며 연승으로 이어지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하지만, 삼성도 롯데에 대패했기에 양팀 간의 승차는 전날에 이어 1.5 경기차를 유지할 수 있었다. 한화의 잔여경기는 6경기였고 삼성은 9경기였다. 삼성보다 잔여경기가 3경기나 적은 한화로서는 남은 경기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기고 봐야 하는 상태였던 것이다.

그런 이유로 롯데와의 시즌 16차전은 중요한 의미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팀의 에이스인 류현진이 나서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남은 경기에서 류현진이 등판할 수 있는 경기는 3경기 정도였으며 그 첫 경기가 16일 혹은 17일이 될 터였다. 하지만, 올 시즌 13승을 올리며 다승부문 2위를 달리고 있는 류현진이었지만 롯데와는 4번 겨뤄서 3패를 안고 있다는 점은 부담일 수밖에 없었다.

3월 29일 개막전에서 5이닝 동안 6안타 5실점 했고 5월 6일에는 6과 2/3이닝 동안 10안타 3실점 했다. 6월 17일에는 6이닝 동안 8안타 4실점 했고 7월 27일에도 5이닝 동안 8안타 5실점 했다. 유독 롯데에만큼은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지만 한화로서도 믿을만한 투수는 류현진 밖에 없었다.

그리고 결국 지난밤 롯데와 한화의 희비는 엇갈리고 말았다. 류현진이 롯데 징크스에서 벗어나지 못한 탓이다. 4이닝 동안 안타 7개와 볼넷 3개를 허용하며 5실점하고 말았다. 이로써 롯데는 8년 만에 포스트 시즌 진출을 확정지을 수 있었지만 한화로서는 포스트 시즌 탈락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 롯데와 2경기, SK-두산-히어로즈와 1경기씩을 남겨두고 있는 한화로서는 발걸음이 무거울 수밖에 없다. 더구나 '류현진 필승'이라는 공식이 깨졌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할 것이다. 한화는 17일 경기에 5승의 유원상을 선발 예고했고 롯데에서는 12승의 장원준이 나설 예정이다.

산 넘어 산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한화는 이 난국을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가. 한화의 매 경기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사진=류현진(C)한화 이글스 제공]



김도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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