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8.09.10 06:28 / 기사수정 2008.09.10 06:28
초반의 좋은 기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여름에 들어서면서 주춤거린 '인기 구단' 롯데 자이언츠는 올림픽으로 인한 공백동안 그동안 잠잠해 있던 팀의 장점이 고스란히 살아나면서 2위인 두산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 어려운 팀 사정을 꿋꿋이 이기며 안정적인 레이스를 펼쳐온 한화 이글스는 가장 중요한 9월에 들어서면서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간간히 에이스인 류현진이 등판해 팀의 연패를 끊어주고는 있지만 류현진을 제외한 선발진과 불펜진의 붕괴, 그리고 타선의 침묵으로 한화의 비행은 추락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한화는 '다이너마이트 타선'이라 불릴 정도로 홈런타자들이 즐비한 타선을 이루고 있습니다. 지금도 한화가 8개 구단들 중, 유일하게 팀 순위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부분은 '팀 홈런'입니다.
한화는 오늘까지 110개의 홈런을 때려냈습니다. 홈런 1위인 김태균(29개)을 비롯해 3위인 김태완(23개), 4위인 덕 클락(19개), 그리고 5위인 이범호(17개)등 홈런 5걸 안에 무려 4명의 타자가 한화의 중심타자들입니다.
홈런은 팽팽한 승부에서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순식간에 많은 득점을 올리는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아 타이거스(팀 홈런 39개로 최하위)가 윤석민을 비롯한 괜찮은 투수진을 갖추고도 선두로 치고 올라가지 못하는 점 중 하나는 바로 장타가 부재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홈런은 야구의 흐름을 좌우하는 한 가지 요소에 불과합니다. 종합적으로 균형 있는 전력을 갖춘 팀만이 ‘강팀’으로 군림할 수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롯데가 투타와 수비에 걸쳐 짜임새를 가지고 있는 반면, 한화는 모든 면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화의 김인식 감독은 팀의 전력과 사정이 영 좋지 못하다며 시즌 내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습니다. 그리고 전반기동안 3위까지 치고 올라가자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모르겠다고 스스로 대답하기도 했습니다.
어느 팀이건 시즌이 시작되면 대장정의 긴 시간동안 경기를 펼쳐야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투수진과 타격, 그리고 수비 등도 일정한 주기가 오기 마련입니다. 일례로 항상 팀의 타격이 좋을 리가 없듯, 잘 맞는 기간이 있으면 타격의 감각이 떨어지는 기간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러나 모든 팀에게는 '기초 전력'이 있습니다. 공수주에 걸쳐 균형 있는 짜임새를 만들기 위해 각 팀의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분주히 노력합니다. 또한, 시즌 중에도 트레이드와 외국인 선수의 교체를 통해 이 부분을 세밀하게 완성해 나갑니다.
롯데는 이미 시즌이 시작되기 전, 기초적인 전력이 제법 탄탄하게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새롭게 부임한 롯데의 로이스터 감독은 팀의 가장 큰 문제점을 수비에서 있다고 판단하고 실책을 줄이기 위한 훈련에 매진해 왔습니다.
그리고 손민한과 송승준이란 에이스를 충실하게 활용했으며 왼손투수인 장원준의 성장은 롯데 선발진을 한층 탄탄하게 완성했습니다. 여기에 로이스터 감독은 마무리를 강화시키기 위해 멕시칸리그 출신의 코르테스를 영입했습니다.
탄탄한 선발진에 든든한 마무리까지 얻은 롯데의 마운드는 순풍에 돛을 달았습니다. 여기에 올림픽에서 맹활약한 이대호가 팀에 복귀하고 나서도 연일 맹타를 휘두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팀의 리더인 조성환의 활약도 롯데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습니다.
현재 롯데의 전력을 꼼꼼히 따져보면 야구에서 바라는 가장 이상적인 팀에 근접하고 있습니다. 반면, 류현진이란 에이스와 김태균이란 리그 최고의 타자를 보유하고 있고, 김태완과 이범호란 타자가 있는 한화는 투타와 수비에 걸친 고른 전력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못합니다.
그리고 김인식 감독이 그토록 우려했던 문제가 결국 현실로 다가왔습니다. 류현진을 제외한 믿을만한 선발진이 없다는 점과 마무리 토마스까지 다리를 놓아줄 중간 허리의 취약점, 그리고 홈런은 전체 1위지만 팀 타율은 고작 0.255로 전체 꼴찌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이 한화의 몰락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습니다.
팀 방어율과 팀 타율, 그리고 팀 실점과 득점에서 부진한 팀이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경우는 좀처럼 보기 힘듭니다. 이 데이터들은 모두 팀의 ‘기초 전력’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공수주에서 균형 있는 짜임새가 없다면 경기에서도 이기는 것은 좀처럼 힘듭니다.
당장 모든 부분에서 고른 전력을 완성할 수는 없습니다. 꾸준하게 유망주들을 키워야하고 트레이드를 통해 팀의 모자란 전력을 보충해야합니다. 더불어서 외국인 선수 선발의 성공도 필요한 것이겠죠.
올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하는 팀들은 우선적으로 마운드에 신경을 쓸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리고 수비를 가다듬고 팀 타율을 높이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한 명의 확실한 에이스와 많은 홈런 수만 가지고는 결코 포스트시즌에 진입하기 어렵습니다.
롯데는 현재 완성된 전력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며 한화 역시 이를 악물고 이번 시즌이 끝나면 새로운 팀 정비에 들어갈 것입니다. 이번 시즌만이 아니라 어느 시즌에서도 모든 부분에서 고른 균형을 지닌 '기초 전력'이 탄탄치 못한 팀들은 시즌 막판이 되면 속절없이 무너졌었습니다. 그 진리는 이번시즌에도 여지없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사진 = 이대호 (C) 롯데 자이언츠, 김태균 (C) 한화 이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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