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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이종욱과 클락의 도루

기사입력 2008.09.08 23:15 / 기사수정 2008.09.08 23:15

김영환 기자

지난 3일 두산과 한화의 경기. 3회 말 두산의 공격과 4회 초 한화의 공격은 매우 닮아 있었다.

이날 깜짝 호투를 선보였던 양 팀 선발 정재훈과 유원상은 각각 선두타자를 가볍게 처리했지만 두 번째 타자로 들어선 이종욱과 클락에 공교롭게 빗맞은 안타를 허용하고 말았다. 이 선수들은 모두 팀내 도루 수위를 기록하는 선수들로 (이종욱 43개, 클락 24개) 도루 성공률 또한 매우 높은 선수들이었다. (이종욱 87.7%, 클락 85.7%) 신경현과 채상병은 나란히 20%대의 낮은 도루 저지율을 기록하는 선수들이었고, 마운드의 유원상과 정재훈 역시 뛰어난 주자 견제를 보이는 투수는 아니었다. 도루감행은 명약관화처럼 보였다.

2005년부터 한화와 두산의 라이벌 대전은 시작되었다. 2004년을 유승안 감독체제에서 7위로 시즌을 마감했던 한화 이글스는 이듬해 김인식 감독체제를 선택함으로써 그 해부터 2007년까지 3년 연속 포스트 시즌에 진출했고, 올해까지 4년 연속 가을야구를 노리고 있다.

역시 2003년을 7위로 마감한 두산 베어스는 이듬해 김경문 체제를 출범시켰고 2006년 5위를 제외하고 가을잔치의 단골손님으로 초대받고 있다. 김인식 감독의 한화 이글스와 김경문 감독의 두산 베어스가 맞붙은 2005년부터 2008년 9월의 팀 간 15차전 이전까지 두 팀의 전적은 정확하게 34승 34패.

올 시즌 역시 1점차 승부가 무려 9번, 2점차 승부도 3번이 될 정도로 박빙의 대결을 벌여왔다. 그러나 포스트 시즌이라면 이야기가 달랐다. 두 팀의 대결은 그 승부가 극명하게 갈렸다. 2005년과 2007년, 준플레이오프부터 치렀던 한화 이글스를 두산 베어스가 간단하게 3-0으로 셧아웃시켰던 것이다. 한화 팬들의 위안이라면 2006년 두산과의 시즌 최종전에서 문동환-류현진의 계투로 두산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좌절시킨 것뿐.

여기서 두산과 한화의 차이가 발생한다.

김경문 감독의 두산은 빠른 발을 살려 한 베이스를 더 가는 야구를 하는 팀. 이에 반해 한화 이글스는 2005년부터 8위-7위-8위-6위의 도루순위를 마크할 정도로 적극적인 베이스러닝을 하지 않는 팀이다. 작은 대전구장을 쓰는 팀답게 홈런을 위시한 장타로 승부를 결정짓는 것이 한화의 특징이다. 여기서 OPS가 보여주는 명확한 단점을 볼 수 있다.

일례로 두산은 짧은 안타 두 개로 1-3루의 베이스를 점거하는 야구를 보여주는 반면, 한화는 짧은 안타와 장타를 묶어 2-3루에 그치고 마는 비효율적인 야구를 한다는 것이다. 장타는 득점의 확률을 높여줄 뿐이지 곧 득점과 연결되지는 않는다. 다시 말해, 장타는 타자를 2루, 혹은 3루로 보내는 정도를 보여주는 지표다.

하지만, 주자는 타자와 다르다. 주자는 단타가 나왔다 하더라도 타구의 코스에 따라한 베이스 정도를 더 갈 수 있다. 이 지표는 애석하게도 달리 기록되지 않고 있다. 즉, 두산의 도루 개수는 두산이 단지 2루를 잘 훔친다는 것 이외에도 부족한 팀의 장타율을 보완하는 주자 진루율(?)을 가늠할 수 있게 해준다. 게다가 두산의 홈구장인 잠실의 외야는 무척 드넓다.

9월 3일 두산과 한화의 경기. 이종욱이 1루에 있는 상황에서 타석에는 고영민이 있었다. 이 구성은 병살의 확률을 조금이라도 줄여놓는다. 때문에 한화의 내야진은 더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야 한다. 1루에 클락과 타석의 김태균의 경우에는, 클락의 적극적 주루만 저지할 수 있다면 주루에 최선을 다하지 않는 김태균을 감안했을 때 두산보다 병살의 확률이 높다.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다. 고영민은 .250의 타율에 .370의 장타율을 기록하는 선수. 고영민의 장타를 틈타 이종욱이 홈에 들어올 확률은 높지 않다. 이종욱이 2루를 훔친 후, 고영민과 김현수의 적시타 때 (비록, 단타일지라도) 홈을 노리는 것이 두산이 보여주는 야구다.

한화는 그렇지 않다. 1루 주자 클락, 타석에는 장타율 .640과 10할이 넘는 OPS를 보여주는 2008한국프로야구 최고의 타자가 자리 잡고 있는 상황. 김태균의 장타를 노려 클락이 홈을 노리는 것이 한화에게는 확률 높은 야구인 것이다. 김태균의 뒤를 이을 타자 이범호 역시 .480의 높은 장타율을 기록하는 선수이다.

결과적으로 이종욱과 클락은 3회 말과 4회 초에 각각 도루를 성공시켰다. 차이가 있다면 이종욱의 도루는 타석의 고영민이 2볼을 얻은 후에 훔친 것이었고, 클락의 도루는 김태균이 뜬공으로 물러나고 2사에 2루에 갔다는 점이다. 44개의 도루를 훔친 국가대표 1번 타자를 등 뒤에 두고 고영민과 김현수를 상대해야 하는 투수와 최고의 타자를 무사히 범타로 처리하고 난 후 아웃카운트 하나를 남겨 놓고 2루에 클락과 타석의 이범호를 상대하는 투수 중 어느 투수가 부담이 적을까.

아니 어느 상황이 득점확률이 더욱 높을 것인가. 게다가 장타율은 정확한 개념으로서의 확률의 개념이 아니다. 장타율이 아무리 높아도 결국 장타가 나올 확률은 타율보다 낮을 수밖에 없고(단타가 있기 때문에) 때문에 많아야 6타수에 하나 꼴로 장타가 나온다.(김태균의 경우)

2008시즌 9월 3일 현재, 한화-두산의 대전 경기는 6승 2패로 한화의 우세, 두산-한화의 잠실 경기는 6승 2패로 두산이 우위에 있다.



김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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