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5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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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용선의 싸커튜드] 박주영을 K-리그에서 떠나보내며

기사입력 2008.09.02 21:54 / 기사수정 2008.09.02 21:54

문용선 기자



[엑스포츠뉴스=문용선 기자]

박주영과 FC서울

지난 2005년 K-리그에는 혜성처럼 등장한 특급 신인의 영입을 둘러싸고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바로 서울과 포항이 ‘대어’ 박주영의 영입을 놓고 첨예한 갈등을 보이며 대립했던 것입니다. 박주영이 서울과 계약을 체결하고 입단 움직임을 보이자, 역시 박주영 영입을 위해 노력하고 있던 포항 구단이 고교시절 브라질 유학비를 지원했던 것을 이유로 제동을 걸었습니다. 포항은 유학비를 지원하는 대신 프로 데뷔 시에는 우선 협상을 하기로 계약했던 점을 내세웠으나, 우선 협상권에 대해 강제성이 없는 점을 나중에 인정하며 사실상 영입을 포기하게 되고, 비로소 박주영은 FC 서울의 선수가 되어 K-리그에 데뷔하게 됩니다.

너무나 화려했던 첫 시즌

박주영을 영입하고자 그의 모교인 고려대에 엄청난 투자와 지원을 했고, 막판에는 포항구단과 큰 갈등까지 빚으며 어렵사리 특급 신인을 손에 넣은 FC 서울. 이제는 박주영이 K-리그에서 통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남아 있었습니다. ‘과연 청소년 대표 경기에서 보여줬던 독보적인 기량을 프로에서도 펼쳐보일 수 있을까?’ 모두가 박주영의 발끝을 주시했습니다.

하지만, 단 두 경기 만에 그의 프로 데뷔골이 터지면서 혹시나 했던 우려는 말끔히 사라졌습니다. 박주영은 거침없는 상승엔진에 시동을 걸었고, 연속 골 행진을 펼치며 팬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박주영의 첫 시즌 성적표는 30경기 출전 18득점과 4도움. 비록, 팀을 플레이오프에 진출시키는 데는 실패했지만, 자신의 진가를 확실히 보여준 빼어난 시즌 활약이었습니다. 신인왕이 박주영에게 돌아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게 보였습니다.

FC 서울 또한 ‘박주영 효과’로 막대한 이득을 봤습니다. 박주영을 보고자 홈 구장에 몰려든 구름관중으로 입장료 수입의 급증과 함께 박주영을 통한 마케팅이 성공을 거두면서 직·간접적으로 구단의 운영에 큰 보탬이 됐습니다. 

2년차 징크스-집중견제-부상-슬럼프

화려하게 프로의 첫 시즌을 장식한 박주영. 그러나 그에게도 피해갈 수 없는 ‘2년차 징크스’가 찾아왔습니다. 박주영의 경기 스타일을 파악한 수비수들의 집중 견제가 시작됐고, 박주영은 두 번째 시즌에는 8골에 만족해야 했습니다.

첫 시즌의 활약이 워낙 빼어난 탓일까요? 골에 대한 정신적 부담감이 스트레스로 작용하면서 박주영은 서서히 슬럼프에 빠져들었습니다. 여기에 잦은 국가대표 차출과 부상이 겹치면서 밝게만 보였던 그의 미래가 서서히 어두워짐을 팬들은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지난 2007시즌 14경기 출전 5골이라는 기대 이하의 모습으로 역대 최악의 시즌을 보낸 박주영. 그에게는 새로운 전환기가 너무나도 필요해 보였습니다.

박주영을 떠나 보내며

결국, 박주영은 갑작스레 시즌 중 As 모나코로 이적하면서 축구인생의 새로운 단계로 진입하게 됐습니다. 한참 상승세를 타고 있을 때 더욱 큰 리그와 팀으로 옮겼다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듯합니다. 지난 시즌과 마찬가지로 올해도 박주영은 K-리그에서 2골에 그쳤고, 지난 베이징 올림픽에서도 기대 이하의 활약을 보여줬습니다.

하지만, 지난 3년 반 동안의 K-리그 생활을 통해 박주영은 축구 선수로서의 단맛과 쓴맛을 모두 경험했습니다. 이는 앞으로 박주영이 프랑스에서 선수 생활을 하면서 다시금 어려움에 부닥칠 때,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게 도와 줄 훌륭한 ‘나침반’ 역할을 해주리라 생각됩니다.

많은 국민들과 축구팬들은 아직도 너무나 쉽게 골을 넣고, 환하게 웃던 박주영을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가 짊어져야 했던 비판의 짐 또한 몹시 무거웠는지도 모릅니다. 

이제 화려했던 옛날이건 어두웠던 지난날이건 모두 잊고 새롭게 시작 할 수 있는 시간입니다. 그가 유럽의 강한 수비수들과 부딪히고, 자신보다 날카로운 킬러 들과 경쟁하면서 조금 더 높은 곳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31일 아침, 박주영은 항공편을 통해 모나코로 떠났습니다. 그리고 이틀 뒤, 등번호 10번이 새겨진 유니폼을 건네 받으며 입단식을 치렀습니다. 그가 새로운 환경에서 한 단계 높은 수준의 축구를 접하면서 웅크렸던 성장의 날개를 다시 펼치기를 진심으로 기원하며 글을 마칩니다.

[엑스포츠뉴스 브랜드테마] 문용선의 싸커튜드는 Soccer(축구)와 Attitude(태도)의 합성어입니다. 축구를 보는 좋은 태도, 즐거운 태도, 올바른 태도, 감동적인 태도로서 많은 축구팬 여러분과 함께하겠습니다.

[사진 (C) 엑스포츠뉴스 전현진 기자]

문용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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