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2 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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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K리그 경기장에는 관중이 없는가

기사입력 2005.02.17 02:01 / 기사수정 2005.02.17 02:01

문인성 기자

우리는 크게 축구팬들을 두 가지 유형으로 분류한다. 분위기를 즐기러 온 사람과 경기를 보러 온 사람. 얼핏 들으면 무슨 차이가 있겠는가 하고 의문을 품을 수 있겠지만, 자세히 파헤쳐 보면 엄연히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일단 전자의 경우는, 축구장의 열띤 응원과 꽉 꽉 들어찬 관중석의 열기 그리고 덤으로 멋진 경기를 즐기러 온 사람들이다. 즉, 그러한 분위기를 통해서 일상에서 자주 접하지 못하는 새로운 기분을 창출하러 온다는 것이다.
후자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축구경기를 보러 온 사람들은 그저 축구경기만 본다. 관중이 많건 적건, 전체적인 선수들의 플레이를 꼼꼼히 살피고, 리그 시스템에 맞는 정보들을 파악하여 순위경쟁이라든가 혹은 개인적으로 지지하는 선수에 대한 활약도를 체크하러 오는 사람들이다. 즉, 축구 매니아 층이라 정의할 수 있겠다. 우리나라 축구팬들은 '매니아'보다 '그저 즐기는' 팬이 더 편중되어 있다.
 
유럽의 경우, 대부분의 축구팬들은 지역 연고팀을 기점으로 해서 대다수가 축구매니아이며 홈팀에 대한 애착이 강한 팬층이 압도적으로 많다. 그러다 보니 축구장은 빈 자리가 없을 정도이고, 열기 또한 대단하다.
 
‘그저 즐기는 층’. 즉, 오락성만을 강조한 이 부류는 축구에 조금만 흥미를 잃어도 경기장을 찾지 않는다. 이 부류는 또한 고정적인 축구 관람층이 아니라 유동적인 관람층이라는 것이다. 대부분이 우리나라 축구팬에 해당하는 이 부류는 지금 현재 평균 관중 9000여명 밖에 안되는 K리그의 슬픈 현실을 대변해주고 있다. 현재, 소수의 축구매니아와 그저 즐기는 층의 일부만이 K리그의 존재가치를 겨우 입증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유럽처럼 자신이 살고 있는 연고팀을 사랑하지 않고 우리 고장의 축구를 찾아주지 않을까? 이유는 쉽게 찾을 수 있다. 우리는 연고중심이 가능한데도 불구하고 구단들이 지역 축구팬들에게 다가서지를 않는다. 축구팬들이 생겨나려면 그 해당 지역의 축구팀은 시민이나 도민들에게 무엇인가 많은 행사와 봉사를 통해서 다가가야 한다. 축구팬들은 이기적이다. 다수이지만 그들은 구단으로부터 더 많은 것을 요구하고 더 많은 관심을 받기를 바란다. 구단이 날 찾아주면 나또한 그들을 찾아주겠다는 것이 축구팬들의 일반적인 논리이다.

‘오세요. 우리 경기 보러 오세요’ 보다는 직접 찾아가서 ‘이렇게 이렇게 여러분에게 다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니 꼭 좀 보러 오세요’가 훨씬 더 축구팬들의 구미를 당기는 노력일 것이다.
현재 많은 K리그 팀들은 자신들의 구단 유지 조차 힘든 경우가 많다. 자신들의 코가 석자인데, 축구팬들까지 돌볼 여유는 없다는 핑계다. 그렇게 하면 평생 축구팬들은 서울에 살아도, 부산에 살아도 자신들의 연고팀을 사랑해주지 않을 것이다. 멋진 경기장, 멋진 선수들 아무리 준비해놓고 기다려도 축구팬들은 외면하고 만다.
 
J리그가 출범 당시 축구팬들을 경기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했던 것이 바로 많은 시민들을 향한 이벤트 창출이었다. J리그는 철저히 사업적인 정신에 입각해서 리그 운영을 한다. 각 구단들 또한 그렇다. 각 구단들은 생존을 위해서 시민들의 생활 곳곳에 스며들어 가기 시작했다. ‘시민들과 함께 합니다’라는 플랜카드만 걸고 아무것도 안하는 우리 국내 구단들과는 달리 실제로 일본의 구단들은 해당 지역의 축구 박물관 설립, 해당 지역 언론매체를 통한 끊임없는 홍보, 꿈나무들에게 정기적으로 지급해주는 장학금 제도, 기타 사회 복지사업, 축구 문화를 창출하는데 가장 중요한 축구관련 문화사업 등을 시행했던 것이다. 한마디로 그저 받으려고만 하는 우리 국내 구단들과는 달리 일본의 축구팀들은 ‘주는’ 정신에 입각했던 것이다. 즉,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본 원칙에 철저하게 입각했다는 결론이다.
 
생각해보자. 도대체 축구팀이란 무엇인가? 축구팬들이 그냥 가서 표사주고 응원해주는 그런 한방향 서비스 기업인가? 아니면 직접적으로 팬들을 위해 많은 것을 주고 축구팬들로부터 많은 상업적인 관심을 받게 되는 쌍방향적인 기업인가? 후자가 맞는 이야기다. 국내 유수의 기업들을 보라. 그들은 고객들을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한다. 우리들의 상품을 사달라 떼를 쓰는 것이 아니라 실제적으로 좋은 기업 이미지와 그들의 좋은 서비스, 그리고 많은 사회 발전적인 투자등을 통해서 직접적으로 고객들을 감동시키고 고객들로 하여금 그들의 상품을 구입하고 이용하게 만든다.
 
우리 국내 구단들은 너무나도 연고 시민들과 도민들에게 철저히 무관심하면서 사랑 받기를 원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앞에서 언급했지만 축구팬들은 이기적이라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축구매니아가 아닌 이상 구태여 내가 살고 있는 고장에 관심도 안가져주고 축구장에서 죽치고 기다리고 있는 연고팀의 경기는 찾아줄 생각조차 못하는 것이다.
 
축구 사랑은 깊고 깊은 뿌리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뿌리는 시민들, 도민들에게 서서히 사랑을 주면서 뿌리 내려야 한다. 만성 적자에 시달린다, 축구팬들이 축구를 사랑해주지 않는다, 도무지 구단을 운영해 나가기 힘들다… 이것은 축구팬들이 문제라는식의 무차별한 논리일 뿐이다.
 
왜 지역 연고 축구팬들에게 투자도 하지 않으면서 자신들의 적자에 대해서 불만을 가지는가? 가장 발전하는 구단은 성적이 좋은 구단이 아니라 얼마나 많은 축구팬들을 확보했느냐이다. 즉, 장기적으로 보자면 축구팬들을 먼저 끌어 모아야 적자에서 면하고, 적자에서 면해야 흑자로 돌아설수 있는 것이다.
 
‘그들만의 리그’ . 결국, 그들만의 리그라는 말은 축구팬들이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아무것도 노력하지 않고 알아서 저절로 황금알을 낳기를 바라는 구단들의 잘못된 정신에서 생겨난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수원삼성 블루윙즈 구단의 운영을 높이 살 수밖에 없다. 고아원 방문, 많은 사회 복지 사업등을 통해서 시민들에게 뿌리 내린 결과 수원삼성은 ‘그랑블루’라는 거대한 시민 서포터즈를 가지고 있고, 현재의 축구 불황에도 불구하고 1만명이 넘는 고정적인 축구팬들을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요건들이 바로 실력으로 직결되면서, K리그에서 가장 인기있는 구단이 되어가고 있다. 아직은 미비하지만 그러한 작은 노력들이 결실로 맺어지고 있다는 증거이다.
 
‘안준다고 욕하지 말아라. 해주고 나서 못받으면 욕하라’.
 
K리그 구단들은 불평 불만을 할때가 아니고 정말 진심으로 발전하고 싶다면, 자신들의 해당 연고 시민들과 도민들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우리 축구팬들은 이기적이다.


<사진: 문인성>


문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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