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8.09.02 09:08 / 기사수정 2008.09.02 09:08
[엑스포츠뉴스=김도광 기자]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모든 선수들이 고른 활약을 보여준 덕분에 전승 우승이라는 신화와 더불어 사상 처음으로 금메달을 따낼 수 있었다.
한국야구를 무시했던 일본 대표를 예선리그와 준결승에서 각각 한 번씩 두 번이나 연거푸 물리침으로써 한국야구의 힘을 보여줬으며 세계최강 쿠바와도 대등한 경기 끝에 승리를 거두는 저력을 보여줬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다소 부진한 선수들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승리의 뒤안길에서 지난주 '올림픽에서 체면 살린 선수 베스트 5'에 이어 '올림픽에서 체면 구긴 선수 워스트 5'를 선정해 보았다.
1. 한기주 (기아 타이거즈)
한기주는 이번 베이징 올림픽에서 가장 불운했던 선수라고 할 수 있다.
1차전이었던 미국전과 4차전이었던 일본전에서 단 하나의 아웃카운트도 잡지 못한 채 난타당하는 부진을 보였고 더구나 미국전에서는 9회 초에 역전을 허용하며 패전의 위기에 몰렸었고 일본전에서도 9회 말에 추격점수를 허용하며 큰 위기를 초래했었다.
마무리가 불을 끄기는커녕 오히려 더 큰불을 일으키는 형세가 된 것이다. 김경문 대표팀 감독으로서도 올림픽 이후 소속팀에서의 역할을 고려해서 대만전에서도 기회를 주었으나 두 번의 실패가 큰 마음의 부담이 되었던 듯 그는 더 이상의 믿음직한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8월 31일 현재 한기주는 삼성 PAVV 프로야구에서 세이브 부문 3위를 지키고 있다. 선두 오승환에 비해서는 6개, 그리고 2위 토마스에 비해서도 3개가 적지만 4위 정대현보다는 4개나 많다.
올림픽 이후에도 LG와 히어로즈와의 3경기에 나와서 2개의 세이브를 추가했다. 물론 올림픽에서의 시련은 향후 큰 경기에서 밑천이 되어줄 것이다. 베이징에서의 한기주의 역할은 미미했지만 한국 야구의 미래를 짊어져야 할 그로서는 값비싼 경험이 되었을 것이다.
2. 오승환 (삼성 라이온스)
임창용이 일본에 진출한 이후 한국을 대표하는 마무리 투수는 오승환이었다. 2005년 데뷔 첫해에 16세이브를 올린 것을 시작으로 2006년과 2007년에 각각 47세이브와 40세이브를 기록하며 2년 연속 세이브 왕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오승환은 이번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눈에 띄는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첫 경기였던 미국전에서도 마무리로 나서지 못했고 3차전 캐나다와 4차전 일본전에서도 박빙의 승부가 펼쳐졌음에도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우천으로 인한 서스펜스 경기로 휴식일에 속개되었던 중국전에서만 잠깐 모습을 드러냈을 뿐이었다.
물론 예선리그 쿠바전에서 3타자를 깔끔하게 처리하며 조 1위를 확정짓기도 했지만 올림픽에서의 그의 투구는 거기까지였다. 그의 빈자리는 윤석민과 정대현이 훌륭하게 메워주었지만 대표팀의 확실한 마무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오승환의 결장은 분명 뜻밖이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3. 권혁 (삼성 라이온스)
권혁은 다섯 타자를 상대하며 볼넷 1개와 무안타로 무실점 하는 왼손 계투로서의 역할을 해냈다.
그로 인해 상대 공격은 맥이 끊겼다고 볼 수 있다. 일본과의 예선리그에서 한기주의 뒤를 이어 원포인트 릴리프로서의 역할을 해냈고 대만과 쿠바전에서도 필요할 때 자신의 몫을 제대로 해내 주었다. 특히나 일본과 대만전에서는 역전 위기 상황에서도 침착한 투구로 승리의 발판을 마련해 주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장원삼, 임태훈과 함께 중간 계투조로 편성된 권혁은 유일하게 투구 수가 제일 적었다. 장원삼은 속개된 중국전에 선발로 출전했고 예선리그 마지막 경기였던 네덜란드전에서도 선발로 나와 완봉승을 기록했다. 또한, 임태훈 대신 올림픽 호에 승선했던 윤석민도 2승 1세이브를 기록하며 맹활약을 보여주었지만 권혁은 이들에 비해 다소 빈약한 활약을 보여줬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팀이 필요로 할 때 그만큼의 역할을 해낸 점은 분명 높이 살만 하다.
4. 봉중근 (LG 트윈스)
미국야구의 경험이 있는 봉중근은 예상대로 1차전 상대인 미국전에서 선발로 출격했다. 난적이었고 첫 경기라는 중요성을 고려할 때 힘든 승부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봉중근은 5회 초 원아웃에서 정대현에게 마운드를 넘길 때까지 5안타 2실점 하는 비교적 기대를 충족시켜주는 투구내용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정작 8:0으로 크게 앞서갔던 대만전에서는 난조를 보이며 5회 말 한기주와 교체될 때까지 안타 9개와 볼넷 4개를 허용하며 5실점하고 말았다. 크게 지고 있던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차근차근 점수를 만회해 나갔던 대만 타자들의 뒷심이 놀랍기도 했으나 큰 점수 차가 오히려 한국팀을 방심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했을 수도 있는 경기였다. 결국, 봉중근의 평균 자책점은 8.31로 올라가고 말았다.
5. 박진만 (삼성 라이온스)
명품 수비의 대명사 박진만은 수비에서는 철통을 자랑하고 있지만 공격에서는 큰 구멍을 보여줬다.
1차전에서 3타수 무안타, 2차전에서도 2타수 무안타, 3차전에서도 2타수 무안타 등 올림픽에서 단 한 개의 안타도 때려내지 못하는 굴욕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랬던 그의 첫 안타가 터진 것은 마지막 경기였던 쿠바와의 결승전에서였다. 7회 초 2사 후에 우익수 쪽으로 날아간 공이 슬라이딩 캐치를 시도한 우익수의 글러브에 들어갔다 나온 것이다.
아슬아슬하게 첫 안타를 기록한 박진만은 2번 타자 이용규가 우측담장을 원바운드로 맞히는 2루타를 쳐냈을 때 홈을 밟게 되고 결국 이 점수가 금메달을 차지하는 결승점이 되고 말았다. 단 한 번의 안타가 그렇게 역사를 만들어낸 것이다.
그리고 9회 말 일사 만루의 위기에서도 쿠바의 6번 타자 구리엘의 어려운 타구를 침착하게 병살로 연결하며 신화에 종지부를 찍었다. "모두 타구가 자신에게 오지 않기를 바랐다. 나도 어떻게 처리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라고 했던 말처럼 2루 주자가 시야를 가리고 있는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플레이로 팀을 위기에서 구해낸 그의 수비는 그 어떤 안타보다도 값진 것이었다. 결국, 무안타로 시작된 그의 굴욕은 결승에서야 풀리고 말았던 것이다.
올림픽은 끝났지만 그날의 감동은 여전히 기억 속에 남아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한국야구가 세계최강 쿠바를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8월 23일을 '야구의 날'로 지정해 기념하기로 했고 올해는 9월 2일 전국 4개 구장에서 무료입장 행사를 함으로 팬들의 성원에 보답하기로 했다.
올림픽에서 부진했던 선수들도 그날의 감격만 가슴에 남겨두고 앞으로는 소속팀을 위해 그리고 응원하는 팬들을 위해 더 좋은 모습으로 경기에 임해주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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