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박소현 기자] 송강호와 유해진, 류준열, 토마스 크레취만이 담아낸 1980년의 아픔과 희망이 여름 극장가를 찾는다.
20일 서울 강남구 CGV압구정에서 영화 '택시운전사'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송강호, 유해진, 류준열, 장훈 감독이 참석했다.
'택시운전사'는 1980년 5월, 서울의 택시운전사 만섭(송강호)이 통금시간 전까지 광주에 다녀오면 큰 돈을 준다는 말에, 독일기자 피터(토마스 크레취만)를 태우고 아무것도 모른 채 광주로 가게 된 이야기를 그린다.
송강호는 이번 영화를 통해 1980년 5월 광주의 현장을 직면한 평범한 택시운전사 김만섭을 표현한다. 2013년 '설국열차'와 '관상'을 필두로 '변호인', '사도', '밀정'에 이르기까지 그는 거의 매년 흥행에 성공하는 것은 물론 연기적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으며 '믿고 보는 배우' 그 자체로 인정받았다. 인권 변호사, 갈등하는 밀정에 때로는 왕의 얼굴까지 대표작을 경신해온 그는 이번에는 누구보다 평범한 소시민으로 나선다.
그는 '택시운전사' 합류 이전 고사를 하려 했었다. 장훈 감독의 캐스팅 1순위였으나 그는 '건강한' 부담감을 느껴야만 했다. 그는 "'변호인'도 마찬가지였는데 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이 이야기가 내 마음을 떠나지 않더라. 이 이야기를 힘들겠지만 뜨거움과 열정, 열망 이런 것들이 좀 많은 분들하고 같이 공유하고 싶은 그런 마음이 간절했다"고 밝혔다.
송강호는 "의식적으로 택한 것은 아니지만 필모를 돌아보면 그런 작품이 많다"며 "우리가 모르고 있엇던 지점들, 알고는 있지만 예술작품으로 승화를 통해 역사의 어떤 사실과 이런 것들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지점을 만들어간다는 부분들이 굉장히 예술가의 한사람으로서 가장 큰 지점이 된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일반적인 현대물에 그런 점이 없는 것은 아니나, 아무래도 그런 지점에서 오는 에너지가 배우에게는 크게 와닿지 않았나 싶다.
송강호가 포스터에서 웃으면 슬프다는 누리꾼들의 의견에 대해서도 "80년 광주를 다루지만 밝고 유쾌한 지점들이 있다. 그런 부분이 관객들을 편하게 하는 것들이 있지 않을까 싶다. 어떻게 보면 이 영화가 가장 중요하게 이야기하는 것은 이 영화를 통해 비극과 아픔을 되새기자가 아닌, 희망을 이야기하는게 아닌가 싶다. 아픈 역사와 비극을 통해 대한민국이라는 우리 큰 사회의 희망을 노래하지 않나 싶다. 포스터의 환한 웃음이 궁극적인 지향점이 되지 않나"라고 전했다.
그는 이번에 유해진과 20년 인연 속에서 처음 호흡을 맞췄다. 유해진은 광주의 택시기사 황태술로 분했다. 그는 우연히 만난 만섭과 위르겐 힌츠페터(피터)에게 따뜻한 밥 한끼를 대접하고, 힘든 상황 속에서도 비장한 사명감이나 신념 이전에 양심과 상식상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행동으로 옮긴다.
유해진은 "많은 분들이 처음했다고 하면 '정말?'하고 묻는다. 입에 너무 발린 소리같아서 그렇지만 많은 영화하는 사람들이 송강호와 같이하길 바랄 것"이라며 "나 역시도 그랬다 '의형제'때 양수리 세트장에 직접 가서 저 분은 도대체 연기를 하는 걸 보고 싶어서 동시녹음하시는 분 뒤에서 훔쳐보고 그랬었다"며 송강호와의 호흡에 만족감을 전했다. 두 사람은 포니와 브리사라는 자그마한 과거 택시 안에서 오랜시간을 보내며 연기를 펼쳤다. 유해진은 "진짜 오랜 친구를 만나는 그런 느낌이 좋았다. 아날로그를 좋아한다"며 영화 속 '택시'들에 대한 애정을 표했다.
'피아니스트'를 비롯한 다수의 할리우드 작품에서 활약한 토마스 크레취만의 합류도 관심을 끌었다. 장훈 감독은 "한다고 해서 놀랐다"며 "독일 쪽 에이전시에 연락해보니 할리우드에서 주로 활동해서 아마 하기 어려울 거라고 하더라. 시나리오를 영문으로 번역해서 보냈는데 배우가 만나기를 원했다"며 그가 적극적으로 합류의사를 표명했음을 밝혔다.
송강호는 "워낙 토마스 크레취만이 성격이 너무 좋더라. 작년 여름은 잘 아시겠지만 너무너무 더웠다. 영화 보셔서 아시겠지만 세트가 있는 것도 아니고 몇 개월 내내 다 밖에서 촬영하는 강행군이었다"며 "그런데도 한번도 웃음을 한번도 잃지 않더라. 그랬던 모습을 생각하면 대단한 배우인 것 같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택시운전사'는 소재와 영화의 취지를 통해 가능하지 않을 것 같던 것을 많이 해냈다. 캐스팅 1순위의 배우들이 모두 합류를 결정했고, 자신의 곡을 OST로 잘 허락하지 않는 조용필이 흔쾌히 '단발머리'를 내줬다. 5.18 광주민주화항쟁을 다루고, 송강호라는 명배우의 합류가 있기에 가능했다.
'꽃잎', '화려한 휴가' 등 5.18 광주민주화항쟁을 다룬 다른 영화와의 차이점에 대해 장훈 감독은 "택시운전사와 독일 기자, 두 외부인의 시선으로 보는 광주의 이야기다. 평범한 개인이 시대의 위험한 상황에서도 끝까지 자기 일을 해낸 것이 차이점이리라 본다"고 밝혔다.
장훈 감독은 "이 영화를 준비하던 당시와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준비하던 당시에는 아무래도 작품 소재가 광주를 다루다보니 위축됐던 부분이 있었다.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었다. 지금은 시대적인 분위기가 바뀌었다. 다른 분위기에서 관객들을 만날 수 있게 됐다"고 털어놨다.
송강호는 "영화가 정치적으로나 무게감 이런 것을 관객들이 갖게 될까 우려가 된다. 다른 대중영화와 차이점이 없다"며 "기분 좋게 영화 한 편을 보신다고 생각하신다면 훨씬 많은 감흥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선입견 갖지 않고 재미난 영화 한 편 보신다고 가볍게 생각해달라"고 당부했다.
'택시운전사'는 오는 8월 개봉한다.
sohyunpark@xportsnews.com /사진=서예진 기자
박소현 기자 sohyunpark@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