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조은혜 기자] SK 와이번스 투수 박종훈(26)은 '더그아웃 응원단장'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벤치에서 열렬하게 팀을 응원하는 편이다. 표정도 풍부하다. 하지만 자신이 등판하는 날, 마운드 위에 서면 어떤 상황에서도 웃지도 않고, 울상을 짓지도 않으려고 노력한다. 이 노력은 올 시즌 달라진 박종훈을 만든 요소 중 하나이기도 하다.
박종훈은 지난 15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의 홈경기에서 선발투수로 등판해 6⅓이닝 2실점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며 시즌 6승을 거뒀다. 이 페이스대로라면 전반기에 지난해 거뒀던 자신의 최다 8승을 기록할 수도 있다. 생애 첫 두 자릿수 승도 더 이상 꿈 같은 이야기는 아니다.
평균자책점도 3.76으로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는 박종훈이 올해 가장 좋아진 점은 기복이 크게 줄었다는 점이다. 제구와 멘탈이 잡히면서 한 경기에서의 기복은 물론 잘했다 못했다는 반복하는 퐁당퐁당식 성적도 이제 보이지 않는다. 본인은 손사래를 쳤지만, 5선발로 시작한 박종훈은 그 이상의 역할을 해주고 있다.
기량을 향상시키기 위해 여러가지 노력을 했고, 또 하고 있는 박종훈이 신경 쓰는 부분 중 하나는 바로 마운드 위에서의 표정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박종훈은 자신의 투구나 판정에 대한 심기가 얼굴에 그대로 드러나는 편이었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최대한 표정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하고 있다. 평정심을 위해서다.
박종훈은 "최상덕 코치님께서 폼 적으로는 고칠 게 없다며 표정 가다듬는 걸 많이 말씀해주셨다"면서 "내가 웃으면 스스로 들뜨고, 인상 쓰면 스스로 주눅 들게 되니까 똑같은 표정으로, 똑같이 던지자는 마음으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마음은 타자를 상대해 어떤 결과가 나오든 그 결과를 받아들이는 데 도움이 됐다.
최근 호투를 이어가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유난히 긴장이 됐다고 말했던 15일 등판에서도, 여러 차례 위기를 넘기는 데 표정 유지가 좋은 영향을 끼쳤다는 박종훈이다. 그는 "위기상황이어도 표정을 안 바꾸려고 하니까 피칭하는 것도 주자가 있건 없건 유지가 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박종훈은 땅에서 긁어올리는 듯한 특이한 폼에도 불구하고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2015년 이후 단 한 번도 선발 로테이션에서 이탈한 적이 없다. 박종훈은 "정말 쉬운 폼인데 보는 사람들이 어렵게 인식을 하는 거다. 나한테는 쉽고 편하다"면서 "체력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 100구 이상 던지는 날도 잘 없고, 벤치에서도 배려를 많이 해주신다"고 말했다.
박종훈에게 "기복이 완전히 없어졌다고 봐도 될까. 에이스가 다 됐다"고 하자 그는 "켈리도 있고 (문)승원이 형도 있지 않나"라고 웃으며 "아직 모른다. 더 꾸준히 해야한다"고 의지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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