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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기자가 본 야구 올스타전

기사입력 2008.08.25 09:44 / 기사수정 2008.08.25 09:44

취재편집실 기자

[엑스포츠뉴스/풋볼코리아닷컴=최영민] 지난 8월 2일(토), 일본에서는 ‘JOMO CUP 한·일 프로축구 올스타전’이 열렸다. 기존 프로축구 올스타전에서 양국 리그가 서로 자신들의 실력을 겨뤄보고, 화합을 다지고자 마련한 경기였다.

이날 경기에서는 에두(2골), 최성국(1골)의 골로 한국 K리그 올스타가 일본 J리그 올스타에게 3:1로 승리하였다. 축구 올스타전이 열린 다음 날 이번에는 한국 프로축구와 프로리그의 양대 산맥을 이루는 프로야구의 올스타전이 인천에서 열렸다.

올 시즌 프로야구가 흥행에서 좋은 기록을 이어가는 가운데 올스타전이 열린다는 소식에 야구가 잘 나가는 이유가 무엇일까? 확인할 좋은 기회이기 때문에 인터넷을 뒤지며 올스타전 티켓을 서둘러 예매했다.

참으로 오랜만에 축구가 아닌 다른 종목의 티켓을 사보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상상을 했다. 과연 프로야구 올스타전을 직접 현장에서 보면 어떤 느낌일까…

◆ 야구장으로 몸을 옮기다.

드디어 기다리던 8월 3일. 서울역에서 인천행 전철에 몸을 실었다. 이때가 오후 12시가 약간 넘었을 시점이었다. 경기는 오후 6시 30분. 나는 프로야구 올스타전에서는 경기 전에 사전행사로 무엇을 할까라는 궁금함에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런데 내 옆으로 몇몇 시민들의 모습이 내 눈길을 끌었다.

류현진, 이대호, 이종범 등 자신이 좋아하는 팀, 좋아하는 선수의 야구 유니폼을 입은 팬들이 벌써 야구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야구장의 필수품이라고 하는 야구 글러브까지 한 손에 든 시민들도 있었다. 또 몇 사람은 스포츠신문 야구 면을 들여다보고 있었고 이날 경기에 대한 이야기꽃을 피우는 사람들도 있었다.

부평역에서 인천지하철로 갈아타고 문학경기장 역에 도착했다. 아직 경기시간이 한참 남았을 때였다. 대목을 노린 노점상들이 역 앞에 줄지어 자리하고 있었고, 경기 전 여러 이벤트에 참가하려고 일찍 경기장을 찾은 사람들로 벌써 북적거리기 시작했다.

인천 유나이티드의 홈구장인 축구장을 뒤로하고, 그 옆에 자리한 야구장을 발걸음을 옮겼다. 인천 문학 야구장은 프로야구팀 SK 와이번스의 홈구장으로 쓰이고 있다.

◆ 인천 야구의 열기

SK 와이번스는 지난 한해, 스포테인먼트 열풍을 불러일으키며 화제가 되었단 구단이다. 이만수 코치의 ‘팬티 세레머니’, 야구장 내 놀이공원 개장, 그밖에 ‘Fan is First’를 내세우며 팬이 우선인 야구를 표방했던 SK 와이번스. 지난 한해 프로스포츠계의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나에게는 관심밖에 일이었다.

오후 4시 30분, 드디어 경기장에 입장했다. 표를 예매했던 좌석이 내야석이라, 1루 측에 앉을지, 3루 측에 앉을지 고민했다. 이때 문뜩 1루 측에 앉게 될 동군 팬들의 대부분이 롯데, SK의 팬들이라는 것이 생각났다. 이미 거의 자리가 차있으리라 판단, 서둘러 3루 측으로 이동해 입장했다. 역시 예상대로 1루 측에는 자리가 없을 정도로 사람이 꽉 들어차 있었다.

경기장에 들어서니 이미 ‘홈런 더비’가 한참 진행 중이었다. 올해 ‘홈런 더비’는 특이하게 현재 아테네 올림픽에 참가차 한국에 전지훈련을 와있는 쿠바 야구 대표팀과 네덜란드 야구 대표팀이 함께해 ‘월드 홈런 레이스’라는 이름으로 펼쳐졌다.

경기 전, 한국의 박재홍 선수를 비롯해 쿠바에서 1명, 네덜란드에서 1명의 선수가 대표로 선발되어 5회 말을 마치고 휴식시간을 이용해 최강자를 가리는 경기였다. 특히 예선전에서 쿠바의 한 선수는 육중한 덩치를 자랑하며 무려 7개의 홈런을 쏘아 올려 나를 포함한 모든 관중의 탄성을 자아냈다.

◆ 아쉬움과 재미

홈런레이스가 있은 후, 약간의 침묵이 흘렀다. 날씨는 이날 체감온도가 35도 이상일 정도로 무척 더운 날씨였다. 그런데 홈런 더비가 끝나자 현장에는 약 40분가량 준비하는 시간이 있었다. 관중은 이 시간 동안을 무척 지루하게 보냈다.

이 시간 동안 초대가수의 공연이라든지, 기타 어떤 행사들을 준비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문뜩 들었다. 이렇게 40여 분가량이 지난 후, 어디서 우렁찬 함성이 들렸다. 공군 의장대의 시범이었다.

기다림에 지쳤던 관중은 ‘아, 또 형식적인 의장대 시범이겠구나!’라는 말을 하기도 했지만, 그 예상은 빗나갔다. 멋진 대형으로 여태까지의 의장대 시범과는 차원이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고, 요즘 인기 있는 인기곡에 맞춰 군인들이 깜찍한 모습으로 관중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오늘만을 위해 특별히 준비한 듯 보였다. 멀티비전으로 비친 군인들의 모습에서도 쑥스러운 듯한 웃음과 본인들도 재미있는지 관중과 함께 웃는 모습이 비쳐 다시 한번 관중을 흐뭇하게 만들었다.

◆ 본격적인 경기 시작

드디어 본 경기가 시작되었다. 관중과 함께하기 위한 이벤트의 목적으로 올스타 선수단이 관중석을 통해서 입장하는 장면은 참 인상 깊었다. 8개 구단의 응원단들이 삼삼오오 모여앉아 각 팀의 선수들을 열렬히 응원하는 장면도 기억에 남는다.

8개 구단의 유니폼을 입고 가족과 연인의 손을 잡고 함께 열심히 자기가 응원하는 선수의 이름을 외치는 사람들도 있었다. 순간 K리그에서의 풍경은 어떨까 생각했다. K-리그에서의 응원하는 풍경은 야구와는 대조적이다.

물론 야구도, 축구도 서포터스가 모두 존재한다. 하지만, 축구의 서포터스는 야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외부에 대해 보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일반 관중과 함께하는 응원이 아닌 응원 즉 서포팅을 자신들의 전유물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다분하다.

서포터스의 바람직한 역할은 야구의 ‘치어리더’와 비슷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야구와 축구의 응원방식은 다르다. 프로야구는 이른바 ‘참여형 응원’으로 관중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한다. 프로축구팀의 서포터스도 일반 관중과 함께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한국 최고의 프로스포츠를 놓고 항상 자웅을 겨루는 프로축구와 프로야구. 최강자 자리의 우열을 가릴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관중과 소통하는 능력이다. 서포터스는 그것을 실현할 수 있는 가장 힘 있고 중요한 단체이다. 그들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겠다.

◆ 멋진 플레이의 연속

경기는 올스타전답게 멋진 플레이의 연속이었다. ‘야구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홈런으로 분위기를 고조시켰고, 외야수들의 멋진 허슬 플레이, 타자들의 자신 있는 주루 플레이 등이 펼쳐지면서 관중은 시종일관 경기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경기 중간에 공수교대 시간에는 각 팀의 마스코트들이 관중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기도 했다. 특히 우리 히어로즈의 마스코트 ‘턱돌이’의 인기가 대단했다. 턱돌이는 다양한 의상을 입고 춤을 추기도 했고, 홈런을 치고 홈베이스로 들어오는 선수에게 레드카펫을 깔아주는 등 이날 경기에서 관중에게 가장 큰 인기를 끌었다. 평소 근엄하던 심판들도 마스코트의 장난에 웃으며 답하며 관중에 대한 서비스를 잊지 않았다.

5회가 끝나고 경기 전 예선전을 거쳤던 선수들이 펼치는 World Homerun Race가 펼쳐졌다. 쿠바대표선수와 네덜란드의 대표선수, 그리고 대한민국의 박재홍 선수가 한국 대표로 나섰다.

쿠바선수는 예선에선 9개를 치며 우승을 예고했지만, 결선에 가자 1개의 홈런에 그치며 일찌감치 우승권에서 멀어졌다. 네덜란드 선수가 7개를 치며 우승을 눈앞에 두었지만, 마지막 차례였던 한국의 박재홍이 8개의 홈런을 치며 우승을 차지했다. 기존 올스타전에서는 한국 선수들만 참가했었지만, 올림픽을 앞두고 쿠바와 네덜란드 선수들을 초청하여 색다른 이벤트를 제공했다.

◆ 적응 안 되는 야구장

경기는 대체로 재미있는 편이었지만, 축구팬의 한 사람이던 나는 오랜만에 야구장에 온 것이 적응이 안 됐다. 경기 중간에 스르르 눈이 감길 때도 있었고, 하품이 나오기도 했다. 락 밴드를 좋아하는 사람이 갑자기 클래식 공연에 온 기분이랄까? 경기가 거의 막바지에 이를 때쯤, 주위를 한번 둘러봤다.

어림잡아 3~4만의 관중이었다. 이 관중이 한꺼번에 빠져나가면 얼마나 복잡할지에 대한 생각을 했다. 경기는 동군이 11:4로 서군에 크게 앞서 있는 상황이었다. 이미 승부도 기울었고 복잡함을 피하려는 관중이 속속 먼저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나도 대중교통을 이용해 경기장에 왔기에 서둘러 나가지 않을 수 없었다.

축구기자인 내가 야구장에 가면 어떤 느낌일까… 야구와 축구의 차이점은 무엇이며 축구가 야구의 좋은 점을 벤치마킹할 것은 없을까… 프로야구의 큰 이벤트 중 하나인 올스타전을 직접 관전하며 보고 느낀 것이 참 많았다.

앞서 말했듯 응원문화가 많이 달랐고, 관중의 참여도에서도 많은 차이를 보였다. 프로축구도 이제 변해야 한다. 수원과 서울의 5만 관중 경기에 도취하여 ‘축구가 최고 인기 스포츠다.’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특정팀이 아닌 모든 팀의 팬들이 경기장에 가족, 연인의 손을 잡고 올 수 있도록 적극적인 마케팅 방향 설정이 필요하다.

최영민 명예기자 (ymchoi@footballc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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