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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ympic Jumper!] 호루라기 부르는 관중은 퇴장 당했어야 한다

기사입력 2008.08.14 21:17 / 기사수정 2008.08.14 21:17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 = 조영준 기자] 2004 아테네올림픽 2관왕이자 2008 베이징올림픽 여자양궁 단체전 금메달리스트인 박성현(25, 전북도청)은 중국의 에이스인 장 쥐안쥐안에게 1점차이로 아깝게 패배했다. 한국의 철옹성 같던 벽을 깨트리고 처음으로 여자양궁 금메달을 획득한 장 쥐안쥐안은 8강에서 주현정(26, 현대모비스)을 물리쳤고 4강에서는 윤옥희(23, 예천군청)를 연달아 물리쳤다.

그리고 결승전에서 현역 양궁 선수들 중, 그 누구도 이기기 힘들 것이라 평가받고 있는 박성현마저 꺾으며 세계 정상에 올라섰다. 이렇게 세계 최강의 한국 선수들을 연속적으로 물리치고 금메달을 따자 장 쥐안쥐안을 ‘한국 킬러’로 부르기 시작했다.

장 쥐안쥐안은 처음부터 끝까지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페이스를 이끈 것이 승리의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였을까? 여자양궁 개인전이 벌어진 올림픽그린경기장에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양궁은 아주 세밀하고 섬세한 종목이다. 손가락 하나의 흔들림이나 과녁을 바라보는 시간에 조금의 소음이 들려오면 자신도 모르게 흔들리는 것이 바로 양궁이다. 지금까지 한국선수들이 줄곧 선전해 주면서 금메달을 획득해 이제는 ‘양궁’하면 자연스럽게 금메달을 따는 종목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변수가 많은 종목이 바로 양궁이다. 사격처럼 단 한발의 실수로 인해 순위가 엇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여자 개인전 예선에서 박성현과 윤옥희, 그리고 주현정은 모두 1위부터 3위를 휩쓸었다. 정석대로 경기를 하면 순전히 선수들이 가진 실력대로 결과가 나오지만 한발 한발의 점수로 승부가 갈려지는 본선과 결선 경기는 차원이 다르다.

애초에 대한양궁협회는 한국의 금메달 독식을 막기 위한 중국의 술책을 미리 파악하고 여기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했다. 올림픽 양궁경기가 벌어질 올림픽그린경기장과 비슷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관중들이 그려져 있는 스크린을 좌우에 배치해 놓고 ‘찌아요’ 등 중국 응원단의 응원소리를 담아놓은 녹음 프로그램을 틀어놓고 현장적응훈련을 철저하게 해나갔다.

그런데 14일 벌어진 여자양궁 결선 경기에서는 우연찮게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한국선수단도 비가오고 바람이 심하게 부는 분위기 속에서 훈련을 많이 해왔지만 문제는 올림픽이 열리는 현장에서 직접 훈련을 한 것과 별도의 가상 환경을 만들어 놓고 훈련을 한 것은 엄연한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만약 여자양궁 개인전 결선 경기가 벌어지는 날에 비가 오지 않았다면 한국선수들이 훨씬 유리하게 경기를 진행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것보다 더 아쉬운 것은 양궁경기에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중국 팬들의 비매너가 나타났다는 점이다.

양궁선수들이 활시위를 당기고 최대한 집중력을 모으고 있는데, 여기에 아주 미세하게라도 방해를 주면 그것만으로도 흔들릴 수 있는 종목이 바로 양궁이다. 이것은 최상의 실력을 가진 선수들도 피해가지 못하는 부분이다.

장 쥐안쥐안이 한국선수들과 경기를 할 때마다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광경이 벌어졌다. 8강전에서 주현정이 활시위를 당기고 집중을 모으고 있을 때, 어디에선가 지속적으로 호루라기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이러한 몰상식한 태도는 4강전의 윤옥희와 결승전의 박성현과의 경기에서도 지속적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헛기침 비슷한 소리와 외마디 응원소리도 한국선수들이 활을 쏠 때마다 불청객처럼 들려왔다. 이러한 점을 원칙적으로 따져보면 호루라기를 지속적으로 분 관중은 경기장에서 퇴장을 당해야 마땅했다.

그러나 여기에 대한 규제와 제재는 아무것도 없었다. 결국, 이러한 비 매너로 흔들린 박성현의 1점 차는 끝내 극복되지 못했다.

박성현은 어지간해서는 8점대를 쏘지 않는 선수로 유명하다. 적어도 단체전의 모든 경기와 개인전의 준결승까지만 해도 8점의 화살은 많아야 한 경기에서 두개 정도가 나왔었다.

하지만 박성현은 장 쥐안쥐안과 맞붙은 결승전에서는 무려 네 번이나 8점을 기록했다. 과연 정상적인 분위기 속에서도 이러한 결과가 나왔을 지를 생각해보면 많은 의문이 든다.

개최국으로서 홈 어드밴티지는 어느 국가나 누릴 수 있다. 그러나 도가 지나치면 ‘값진 승리’가 아닌 ‘부끄러운 승리’로 변색되고 만다.

시상식의 맨 꼭대기에 올라가 시종일관 열광적으로 응원을 보내는 중국 팬들에게 줄기차게 손을 흔들었던 장 쥐안쥐안은 자신의 실력뿐이 아닌 관중의 응원을 업고 마침내 정상에 등극했다. 그러나 한국선수들을 방해한 호루라기 소리와 외마디 소음들에 대해선 과연 어떻게 생각할까.

이번 박성현의 은메달 획득과 윤옥희의 동메달 획득은 참으로 힘든 상황 속에서 이룩한 것이기에 더욱 값지다. 앞으로 양궁 시합이 있을 시에 관중들이 유념해야할 주의 점을 체계적으로 완성해, 다음 올림픽부터는 이런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


[사진 = 여자양궁대표팀 (C) 조영준 기자]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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