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5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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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연패 여자 농구, 중간 점검이 필요할 때

기사입력 2008.08.13 22:54 / 기사수정 2008.08.13 22:54

최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최영준] 세계 4위 브라질을 잡으며 순항할 것 같았던 여자 농구 대표팀이 2연패라는 암초를 만났습니다.

사실 어떻게 보면 이미 예견된 일인지도 모릅니다. 세계 랭킹 4, 3, 2위인 브라질, 러시아, 호주를 연달아 차례로 만나는 대진.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3연패를 당했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13일 현재 순위를 살펴보면 공동 1위는 3승씩을 기록한 호주와 러시아. 뒤이어 공동 3위인 세 팀, 벨로루시와 라트비아, 그리고 우리 한국입니다. 브라질은 오늘도 라트비아에 일격을 맞으며 대회 3연패로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한국으로선 일단 남은 벨로루시와 라트비아와의 경기에서 모두 이기고 봐야 합니다. 혹시나 둘 중 한 경기에 패한다면, 8강에서 최강팀 미국을 상대해야 할 확률이 높거니와 8강 진출 자체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물론 두 경기를 모두 진다면 말할 필요도 없겠죠.

이제 중요한 두 경기를 앞두고 우리 대표팀은 한번쯤 브레이크를 걸고 중간 점검을 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오늘 호주전을 보고 나서 가장 먼저 느낀 것은 '컨디션이 나쁘다.'라는 것입니다. 이것이 일시적인 것이라면 다행히도 다음엔 좋은 경기력을 기대할 수 있겠지만, 피로의 누적으로 인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지난 9일부터 하루걸러 우리 여전사들은 상위 순위자들을 상대로 한 발짝 더 뛰고 이를 악물었기에, 체력이 떨어졌을 가능성이 분명 있습니다.

사실 공격에서도 수비에서도 워낙 안 좋았는데 이것이 컨디션 때문만이었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수비는 컨디션에 의해서 그렇게까지 크게 좌우되는 요소가 아니니까요. 오늘의 수비 로테이션은 체력적인 문제로 움직임이 느려진 바로 그런 모습이었습니다. 앞선에서 압박을 가하면 뒷선이 빈자리를 채워주는 그런 모습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자리를 하나씩 메우다 보면 금세 한쪽에 빈자리가 생겨서 쉬운 공격을 허용하곤 했습니다. 이것은 분명히 체력 저하를 의심해 봐야 합니다.


그러나, 조금 생각을 바꿔본다면, 그리 비관할 필요는 없을지도 모릅니다. 오늘의 상대 호주는 정말 너무 막강했습니다. 로렌 잭슨은 정말 명불허전이더군요. 물론 잭슨뿐만이 아닙니다. 그 톱니바퀴같이 맞물려 돌아가는 조직력과 패싱 센스, 한 수 위의 개인기는 냉정하게 말해서 우리가 따라잡기에는 너무 수준이 높았습니다. 더구나 우리는 호주의 그 기세에 눌려서 주눅이 들었고, 실제 이상으로 더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준 것이 아닌가 합니다.

다행히도 남은 두 경기의 상대인 벨로루시와 라트비아는 분명 호주보다는 한참은 떨어집니다. 물론 붙어보지 않고서는 제대로 알 수가 없다지만 적어도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그렇습니다. 조금 체력이 저하된 우리 대표팀이지만 오늘만큼 무기력하지는 않을 겁니다. 지난 두 경기와 같은 위력을 발휘해 줄 수도 있습니다.

남은 것은 다른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 쏟았으면 합니다. 너무나 손쉬운 속공 허용은 오늘만의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풀릴 듯 풀릴 듯 어딘가 부족한 공격력은 분명 더 나아질 여지가 있습니다. 밀리는 체격 조건 때문에 빼앗기는 리바운드는 어쩔 수 없지만 박스 아웃을 좀 더 열심히 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개인적으로 코칭 스태프가 백코트에 대한 문제는 꼭 지적했으면 합니다. 그 정도로 손쉬운 속공을 허용한다는 것은 엄밀히 말해서 가드진의 직무 태만입니다. 선수 한두 명이 우리 진영으로 쭉 치고 나가는 것을 봤다면 빨리 눈치채고 달라붙어서 조금만 패스 받는 것을 방해해줘도 그 정도로 똑같은 패턴이 연이어 나오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세트 오펜스의 수비는 전술적인 문제지만, 속공과 트랜지션에 그렇게 호되게 당한다는 것은 상대의 페이스에 말렸기 때문입니다. 조금만 신경을 쓰면 충분히 방지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공격력은 오늘 변연하를 제외하면 대체로 컨디션이 별로였던지라 어쩔 수 없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변연하는 아무리 슛 컨디션이 좋더라도 오늘과 같은 공격은 자제해야 합니다. 상대 수비를 앞에 달고 터프샷을 쏜 게 한 3~4번은 되었는데 이게 들어가지 않는다면 그야말로 치명상이 될지도 모릅니다. 오늘은 다 들어가 줘서 점수를 따라잡을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는 좋게 된 것이지만 결코 바람직한 공격은 아니었습니다.

조금 더 포스트에 볼 투입이 활발히 되어야 하는데 그것이 미진하다 보니 외곽 찬스가 그리 쉽게 나지는 않았습니다. 어쩌다 찬스가 났을 때도 잘 안 들어가기는 했지만, 아무튼 이기기 위해서는 정선민의 공격력과 피딩 능력을 조금 더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러 공격 루트를 '활성화' 시켜줄 수 있는 기본 옵션이 되지 않을까요?


이제 단 두 경기 남았습니다. 오늘의 참패는 빨리 잊어버리고 내일을 위해 준비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합니다.

패배가 준 교훈까지 잊어버리진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교훈마저 잊는다면 그 땐 정말로 약해지는 것 밖엔 남지 않으니까요.

[사진=로렌 잭슨, 이종애 (C) 국제농구연맹]



최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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