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8.08.13 18:29 / 기사수정 2008.08.13 18:29
[엑스포츠뉴스=상하이, 박형진 기자] "한국 기자가 우리 훈련장에 온다고?"
남자축구 올림픽 조별예선 경기를 치르고 있는 대표팀이 온두라스전을 위해 상하이에 온 지도 어느덧 3일이 되었습니다. 이제 상하이 스타디움에서 열릴 경기만을 남겨놓았는데요, 이탈리아전 패배 이후 침체한 분위기 속에 힘들어했을 선수들만큼이나 한국 취재단 역시 숱한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습니다.
올림픽을 통해 중국의 이미지를 한 단계 상승시키고자 하는 중국인들은 외국인, 특히 외국 기자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고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기자단이 톈진에서 상하이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맡긴 짐 몇 개가 파손되었습니다. 공항 직원에게 항의하자 손상 상황을 확인한 직원이 거듭 사과를 하며 다음날 호텔로 가방 여러 개를 들고 찾아왔습니다. 마음에 드는 가방으로 바꾸어주겠다는 것이었지요.
기자 몇 분은 새로운 핸드폰 번호를 신청하러 이동통신 영업점에 갔다 직원의 미숙한 처리로 2시간 가까운 시간을 영업점 안에서 허비해야 했습니다. 신청은 무사히 끝나기는 했지만 '중요한 외국 손님'의 시간을 빼앗았다며 다음날 호텔로 자그마한 선물을 가져왔습니다.
그러나 모든 중국인이 외국인에게 친절한 것은 아닙니다. 올림픽 관련 시설의 보안을 담당하는 경찰 역시 사람인지라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대표팀 훈련이 있었던 동화대학 경찰이 바로 그런 경우였습니다.
기자단 버스를 모는 기사가 하루는 재밌는 얘기를 전해주었습니다. 자신이 동화대학 훈련장의 정확한 위치를 찾아보기 위해 학교 정문을 지키는 경찰에게 물어보았답니다. 그러자 경찰은 대뜸 "어느 나라 기자냐"라고 물어보았답니다. 기사가 한국 기자라고 대답하자 경찰은 웃으면서 위치를 가르쳐주는 대신 "수색 철저히 해야겠다"는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답니다.
실제로 기자단이 동화대학을 찾아간 날, 정문을 지키는 경찰은 조금의 웃는 낯도 없이 "오늘은 한국 대표팀이 비공개 훈련을 하니 들여보내 줄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습니다. 자신들은 "우리가 막는 게 아니라 너희 대표팀이 막는 것"이라며 새로운 명령이 있을 때까지 정문을 통과할 수 없다고 기자단을 막아섰습니다.
그러나 대표팀 훈련의 경우 피파 규정에 따라 15분을 공개하고 감독과 선수가 인터뷰에 응하는 것이 관례입니다. 친황다오에서는 한 번도 이런 일이 없었기에 기자단이 당황한 것도 놀랄 일은 아니었습니다.
결국, 대표팀 관계자가 조직위에 설명을 한 후에야 기자단을 들여보내라는 명령이 떨어졌습니다. 그러자 경찰은 다시 출입 가능한 '조직위의' 출입증 종류를 보여주며 당신들은 이 종류의 출입증이 없기에 들어올 수 없다고 다시 '생떼'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참지 못한 기자가 언성을 높이며 '기자와 조직위가 어떻게 같느냐'고 항의할 무렵, 기자단을 들여보내라는 명령이 다시 한 번 떨어졌습니다.
그제야 기자단은 훈련장도 아닌 훈련장이 있는 학교의 '정문'을 통과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정문을 유유히 통과하는 기자단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경찰은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최후의 한 방을 날렸습니다.
"여기서야 들여보내 주지만, 훈련장에서는 못 들어갈걸?"
마침 이 날 훈련시간에 폭우가 내리면서 대표팀은 훈련 시작 45분 만에 훈련을 마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를 비롯한 기자단은 비가 오기 직전 인터뷰와 훈련 참관을 마친 후 식사를 하면서 이 얘기를 버스 기사에게 들려주었습니다.
버스 기사는 이 이야기를 들으며 웃음을 짓더니 "아마 SBS의 개막식 리허설 불법 공개 때문에 경찰들이 심술을 부린 게 아닌듯싶다"고 말했습니다. "지금 상하이 전체의 경비가 무척 삼엄하다"며 섣부른 추측에서 한 발 물러서기는 했지만요.
기자들은 상하이에서 단 3일을 머물면서 서비스의 '천국'과 '지옥'을 동시에 경험한 셈이 되었습니다. 그만큼 중국은 크고 중국사람은 많기에, 중국에 대해 '이렇다'라고 정의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지요. 아무튼, 온두라스전을 치르고 있는 한국 올림픽대표팀도 지옥과 같은 이탈리아전을 잊고 좋은 성적을 거둬 '천국'을 경험하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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